[프랑스로 읽은 오늘] 데막슈...예술, 기술이 아닌 마음의 태도를 가르치다
[프랑스로 읽은 오늘] 데막슈...예술, 기술이 아닌 마음의 태도를 가르치다
  • 서혜정 기자
  • 승인 2020.02.19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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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주 프랑스 유학생/ 예술가

프랑스의 한 순수 미술 학교에서 배운 '과정 속 정직함'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 등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 프랑스에서 순수 미술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들 중 하나는 démarche(데막슈) 라는 단어다.

Démarche, 직역하면 발걸음이란 뜻이다. 교수들도, 학생들도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데, 이는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이 발걸음이란 단어는 과정 속 걸음 걸음 마다의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발걸음의 정직함

주변에서 내가 다녔던 미술학교에서 어떤걸 배웠냐고 물어보면 나는 이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세르지 미술학교에 편입하여 석사 과정 졸업까지 3년을 다니면서 배운 것 중에 가장 귀한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여기서 말하는 정직함이란, 특정한 윤리에 기준을 둔 것은 아니다.

이 정직함은, 예술가가 자신이 표현한 결과물과 그것이 탄생한 생각 사이의 모든 과정 속에서 자신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본인의 작품 세계와 상충되는 요소를 창작 과정에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웃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내고자 그들의 초상화를 찍으려 한다고 해보자. 대부분 흔쾌히 허락했지만, 몇몇 이웃은 시간당 만원을 주면 하겠다고 했다. 이때 작가는 가격과 상관 없이 자신이 찍으려 하는 ‘이웃’에 대한 정의를 되돌아 봐야 한다.

수당을 주어도 본인이 정의한 ‘이웃’이라는 단어가 ‘고용인’으로 변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 촬영 시간 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여전히 ‘이웃’일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시간을 들여서 그 분들을 설득하든, 그 분들을 찍는 것을 포기하든, 자기 작품에 대하여 정직하게 나아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발걸음의 정직함에는 하나가 더 요구되는데, 치열한 정직함이다.

생각에 대한 게으름이나 무지로 인해서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로 작업 과정 속에 거짓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발걸음을 치열하게 들여다 보고 질문 해보고 살아 보는 것이다.

미술 갤러리에서 그림을 전시 공간 안에 설치할 때, 작품 외의 것들을 벽(대부분 흰색)에 맞춰서 깔끔하게 칠하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 그림과 이 공간이 어떤 관계인지 생각을 하기도 전에 마치 이것이 기본 틀인 양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전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그 티없이 하얀 접시 위에서 시작하곤 하는데, 우리는 그 눈이 시릴정도록 하얀 접시를 보지도 못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작품에 따라서 그것이 놓인 접시가 빨간색일 수도 있고, 접시가 아닐 수도 있고, 접시 옆이나 접시 밑에 놓이거나 세워질 수도 있지 않은가?

이에 대해 학교에서는 질문하게 한다.

왜 티없이 하얀 벽위에 너의 작품을 설치하는가? 왜 나머지 공간 요소들을 같은 색으로 칠하여 가리는가? 가리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그것은 왜 그렇게 놔두는가? 이 모든 선택이 학생의 정직한 생각의 발걸음을 거쳤는가?

 

이런한 정직성에 대한 질문은 각자의 창작 과정 속으로도 깊이 이어진다.

또 나는 작품과 그것을 창조한 작가의 삶이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치열하고 정직한 발걸음에 대한 배움은 학생들의 삶의 방식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 교수들과 학생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학교 밖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에서도 각자의 작품세계와 일관된 가치관을 가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결국 내가 세르지 미술학교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예술가로서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우는 곳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예술가란, 직업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의 엄마는 평생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거나 배운 경험이 없지만, 그녀는 자신의 마음과 생각의 발걸음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줄 알고 그것을 용기있게 다양한 형태로 표현할 줄 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엄마는 훌륭한 예술가이자 멘토이다.

이탈리아 여성 예술가 피파바카라.(사진=https://www.miamarket.it/en/im-in-love-with-pippa-baccamia-doc-2018-on-air-on-sky)
이탈리아 여성 예술가 피파 바카.(사진=https://www.miamarket.it/en/im-in-love-with-pippa-baccamia-doc-2018-on-air-on-sky)

피파바카는 이탈리아 예술가가 있었다.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는 신뢰할 만한 선함이 있다고 믿었고, 그 생각을 ‘Brides on tour’(여행하는 신부들) 이라는 제목의 행위 예술로 드러내었다.

그녀는 다른 민족과 나라 사람들 간의 결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여러 분쟁 국가들을 히치하이킹으로 가는 작업을 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터키에서 집단 강간을 당한뒤 살해당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너무나 순수하도록 정직한 생각의 발걸음과 표현방식은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홍성주.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다니는 도중 예술을 하는 것에 반하여 중퇴한 후 프랑스로 갔다. 엑상프로방스 시립 순수미술학교에 입학, 남부의 따뜻한 햇살과 함께 자유로운 미술공부를 시작 했으며 다시 다른 맑은 에너지를 찾아 세르지 국립 고등미술학교에 편입, 깊은 경험들을 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정직해야 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학교 다니는 동안 모로코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을 통해 타인을 내 속안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바라보기도 했고, 또 독일 학생들과 40년된 1톤짜리 오프셋 인쇄기를 사서 트레일러에 싣고 두 나라를 가로지르며 여러 메세지를 인쇄하는 여행을 1년간 추진하다가 실패해 보았습니다."

"환대의 형태와 멜로디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것저것 하면서요. 보이지 않는 것을 사랑한다면, 그것을 살아보는 수밖에 없잖아요. 찾아가는 길목에서의 작은 만남들을 언어로, 목소리로, 노래로, 가끔은 선과 색깔로 남기면서 느릿 느릿 가 보는 중입니다. 타지 사는 외국인으로서 여러 상황이 생기다 보니, 보이지 않는 것, 보지 않으려 하는 것,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늘 생각합니다. 여기서는 프랑스 순수미술 학교를 다니며 살아본 몇 가지 소중한 순간들과의 만남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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