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열 Classic 6] 창조성에 관한 7가지 감각
데이비드 에드워즈 지음/박세연 옮김
어크로스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의대가 변했다. 창업수업도 듣고 있다.

알고 보니 서울대 의대에서 2019년 8월 의과대학 본과 2학년을 대상으로 1학점의 선택교과로 ‘혁신 나도 할 수 있다’란 과목이 진행되었다.

이 전에도 이런 교육과정을 뒷받침할 과목들이 진행되어 완성도를 높였다. 예를 들어, ‘바이오창업자들을 위한 마인드셋팅과 법 개론’, ‘의과학자들을 위한 지식재산권개요’, 그리고 ‘의학을 위한 신기술’이란 과목 등이다.

특히 시나리오 기법에 따라 벤처캐피탈회사가 바이오신생회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과정 등을 체험해 보는 형식의 수업을 제공하였다. (바이오창업자들을 위한 마인드셋팅과 법 개요)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소개한 책으로는 <불확실한 시대에 대처하는 법, 시나리오 경영>으로 케스 반 데르 헤이든이 지었고,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김방희입니다’의 김방희가 옮겼다.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단시간에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의 238쪽 그림을 참고해 이해할 수 있다. 필자가 단순하게 재구성해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즉 최적화된 해법을 찾기 위해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어떤 방향으로 구현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점검해 보는 것이 시나리오 경영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보자. 저자인 데이비드 에드워즈는 응용수학자, 생명공학자, 그리고 독창적인 발명가로 불린다. 미시간대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했고, MIT와 펜실베이니아주립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저자가 비스 연구소에서 ‘가치 있는 창조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창조성 강의를 진행하면서 경험한 것을 담았다. 따라서 실증적 내용이 많고, 천천히 읽으면서 내용에 나오는 상황을 상상하며 읽을 때 독서의 묘미를 얻을 수 있다.

책은 총3부로 이뤄졌다. 제1부는 미학적 창조란 무엇인가란 제목이고 주요 내용은 창조를 향하는 세 가지 길과 문화 실험실이란 새로운 학습공간을 제시했다.

제2부는 창조자 주기를 구성하는 7가지 요소란 제목으로 되어 있고 주요 내용은 아이디에이션→실험→표현으로 넘어가는 각 단계별로 7가지 요소가 활용되는 실사례를 담았다.

제3부에서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여정이란 제목이고 주요 내용은 새로운 시도를 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담았다. 특히 풀뿌리 창조라고 불리는 초기 활동은 훗날 스타트업 문화를 촉진하는 매개체가 된다.

(사진=픽사베이)

예를 들어 2014년 6월, 메이커 운동(오픈소스 방식의 제조업 운동)인 백악관 메이커페어(거대한 기린 로봇에서 바나나를 두드려 음악을 만드는 기계에 이르기까지 백악관 건물 전체에 걸쳐 열렸던 전시회) 등을 소개한다. 이후 미국 전역에서 150곳이 넘는 대학이 새로운 메이커 공간을 선보였다.

책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이런 것들을 제작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도에 따라 제작해 보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성장을 하게 된다. 즉 머릿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완벽에 가깝지만 현실에 적용하면 여러 모순점과 불가능한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제1장과 제2장 내용이 의료계열 진로를 가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

제1장의 경우 미학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 부분이 있다. 여기서는 여러 철학자들의 이론과 과학의 흐름을 연결시켜 정리한 것으로, 철학사나 과학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제2장에서는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맛볼 수 있는 내용이 존재한다. 저자가 실제로 경험했던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면서 겪었던 성공과 실패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기술적 성취와 기업적 또는 사회적 성취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를 바란다.

제1장에서는 미학을 빌어 예술과 과학의 콜라보가 가능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30쪽을 보면 아래와 같은 명문이 나온다.

합리주의 철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인식은 두 가지 범주에 해당한다. 바로 직관과 연역이다. 직관의 미학적 표현은 종종 예술이라고 언급되고, 연역의 미학적 표현은 과학이라고 불린다. 그러나 사실은 많은 창조물은 예술과 과학의 조합이다. 가령 판테온이 그렇다. 이 건축물은 우아한 예술 작품이자 과학과 공학의 결과물이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천장화 역시 당대의 과학을 인상적으로 드러냈다. 과거의 오랜 미학적 전통에서 미술과 과학은 같은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였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인간의 인식을 두 가지 범주로 본 것과 그 두 가지를 예술과 과학에 각각 매칭한 것이다.

쉽게 풀이하면 예술을 통해 사물이나 현상의 원리를 찾아내거나 새롭게 해석해 기존 인식범위를 넓혀 나간다. 그리고 이런 내용들을 논리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과학이란 도구를 활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새로운 것을 찾아낼 때는 직관, 그것들을 정리할 때는 연역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과학자나 의학자가 새로운 연구를 위해서는 예술적 인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문계 학생들도 이 글을 읽는다는 전제 하에, 어렵지만 의미있는 구절을 찾아본다면 아래와 같다. 31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플라톤 이후로 철학자들은 아름다움과 겅혐, 그리고 도덕을 가치론이라고 하는 더욱 거대한 영역으로 묶었다. 그러나 뉴턴 이후의 세계에서, 흄에서 칸트에 이르는 많은 철학자들은 아름다움은 대상에 대한 개인적인 관계를 떠난 것이며, 미학은 예술 작품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의 약력을 고려하면 과학자가 철학에 대한 정리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기 쉽게 흄에서 칸트에 이르는 아름다움의 개념이 잘 되어있다. 특히 인문계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 칸트 미학과 관련된 내용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이 때 참고할만한 문장이 되기를 바란다. 

제2장에서는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내용이 있다. 이제까지 인슐린을 주사기로 신체에 주입했다. 그런데 저자는 호흡기로 흡입하는 방식을 생각해 내어 제품 개발까지 하게 된다. 61쪽에서 64쪽에 담긴 내용 중 발췌해서 아래에 소개한다.

1990년대에 과학자들은 호흡기로 흡입하는 방식이야말로 피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몸 안으로 단백질을 주입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일단 약품이 폐 안으로 흡입되고 나면, 혈류로 들어가는 짧고 직접적인 경로를 찾는다. (중략) 특히 인슐린은 효율적으로 혈관 벽을 침투할 수 있을 정도로 입자가 작았다. 높은 확률과 단순한 방법, 저렴한 비용으로 인슐린을 폐에 집어넣는 기술을 발견할 수 있다면, 당뇨병 치료가 획시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였다. (중략) 우리는 사용이 간편하고 경제적인, 흡입 가능한 인슐린 입자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중략) 그 아이디어 효용을 입증하기까지 2년의 세월이 더 걸렸다. 1997년 우리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위의 글만 읽어봐도 대략적인 상황이 짐작될 것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논문의 형태로 그 아이디어를 인정받아서 제품 개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이것으로만 바이오벤쳐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사회적 승인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러한 승인을 받기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그리고 실제로 저자는 포기하기에 이른다. 왜 포기하게 되었는지 아래의 글을 통해서 알아보자.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사들은 완전히 새로운 치료법의 도입을 우려했다. 인슐린 치료는 결국 평생 동안 이어져야 하고, 의사들은 주사형 인슐린에 대해서는 50년 이상의 경험치를 확보한 상태였다. (중략) 그런데 고작 몇 년의 경험치밖에 없는 흡입형 인슐린으로 치료수단을 교체하는 작업은 의사들에게 장기적인 위험으로 가득한 전면적인 변화로 보였다. (중략) 일라이릴리를 비롯한 제약회사들은 수억 달러를 주사형 인슐린 개발에 투자한 터였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당뇨병 치료를 위해 주사를 흡입기로 바꾸는 시도는 경제적 이점이 별로 없으면서도 의료적 위험은 크게 높인다는 것이었다. (중략) 중요한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으로 올바른 일 그 이상이 필요했다.

이 부분을 여러 번 읽다보면 바이오벤쳐가 어려운 이유를 진심으로 느낄 수 있다. 수년 간의 노력과 투자로 결과물이 나왔지만 시장에서 다른 경쟁자들이 방해할 것은 짐작도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할 겨를 조차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자는 이 사업으로 큰 손해를 본다. 그러한 경험을 담아 ‘문화 실험실’이란 학습컨셉을 잡게 된다. 여기서 문화는 쉽게 생각하면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졌을 때 그것을 이용하는 소비자, 이와 유사하거나 대체제를 공급하고 있는 생산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들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이런 글을 읽는 것 자체가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간접 체험한 것이다.

의대면접 뿐만 아니라 의대의 커리큘럼 등 모든 것들이 진화한다. 따라서 과거지향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에 맞춰 면접대비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보다 나은 대비를 위해서는 미래지향적 데이터 수집과 면접 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언제나 시나리오 경영기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즉 내가 알고 있는 정보만을 최선으로 생각하지 말고, 오픈 마인드로 동시대의 다른 문화영역에 있는 정보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나아가 새로운 정보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이를 자신의 진로와 접목시키고 그러한 내용을 면접 과정에서 풀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의학클래식 1~6 시리즈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