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공주대 교수, 明敎學塾長

연재를 마치며...‘명교학숙’의 고전독서교육 도전, 함께 하기를 바라며

[에듀인뉴스-명교학숙 공동기획] 학생들의 인성교육 방향 정립을 위해 고전(古典)을 활용한 교육이 떠오르고 있다. ‘명교학숙’은 이러한 교육계의 움직임을 리드하는 초·중등교사 연구모임으로 동·서양 인문고전을 탐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교육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에듀인뉴스>는 명교학숙과 함께 고전을 통해 우리 교육 현실을 조명하고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에듀인뉴스] 먼저, 명교학숙(明敎學塾)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

‘명교학숙’은 우리나라의 학교현장 혹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고전독서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천해보자는 취지에서 2016년 12월에 태동되었다. 그 시작은 2017년 신학기,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했다.

첫 번째 텍스트로 ‘서양의 논어’라고 일컬어지는 키케로의 『의무론』을 정했다.

『논어』가 아니라 『의무론』을 정한 이유는 현재 우리 청소년들이 살고 있는 시대가 서유럽이 중심이 되어 만든 ‘현대문명’ 속에 있기 때문에 그 기초가 되는 사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논어』를 읽어 양자를 대조함으로써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동서 선현들의 생각을 비교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나아가 스스로에 대해서도 정리해보는 기회를 갖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텍스트로는 어느 특정인의 ‘예술철학’이 아니라 예술에 관한 관념의 발전을 개관할 수 있는 예술철학사 책을 선정해 ‘꼬마 예술가’로서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적 이해를 시도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이것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하나의 위대한 입장이나 생각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들을 대조하면서 공부하기를 바란데서 연유했다.

이렇게 1학년 시기 동안에 삶과 예술에 대해 상대화 해 사색하고 고민할 수 있기를 기대해 고전독서를 위한 ‘도서 선정’을 했다.

필자를 포함한 명교학숙 구성원들도 학생들과 함께 같은 책을 병행하여 읽기로 했다. 그리고 고전독서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3가지를 학생들과 함께 실행했다.

첫째, 인문·사회·예술 분야의 검정된 고전을 체계적으로 선정해 중·장기적 계획 하에 책읽기를 생활화 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선택된 고전의 ‘텍스트 이해’를 위해 역사탐구 원리로 제시된 ‘추체험’이라는 방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모든 저서, 특히 ‘고전’은 당대에 제기된 본질적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저술된 역사적 산물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대 역사 상황 속에서 저자가 당면했던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에 대한 선택 가능한 답들을 고려하면서 저자가 선택한 답을 비판적으로 음미함으로써 그 텍스트에 대한 깊은 이해에 접근할 수 있다.

셋째, 책을 읽고 나서 그것을 자신 및 현대사회와 관련시켜 글쓰기를 하도록 해 학생 자신을 성찰하고 재발견하는 한편,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함의를 찾아내도록 한다.

독서 후 글쓰기를 단순한 ‘독후감’을 넘어 자기 탐구 및 사회의식을 함양하는 활동으로 연계시키고자 했다.

이상과 같이 약간은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2017년 신학기에 실제로 고교생들과 키케로의 『의무론』을 매개로 만났다.

그러나 2000년도 더 된 텍스트를 학생들은 무척 어려워했다. 매주 사전 동영상 강의를 통해 텍스트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으나, 학생들의 관심과 이해는 한 구절 혹은 한 문장 단위 이해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오래된 텍스트의 특성으로 인해 그들에게는 매우 낯선 글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즉 글들이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각 문장이나 단락이 서로 단절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한번 읽어서는 무슨 의미인지 확 다가오지 않고, 여러 번 읽고 나서 비로소 이해되기도 하고, 또 나중에 읽어보면 새롭게 이해되기도 하는 등 고전 특유의 여운이 있는 점도 학생들을 어렵게 만들었다.

즉각적으로 확실한 반응이 오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에게 이는 어렵게 받아들여지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흥미를 끄는 요인이 되기도 했던 모양이다.

학생들로부터 “책이 어렵다”는 말과 함께 “자꾸 자꾸 생각하게 만들어요!”라는 반응도 나왔는데, 이것이야말로 고전의 함축적이면서 다의적 측면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아무튼 『의무론』을 매개로 한 고교 고전독서교육은 방향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즉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되는 독서 과정에서 『의무론』의 한 의미 단락이나 주제에 대해 역사적이고 종합적 이해를 일거에 도모하는 것은 무리였다.

우선은 학생들의 흥미·관심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래서 오프라인 교육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한 구절 혹은 한 문장의 내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끄집어 내 토의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토의활동 중심의 고전독서교육을 담당한 것은 경기도에서 독서·토론·논술 교육을 수년 동안 실천했던 장부환 선생님이었다.

그는 학생들이 한 단락이나 주제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한 구절 혹은 한 문장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 이해하고 또 소감을 가진 것에 대해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했다. 그리고 때로는 친구의 견해에 대해 비판 또는 찬동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도록 이끌었다.

물론 『의무론』의 내용과 주요 주제들에 대한 온라인 강의는 병행되었다.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학생들은 어렵게 여겼던 『의무론』에 대한 독서와 토론을 끝까지 다할 수 있었고, 대부분 학생들이 『의무론』을 주제로 한 논술대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수 있었다.

명교학숙의 고교 고전독서교육은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

첫째는 학생들에게 고전을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고전을 이해하고 있는 교사가 학생들을 안내하면, 학생들은 고전독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생들에게 고전을 체계적으로 읽게 하기 위해서는 고전에 대한 교양을 갖춘 교사가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교사가 고전을 읽고 나서 그것을 자신 및 사회와 관련시켜 글쓰기를 할 수 있으면, 학생들에게 고전 독서 논술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고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한다든지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다면 고전 독서 논술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지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교학숙 구성원들은 적어도 위 두 가지를 실천하고 또 행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지금까지 적어도 십여 권에 달하는 고전을 함께 읽고 토론하였을 뿐 아니라, 각기 수차례 씩 <고전을 통해 본 우리교육>이라는 칼럼을 에듀인뉴스에 기고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고전독서의 방법론을 체계화시켜 스스로 고전독서를 단련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학생들에게 고전독서교육을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전문교사가 탄생하게 된다.

고전 교양을 통한 모든 시민의 성숙을 기대한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상급 중등교육에서 고전독서를 정식화하기 위해 의식적 노력을 경주한 사회가 독일과 일본의 교육계였다.

고전에 대한 시민적 교양을 형성함으로써 시민사회를 형성시키고자 하였던 것이다. 재산을 가진 시민뿐만 아니라 고전교양을 가진 시민을 형성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성숙을 꾀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도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초 상급 중등학교에서 고전독서를 하는 문화가 있었다. 그런데 평준화 물결 속에서 그러한 문화가 약화되었다. 

교양을 가진 시민계층이 없는 사회에서 성숙한 시민사회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명교학숙의 작은 실천이 우리나라 중등교육에 고전독서교육의 초석을 놓을 수 있을 것인가.  고전독서의 방법론을 확립할 수 있다면 그 꿈이 현실화하는 것을 기대해본다.

# 그동안 '고전으로 본 우리 교육'을 관심 갖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 명교학숙장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 명교학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