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 리포터] 학생생활규정, 읽고 대답하자
[에듀인 리포터] 학생생활규정, 읽고 대답하자
  •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 승인 2020.02.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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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blog.naver.com/dadas0418/22165591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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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학생부를 할 때 가장 예민했던 것은 단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이었다. 단순히 학교폭력이 일어났다고 해서 학교의 자의적 처벌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모든 기준은 학폭법에 따라야 했다.

법이 부족한 것은 교육부의 매뉴얼을 따라야했고, 거기에도 없으면 교육청의 지침을 찾아야 했다. 그마저도 애매할 때 교육청의 변호사를 이용했다.

이후 선도위원회를 할 때도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읽게 되었다. 법과 절차를 따라야 비로소 처분이 합리적이고 합당하다고 인정받았기에 자세히 읽었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부 선생님들이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학생들도 따라야 할 법이 있다. 바로 학생생활규정이다. 학교에는 생각보다 많은 규정들이 존재하는데, 그 중 학생들과 교사가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은 학생생활규정이다.

대부분 학교와 교사는 학생생활규정 내의 상벌점표나 간략히 요약된 징계 사안 표만 공유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생활지도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할 것은 학생생활규정을 읽고 필요하다면 개정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대부분 학교의 학생생활규정에는 생활선도협의회와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 대한 사안은 물론, 동하복 착용기간, 교내외생활과 학생회나 동아리운영, 표창장과 유급 및 징계규정 등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마다 학교생활협약이라고 해서 이 생활규정에 대한 세부내용들이 다 조금씩 달라져 있다. 그런데 이런 학생생활규정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교사를 본 적이 없다. 생활지도를 하더라도 규정에 맞게 해야 하는데, 규정을 알지 못하고 교사 각자의 자의대로 판단하는 것이다.

학생생활규정을 다 읽었다면 그 다음에 할 일은 각각의 항목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학생들은 ‘~하지 말라’거나 ‘~해라’는 것에 많은 의문을 품는다.

그런데 아무리 학교생활을 오래한 교사들이라도 고민해보지 않은 문제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대부분 학교에서 많이 사라진 규정이지만 여전히 ‘동복이나 하복의 착용기간’에 대해 규정해놓고 있는 학교가 많다.

왜 착용기간을 정해 더위와 추위에 상관없이 교복 시기를 제한하는 걸까? 부당한지 부당하지 않은지를 떠나서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5월에도 더운데 하복을 왜 못 입냐”, “아직 더운데 왜 10월에 동복을 입어야 하냐” 등으로 학교에 항의를 하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왜 규정을 안 지키냐”며 다툰다.

누군가는 이것이 부당한 전체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최근에는 이러한 지적이 받아들여지면서 사라지는 추세다.

그러나 한편으로 존 로크는 그의 저서 <교육론>에서 “추위나 더위를 견디는 것은 신체를 단련함으로써 정신을 단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은 자연의 조건을 불편으로 느끼지 않고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교복 기간을 지정한 것도 약간의 더위나 추위를 참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로크라는 권위에 호소하려는 것이 아니다. 각 규정에 대해서 규정의 배경이나 나름의 근거를 고민할 때, 우리는 그 규정을 유지해야하거나 폐지해야하는 이유를 제대로 고민할 수 있다.

단순히 ‘통일감’을 주기 위해서라는 근거나 생활지도에서의 ‘편의’ 같은 이유가 아니라, 규정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가치’를 고민할 때 비로소 학생들에게 어느 가치가 중요시되어야하는지 가르칠 수 있는 것이다.

두발에 관한 규정 역시 마찬가지다. 두발을 규정해야하는 이유가 ‘학생다움’이라고 한다면, 학생다움이 무엇인지에 관해 고민하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그러나 학생다움에 대한 규정 없이, 그냥 편의나 통일감 등이 이유가 된다면 이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생다움이라는 단어에 포함되어있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에 따른 근거를 세우는 것은 학생이 아니라 교사가 해야 할 일이다.

최근 생활규정에 관한 흐름은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자유와 인권은 아주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가치가 개입되어있지 않은 자유란 방종의 위험이 있다.

학교에서 가르쳐야하는 것은 자유로웠던 아이들에게, 자유 이외에도 ‘어떤 가치’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발달시켜야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아닐까?

존 로크
존 로크

로크는 이렇게도 말했다.

“아이들은 감정적인 것과 이성적인 것을 일찍부터 구분하며, 이성적인 근거를 가진 꾸중에 대해서는 경의를 품는 반면 감정적인 꾸중에 대해서는 곧바로 경멸을 느낀다.”

학생들은 사실 규칙을 통해 학습하지 않는다. 정해진 규칙보다 어른의 모범을 보고 배우는 것이다. 따라서 규칙을 존중하는 어른의 태도야말로 학생들에게 규칙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학생생활규정을 읽고 규칙에 이성적 근거를 부여하는 것이 교사들에게 중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로크의 말을 인용하며 맺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기분을 편안하고 활기차고 자유롭게 유지하면서 동시에 마음속으로 원하는 부적절한 욕망들은 억제하고 하기 싫지만 해야 할 일들을 하도록 만들 것인지, 이들 서로 모순되는 듯 보이는 두 가지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진정한 교육의 비밀이 들어있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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