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만3∼5세 무상교육) 예산이 누더기로 전락하고 있다. 불똥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튀면서 유치원 예산까지 전액 삭감되는가 하면 유치원 예산을 쪼개 어린이집 보육비를 일부 메꾸는 곳도 적잖다. 일부 지역에서는 의회 예산 심의 결과에 대해 교육감이 부동의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따르면 22일 현재 내년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시·도의회 본회의 심의가 완료된 곳은 모두 16곳에 이른다. 경기도의회는 본회의가 연기된 상태다.

17개 시·도 교육청 중 어린이집 누리예산이 전액 편성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서울·경기·광주·전남·세종·강원·전북 등 7곳은 편성된 예산이 아예 없다. 경남과 제주는 2개월분, 부산·인천·대전·충북·충남·경북은 6개월분, 대구는 8.1개월분, 울산은 9개월분이 의회를 통과했다.

액수도 제각각이다. 인천이 561억원으로 가장 많고 ▲충남 536억원 ▲경북 493억원 ▲부산 488억원 ▲대구 484억원 ▲충북 412억원 ▲울산 348억원 ▲경남 249억원 ▲제주 76억원 순이다.

유치원 누리예산도 서울(2524억원)·경기(5100억원)·광주(598억원)·전남(482억원) 등 4곳은 의회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됐다.

반면 울산(569억원)·세종(86억원)·충남(671억원)·전북(691억원)·경북(1167억원)·경남(1442억원)·제주(166억원) 등 7곳은 12개월분 전액이 편성됐다. 나머지 6곳 중에서는 부산이 7.6개월분, 대구가 8개월분, 인천·대전·강원·충북은 6개월분만 편성해 상반기에는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인천과 충북, 충남 등 3곳은 본회의 의결사항을 교육감이 동의하지 않아 갈등을 빚고 있다. 인천은 당초 교육청에서 유치원 12개월분 1156억 원을 전액 편성하고, 어린이집 누리예산은 "정부 책임"이라며 단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지만, 의회에서 유치원 예산을 반토막내 어린이집 6개월분(561억원)을 땜질식으로 의결하자 교육감이 '부동의 카드'를 꺼내 든 상태다.

충북과 충남도 비슷한 사례로 당초 0원이던 어린이집 누리예산이 유치원 예산을 끌어써 각각 6개월분씩 편성되자 양 교육감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정부와 교육청의 맞대응으로 불거진 누리과정 혼란은 법적 다툼마저 예고하고 있다.

충북에서는 교육감 부동의에도 불구, 도의회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강제 편성한 것을 두고 법적 공방이 커지고 있으며, 정부가 누리예산 미편성 교육청에 대해 직무유기 등으로 법적 대응할 경우 이에 반발한 교육청 또는 교육감협의회의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