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 펭수와 레몬청 그리고 호두과자 이야기
[조윤희쌤의 교실 돋보기] 펭수와 레몬청 그리고 호두과자 이야기
  •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 승인 2020.02.24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의 계절

[에듀인뉴스] 만남과 헤어짐이 쌍곡선을 이루는 계절.

보내고 맞이하고 그런 세월이 30년이다. 해마다 수월하기만 한 시간은 없지만 실은 해마다 가슴 뻐근한 감동이고 감사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될 거라 믿는 어떤 30년 차 교사는 오늘도 작은 울타리 안의 소소한 일상조차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실은 작은 꿈을 이제 막 심으려 하는 아이를 자랑하고 싶은 팔불출이기 때문이다. 

#1. 꿈을 찾아가는 아이

선생님께.
선생님의 반이 된 지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일 년간 제겐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 시간 중 선생님과 함께 보낸 시간이 저의 사춘기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아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게 되었답니다.

편지는 오래 간직해 온 제 진실된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2학년 담임선생님이셨던 건 제게 큰 복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저와 비슷한 성장기를 보내신 덕에 진심으로 제 이야기를 공감의 주실 수 있었거든요. 솔직히 처음에는 이대 나온 콧대 높은 여선생님이 아니실까 걱정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의도하신 것인지는 모르지만, 학기 초 선생님께서 ‘00 꿈 장학생’ 신청을 위해 성장 배경을 두 바닥 정도 써오라고 하셨을 때 저는 처음으로 아홉 살에 머물러 있는 제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십 년간 묻어두면서 잊혀진 줄 알았고 치유된 줄 알았던 상처가 다시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선생님 동생도 그랬다며 진심으로 공감해주시는 걸 보고, 처음 느낀 따뜻함에 어리광이라도 부리고 싶었는지 ‘아홉 살’의 제가 나타났습니다. 정말 행동도 아홉 살, 생각도 아홉 살짜리로 한 학기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의도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 덕분에 그 때 저는 아홉 살의 저와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2학기 때 12월 무렵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그때 마침 □□이가 상담할 때 선생님께서 제 이야기를 하시면서 ‘00이는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라고 하셨다고 이야기해 주더라구요. 저를 끝까지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얼마나 힘이 되던지, 덕분에 슬럼프를 빠르게 벗어던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작년 이맘때쯤 선생님께서, 공부하면서 꿈도 찾아보자고 하셨잖아요. 사실 최근에 꿈이 하나 생겼습니다. 처음으로 돈벌이만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저도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간호학과를 들어가서 교직 이수를 해서 꼭 선생님이 되려 합니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는 저처럼 시행착오를 겪는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느꼈습니다. 친구가 간혹 저한테 상처 주는 말을 해도 평소 친구의 가치관을 생각해보면서 나쁜 의도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등 선생님을 닮아 가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저도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응원해주실 거죠? 지난 일 년간 제 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꿈도 찾고 저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 자신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하니까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저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마음 편할 수 있게 일 년을 무사히 마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커피를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아 레몬청을 준비했는데, 거절은 거절합니다, 선생님. 

추신. 선생님께서 학급 단톡방에 ‘펭수’아이콘을 즐겨 쓰셔서 스티커도 준비했어요.선생님 제 선물, 이젠 담임샘 아니시니 꼭 받아주셔야 합니다.
- 000 올림 

이렇게 맺은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어릴 때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엄마와 누나, 셋이 살면서 마음을 꽁꽁 닫아걸고 살았던 아이. 자신의 마음을 잘 내보이지 않으려고 줄창 생글거리고 웃는 것으로 방어기제를 삼았던 아이. 정부가 주는 수당에 기대 엄마와 누나와 세 식구가 지내야 하는 탓에 읽고 싶던 책을 사는 것도, 변변한 학원에 등록하는 것도 어려웠던 아이. 

힘든 시간을 보냈던 그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기업에서 제공하는 장학금도 신청해 받게 하고, 수시로 면담을 하며 무사히 고2의 격변기를 넘길 수 있도록 도왔었다. 그  1년을 건너 그 아이의 내면에서 일어났을 변화를 편지로 가늠해보면서 가슴 한켠이 찌릿해왔다. 

꾹꾹 눌러 쓴 손 편지 속에 담긴 감사하다는 말과 꿈을 찾아 교사가 되겠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이가 들고 온 ‘레몬청과 팽수 스티커’. 기어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2. 꿈이 감사한 엄마

“선생님, 안녕하세요.
벌써 한 해를 보내고 00가 고3이 되었습니다. 항상 사는 바빠 선생님께 감사한 맘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또 00가 늘 꿈이 없다고 했는데 2월 초에 ‘엄마 나 꿈이 생겼어요’ 하길래 뭐가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조윤희 선생님처럼 교사가 되어 자기 같은 학생들을 보듬고 친구 같은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하더라구요.

선생님, 전 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항상 감사드리고 기도하겠습니다.” 

꿈을 찾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감사와 기쁨에 감격해하는 어머니를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는 작은 호두과자 한 상자를 슬쩍 책상에 교무실 책상 밑에 두고서 문자를 남겼다.

“선생님, 어머니께서 작년과 금년에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호두과자를 선생님께 전해드리라고 해서였습니다. 직접 전해드리고 싶었지만 다른 분들께 혹시 오해받으실까봐 그냥 두고 왔습니다. 

선생님, 그 호두과자는 어머니가 일하시는 가게에서 어머니가 구워서 파는 것입니다. 어머니께서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자가 함께 전하는 감사의 뜻을 받으며 당연히 할 일을 하고서 이렇게까지 인사를 들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필자 또한 당연히 감사의 뜻을 전했다.

“00어머니.
교사로서 큰 보람은 아이가 잘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걸 바라볼 때일 것입니다.
00가 차츰 안정이 되고, 미소가 편안해져 가는 걸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했었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웁니다. 엄마 마음이야 다들 똑같겠죠.
저도 역시 3학년을 담당하니 00이 잘 지켜보겠습니다.
언제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편히 오라고 이야기했으니 염려마시구요.
00 역시 제게도 훈장 같은 아이입니다.
꿈을 심고 잘 키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박수쳐주고 한해 한해를 채워 가고 있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자신들의 꿈을 찾아가도록 돕고 함께 울고 웃으며 그것을 지켜보는 멋진 직업이 바로 교직이라 생각한다. 

책상 위에 올려진 레몬청. 따뜻한 차로 만들어 마시며 수업 준비나 해야겠다. 코로나19 창궐로 흉흉한 계절이지만 이 또한 다 지나갈 것이다. 교실을 잘 지키고 학생들을 잘 지키며 바쁘게 지내다 보면.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eduin@eduinnews.co.kr

<저작권자 © 에듀인뉴스(EduinNew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