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등 문제 지적 기계식환기장치 "KS 인증 후 설치 재 추진"
방진망, 기계식환기장치, 공기청정기 한계 뚜렷
연구보고서는 '방진망+공기청정기' 1순위 추천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경기도교육청의 기계식환기장치 설치 사업이 KS 기준 미비, 효과성, 소음 문제 등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학교보건법 개정’에 따라 2020년까지 관내 모든 유초중고 교실에 공기청정기와 환기설비 설치를 완료해야 하지만 기계식환기장치 설치가 늦어지고 있는 것.

미세먼지는 봄철에 가장 심하고 개학은 바로 앞까지 다가왔지만, 학교 설치 작업은 전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이 마련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은 공기청정기 임차와 기계식환기설비 설치 사업 병행 추진이다.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약 21%에 해당하는 학급에 기계식환기설비를 설치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일부 도의원이 소음 등 기계식환기설비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해 총 1473억원의 예산 집행이 미뤄졌다.

이런 가운데 도교육청은 우선 올해 259억원을 들여 지난해 공기청정기 임차가 만료된 3645개 학교 3만5885개 교실에 1대씩의 공기청정기를 임차하기로 결정, 모든 유·초·중·고 교실에 1대의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기로 했다.

그러나 공기청정기 임차 외에 도교육청은 교실 내 공기질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창문형 필터, 기계식환기설비, 공기청정기 활용 등이 각각 장단점이 있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에듀인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창문형 필터는 여름과 겨울에도 창문을 열어놔야 하는 점, 공기청정기는 환기가 안 되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는 점, 기계식환기설비는 소음과 비용부담 등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또 기계식환기설비에 대한 KS 표준이 없어 효과성을 입증할 방법도 없는 상태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기계식환기설비는 소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오는 6월께 KS 표준이 나올 것으로 안다. KS 표준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연구 결과는 기계식환기설비에 대해 부정적이다.

◇ 한양대 기후변화대응센터, 공기청정기+창문형 필터 병행 설치 제안

한양대기후변화대응센터가 지난해 2월 교육부에 제출한 다중이용시설 공기질 개전 방안 실증-학교 교실 내 공기질 개선을 위한 창문형 필터 적용 실증’ 보고서는 공기정화설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연구진은 “공기청정기와 함께 공기정화설비나 창문형 필터를 설치하면 미세먼지는 40%까지 줄어든다”고 밝혔다.

창문형 필터 설치 유무에 따른 교실 내 이산화탄소 변화 표.(출처=다중이용시설 공기질 개선 방안 실증 보고서. 한양대 기후변화대응센터. 2019)
창문형 필터 설치 유무에 따른 교실 내 이산화탄소 변화 표.(출처=다중이용시설 공기질 개선 방안 실증 보고서. 한양대 기후변화대응센터. 2019)

그러나 “창문을 닫으면 교실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2300ppm까지 급증한다”며 “(이는) 현행 학교보건법상 교실 안 공기질 기준 이산화탄소 농도 1000ppm을 두 배 넘게 초과한 수치이고,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나른함과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공기정화설비를 가동하면 소음이 기준치(55db)보다 19.7db 높아지고 미세먼지가 다시 일어나며 냄새가 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며 “공기청정기와 함께 공기정화설비를 가동하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의 분석은 공기정화설비를 가동할 경우, 교실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고, 기준치보다 높은 소음 발생으로 수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창문형 필터(방진망)를 적용한 교실의 경우 고농도 경보 발령 시에도 자연환기가 가능하고 실내 공기질이 개선되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외부창문에 창문형 필터를 적용하고 실내로 유입되는 미세먼지는 공기청정기 등을 통해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한 '학교 체육관 적정 모델 연구' 보고서에서는 방진망, 기계식환기설비, 공기청정기를 비교 분석, 방진망+공기청정기 설치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출처=학교 체육관 적정 모델 연구 보고서)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경기도교육청에 제출한 '학교 체육관 적정 모델 연구' 보고서에서는 방진망, 기계식환기설비, 공기청정기를 비교 분석, 방진망+공기청정기 설치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출처=학교 체육관 적정 모델 연구 보고서)

◇ 한국자치경제원, 방진망+공기청정기 1순위 추천...기계식환기장치 소음·공사비 등 문제 지적

경기도교육청이 한국자치경제연구원에 연구 의뢰한 ‘학교 체육관 적정 모델 연구’ 보고서 역시 방진망(창문형 필터)과 기계식환기장치, 공기청정기를 비교한 후 1안으로 방진망+공기청정기를 추천했다.

다만 체육관과 교실은 크기 등 환경이 조금 다르다는 한계는 있지만, 약 2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연구에 따르면 방진망은 기축·신축 건물 모두 적용이 가능하고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 모든 공간에 적합하지만, 열회수능력이 없어 봄과 가을에 적합하다.

기계식환기설비를 일컫는 공기순환기와 수직·무덕트형 공기조화기, 수평·덕트형 공기조화기는 소음과 공사비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공통으로 적용이 가능한 제품, 기존 건축물에 적용이 가능한 제품, 신축 건축물에 적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나눌 수 있다”며 “방진망은 모든 시설에 공통으로 설치할 수 있고, 각종행사로 사람이 집중될 때 미세먼지를 더 저감하기 위해서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진단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의뢰한 연구진이 방진망과 공기청정기 조합이 가장 적당하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라는 점에서 연구결과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당 연구는 비용 측면에서도 45㎡기준 방진망은 135만원, 대형급배기 2800만원, 기계식환기장치는 3000만원~1억1000만원, 공기청정기(5대) 194만원을 제시해 방진망의 경제적 효과를 부각시켰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국가에서 KS 표준을 만들면 그에 맞춰 각 환기 설비의 성능을 비교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미세 먼지 많은 봄, 결국 추가 대책 없이 또 지나가나..."공청회 등 해 빨리 결정해야"

결국 올 상반기에는 공기청정기를 임차하는 것 외에는 추가 대책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미리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위원은 "지난해 기계식환기장치에 대한 교육부의 성능 검사 결과 소음이 발생하고 미세먼지 처리 성능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나타났다"며 "올 6월께 나올 KS 규격과 이를 통과하는 제품이 있으면 의회에서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미세먼지로 고통 받은 게 한 두 해도 아닌데 아직 해결책을 못 찾은 교육청의 행정 처리가 아쉽다”며 “특히 기계식환기설비의 경우 예산이 꽤 들어가는 만큼 대대적 공청회 등을 통해 세금이 허투로 쓰이지 않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올해 유치원과 특수학교 10곳에 기계식환기설비를 설치, 효과성과 소음 문제 등을 살핀 후 결정할 방침이다. 경남과 인천교육청은 경제적이고 기존·신규건물 모두 적용적합하며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데 입증된 데이터를 갖고 있는 ‘창문형 방진필터’ 환기장치를 공기청정기와 복합설치하는 ‘공기정화설비 내실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