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 버디와 함께 읽는 영어 그림책 수업, 시작은 책 목록 준비부터
소리 내어 읽는 영어, 그림책으로 친근하게 다가가 볼까?

[에듀인뉴스] 좋은 수업이 되려면 학생과의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관계 형성을 위해선 먼저 학생들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림책은 마치 마법처럼 학생들의 얼어있는 마음의 문을 열어준다. 관계 형성을 통한 수업에서 그림책은 그림책 작가의 삶, 교사의 삶, 학생의 삶을 연결시켜준다. <에듀인뉴스>는 <그림책사랑교사모임> 회원들과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 작가, 교사, 학생이 동행하는 그림책 수업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영어 그림책 Love you forever 표지(로버트 먼치 저,  FireflyBooksLtd, 1988)
영어 그림책 Love you forever 표지(로버트 먼치 저, FireflyBooksLtd, 1988)

[에듀인뉴스] 얼마 전 우리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이라는 경사가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인기도 대단했지만 그 못지않게 샤론 최라는 통역사 또한 큰 주목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철학이 담긴 길고 섬세한 언어와 한국식 개그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영어로 옮기는 그녀에게 원어민들도 열광했다.

그녀의 통역을 보며 인공지능이 제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언어능력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라는 걸 믿게 되었다.

학교의 영어 교육 방향도 그런 비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수능 영어 1등급이 목표가 아니라 공용어인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세계시민을 키우는 것!

하지만 일찌감치 영어와 멀어진 아이들은 영어를 소리 내어 읽지 못하니 당연히 듣고 말하기, 읽고 쓰기 모두 안 되는 실정이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영어를 소리 내어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효과적인 방법을 고민하며 많은 영어교육 관련 도서를 읽게 되었는데, 그 중 ‘유대인 영어공부법’, ‘박코치의 소리영어 학습법’, ‘하루 20분 영어 그림책의 힘’, ‘이상민 교수의 창의력 영어’ 등의 책에서 많은 아이디어와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영어 그림책 활용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목록을 준비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처음에는 책에서 소개한 영어 그림책들을 구입했다. 하지만, 아이들과 직접 수업을 해보니, 반응이 좋지 않은 책들도 많았다. 내가 직접 읽고 고르는 것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주말마다 영어도서관에서 직접 책을 찾아 읽고 골랐다.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는 스토리라인온라인 사이트가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유명배우들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주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책을 선택할 수 있고, 책이 수준별로 안내되어 있어 더욱 좋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 추천 목록
채미경 교사가 추천하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영어 그림책 목록

유튜브에는 책을 읽어주는 동영상도 무궁무진한데 원어민들의 댓글 수가 많은 책이나 긍정 댓글이 많은 책을 들어보고 구입하면 아이들 또한 책을 좋아하고 열심히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책을 읽을 때는 모둠별로 소리 내어 읽기를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모둠이 함께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책에 따라 다양한 활동 방법들을 적용했다.

‘영어 그림책을 함께 소리 내어 읽기’ 활동을 하기 위해 한 종의 책을 6권씩 구입했다.

주로 했던 읽기 방식은 학급별 모둠을 6모둠으로 구성하고 교사가 미리 선정한 6종의 책을 교실로 가서 모둠이 읽을 책을 선택하는 시간을 주며 신중하게 고르게 한다.

이후 모둠원들은 각자 책을 한 권씩 갖고 함께 소리 내어 읽는다. 때로는 하나의 책으로 읽기 수업을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교사가 먼저 책을 읽어준 후, 모둠별로 책을 한 권씩만 나눠준 후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읽게 한다.

영어 그림책 읽기 활동은 어떻게 했을까

수업 시간에 많이 했던 2차시 영어 그림책 읽기 활동은 다음과 같다.

<1차시-책 선정 및 리딩버디와 소리내어 함께 읽기 활동>

1. 6개 모둠으로 나눈다. 학급 인원에 따라 모둠 인원은 3~5명 정도로 구성한다.

2. 모둠마다 소리 내어 읽기를 리드하는 reading buddy(영어를 읽고 번역할 수 있는 영어수업 친구)를 한 명씩 포함시키고, 그림을 담당할 illustrator(삽화가)도 꼭 포함시킨다.

3. 각 모둠 구성원 중 reading buddy 1명, illustrator 1명 외 다른 구성원은 writer(작가)나 king of vocabulary(어휘검색 도우미), presenter(발표자) 중 본인이 원하는 역할을 맡게 한다.

4. 모둠 대표들이 가위바위보로 책을 선택할 수 있는 우선 순위를 정한다. 순번에 따라 모둠원들이 책을 살펴보며 자기 모둠이 읽을 책을 선택한다. 그리고 모둠원들 수에 맞게 책을 가져간다.

5. 모둠원 모두 각자의 책을 펼치고, 책의 표지부터 끝까지 그림만 본 후 모둠원끼리 책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하게 한다. 리딩 버디를 중심으로 책을 소리 내어 읽는다. 읽는 방식은 모둠원들이 정한다. 한 페이지씩 돌아가며 읽기도 하고 한 문장씩 돌아가면서 읽기도 한다.

6. 책을 읽을 때는 각 모둠별로 핸드폰을 하나씩 쓸 수 있게 하며 모르는 영어 단어는 king of vocabulary가 찾도록 한다. king of vocabulary는 평소 영어 울렁증이 있거나, 수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이 열심히 할 수 있는 역할이다.

7. 책 속에서 어려운 문장은 리딩 버디가 해석을 해주지만, 버디들도 모르는 부분은 수시로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한다. 선생님은 6모둠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만 해석을 도와준다.

8. 1차시 안에 각 모둠이 책 읽기를 완료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주며 각 모둠이 소리 내어 읽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짧게 촬영해 두었다가 2차시 모둠별 발표 시간에 동영상을 공유한다.

여어 그림책 독서 활동 결과물.(사진=채미경 교사)
여어 그림책 독서 활동 결과물.(사진=채미경 교사)

<2차시–독후 활동>

1. 모둠별 B4 사이즈의 활동지를 나누어 주고 20분 동안 각자가 맡은 역할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발표를 준비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2. llustrator는 그림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모둠원들과 상의 후 그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3. writer는 모둠원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 후 책의 중심 내용 및 주제, 책을 추천하는 이유 등을 우리말로 정리하여 쓴다.

4. king of vocabulary는 책을 읽으며 검색해 두었던 어려운 어휘 10개를 활동지에 채운다.

5. 모둠별 활동지가 완성되면 모둠별로 발표 순서를 정하고 모둠원 전부가 책을 들고 나온다. presenter는 활동지를 들고 모둠원들의 역할을 소개한 후 writer 가 요약해 준 책 소개 부분을 읽으며 책 나눔 활동을 한다.

채미경 성안고 교사
채미경 성안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