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휴업사태에서 보이는, 원격업무지원 시스템의 한계

업무포털시스템 초기 접속화면 캡처(사진=김승호 교사)
업무포털시스템 초기 접속화면 캡처(사진=김승호 교사)

[에듀인뉴스] 교육부가 지난 2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 연기를 추가적으로 2주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들은 3월23일로 개학을 늦추고 비상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비상 시스템의 결함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학교는 보안상의 이유로 학교 안에서만 사용 가능한 인터넷 망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이 이유 때문에 각 시도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교내에서 네이버나 다음 등의 외부메일이나 밴드, 카카오톡,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컴퓨터로 사용할 수 없다. 학생들이 발표자료를 메일로 전송해두었다가 로그인이 안 돼 발만 동동 구르는 일은 예사로 있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학교 내에서 이용하는 NEIS(나이스) 및 업무포털 시스템은 원칙적으로 학교 밖에서 직접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학교 밖에서 이용할 때에는 NEIS 원격업무지원시스템인 evpn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전에 evpn 사용을 신청하여 허가 결재를 받으면 외부에서도 NEIS 접속을 할 수 있다.

단, 외부에서 evpn을 사용하여 NEIS에 접속하는 순간 다른 인터넷 접속들이 차단된다. ebs 사이트를 이용한다거나, 이메일을 확인한다거나 하는 것도 안 된다.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evpn에 로그인을 한 순간부터 다른 인터넷 사이트들을 이용할 수 없다.

대체로 evpn은 방학 중에 생활기록부를 입력한다거나 공문을 접수하는 일들을 위해 필요했다. 불편한 점들도 있었지만 어차피 개학하면 해결될 일이니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처럼 비상 사태에서 evpn을 통한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evpn 접속시 다른 사이트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evpn 로그인을 한 순간부터 업무포털과 메신저 이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 다른 사이트에 접속이 되지 않는 evpn을 항시 켜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장 온라인 수업방안을 강구하라고 하지만, evpn을 켜놓은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학교 메신저 역시 evpn을 사용해야만 접속이 가능하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에서 자체 메신저를 운영하거나 사설 업체에서 제공하는 쿨메신저를 이용한다.

요즘 같은 비상상황에서 메신저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확인하는 쌍방향 소통이 원활히 이용되어야 함에도, evpn 접속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자체 메신저 로그인이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학교의 전달사항은 메신저를 통한 메시지 전달로 이루어졌다. 각 업무담당자들이 보내는 메시지에 해당 교사들이 반응하는 체계였다.

그러나 재택 근무시에는 evpn을 통해야만 접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메신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비상연락은 계속해서 학교에서 보내는 일괄 문자나 단톡방 등을 바탕으로 활용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업무포털시스템 로그인 후에는 외부 메일을 활용할 수 없다.(사진=김승호 교사)
업무포털시스템 로그인 후에는 외부 메일뿐만 아니라 공직자 통합메일도 활용할 수 없다.(사진=김승호 교사)

evpn 사용시, 공직자 통합메일을 동시 접속할 수가 없다는 것도 또 다른 문제다.

충북교육청을 비롯해 몇몇 시도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웹메일을 없애고, 공직자 통합메일로 모든 교육청 직원들의 메일 주소를 옮겼다. 그런데 이 공직자 통합메일은 evpn 사용시 접속이 불가능하다. 시스템상 외부사이트로 인식을 하는 탓인지 ‘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음’만 뜨는 것이다.

내부메일 시스템은 작용하지만, 외부와 연계해서 일을 추진하는 경우 evpn의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수차례 걸쳐가며 업무를 봐야 한다.

비상 시스템은 비상 상황에 쓸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달, 나이스의 시스템이 보안 이유로 업데이트되면서도 사용자의 편의를 증가시키는 부분은 미흡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관련기사 참조 : [에듀인 현장] 나이스(NEIS), 교사가 먼저인가 보안이 먼저인가)

학교는 방학 때마다 비상 연락체계를 교직원에게 공지 및 유인물로 안내를 한다. 이 비상연락망은 연락 순서를 만들어 실제로 어디까지 연락이 되었는지를 확인하고, 끊긴 순서에서 다시 윗선으로 보고를 해야 하는 등 나름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2018년 태풍 솔릭 등으로 인한 휴교 등에서도 확인되었지만 실제 비상상황 앞에서 전혀 이용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휴업을 결정하면서 초기에 휴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발표한 교육부의 조속한 대처는 칭찬 받을 만하다. 이제는 3주간 공백이 있을 학교 업무처리에 관한 전반적 시스템의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