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학교가 문을 3주나 닫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직장인은 재택근무를 하고, 발이 끊긴 상가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 기름을 부어 많은 국민의 생존을 위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엄중하다. 이렇게 우리 삶의 방식도 바꿔 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상은 흘러가야 한다. 이 와중에 교육부 업무보고가 이번 주 보도계획에 포함된 것을 보고는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 시국에 힘들겠다고. 살짝 기대도 했다. 드디어 학사일정, 수업시수 등에 대한 변화의 물꼬가 마련될 지도 모른다는.

그런데 뚜껑이 열린 교육부 2020 업무계획은 '앙코 없는 찐빵' 같았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확진 판정을 받은 미성년자가 200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한 날. 유치원과 어린이집, 초‧중‧고교와 대학교가 문을 닫아 정상적 교육이 진행되지 못해 개학을 2주 더 연기한다고 발표한 날 나온,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책이 포함되기를 기대한 것이 잘못인가라는 의심을 하게 했다.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혁신, 미래를 주도하는 인재양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고교 서열화 해소 ▲일반고 역량 강화 ▲고교학점제 추진 ▲학교공간 혁신 ▲대입 공정성 강화 ▲사학 혁신 ▲대학 혁신 ▲전문대학 혁신 ▲고교 취업 활성화 등 10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안심학년제’ 도입‧적용 ▲AI·첨단분야 인재양성을 위한 학교교육 기반 조성과 대학혁신 지원 ▲고교학점제 추진 ▲대학과 지자체 협력을 기반으로 한 지역혁신 지원 등을 담았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코로나19 사태가 교육을 집어삼키고 있는데 업무계획의 어느 한 줄도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와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는 효과적인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나마 제시한 정책도 새로운 게 없다. 이전 정책을 재탕, 삼탕하며 백화점 식 나열에 그칠 뿐이다.

학생과 교직원 등 교육 구성원들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수업과 학습권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혁신’만 외쳐대고 있다.

교육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는 매년 연초에 업무계획 발표를 통해 나아갈 방향과 목표, 구체적인 정책수단 등을 제시한다.

각 정부부처의 업무계획을 보면, 해당 부처가 무엇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관심사가 무엇인지, 또 그 부처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

교육부 수준은 딱 이만큼이라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운 이유다.

대립물의 충돌과 조화, 다원성과 통일성의 긴밀한 관계, 로고스(Logos)에 주목했던 고대 그리스 사상가 헤라클레이토스는 ‘판타 레이(panta rei)’, 즉 ‘만물은 끊임없이 유전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은 변한다. 만물도 매 순간 변한다. 변화가 삶의 본질이다. 정책은 변화를 담아내고 수요에 응답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교육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데도 교육부 정책에는 유연함과 개방성이 전혀 없다.

변하지 않는 교육부, 이러고도 ‘국민이 체감하는 교육혁신’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