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읽은 오늘] 기생충과 레미제라블로 본 교육불평등, 현장중심 해결 필요
[프랑스로 읽은 오늘] 기생충과 레미제라블로 본 교육불평등, 현장중심 해결 필요
  • 서혜정 기자
  • 승인 2020.03.04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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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린 파리정치대학 국제개발 석사과정 학생

프랑스와 한국의 공통점?...'교육불평등'
"이론 넘어 현장중심 정책 대안 내놔야"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의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왼쪽부터) 영화 레미제라블과 기생충 포스터
(왼쪽부터) 영화 레미제라블과 기생충 포스터

[에듀인뉴스] 최근 보고 싶었던 영화 두 편을 봤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기택 가족이 장남 기우의 고액 과외 자리를 통해 박사장 가족을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내용을 담았다. 래드 리(Ladj Ly) 감독의 <레미제라블 (Les Misérables)>은 스테판이 프랑스 중북부 센생드니 현의 몽페르메유(Montfermeil) 범죄방지팀에 파견된 후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비록 내용도, 감독도, 언어도 다르지만 두 영화 다 근본적으로 ‘사회 불평등’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영화에 묘사된 불평등 중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바로 교육 불평등이었다. 박사장의 자녀들을 몇 십 만원을 호가하는 과외를 받으며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실력을 향상시키는 반면, <레미제라블>의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교가 끝난 후에는 마약, 집단 폭력, 범죄 등에 쉽게 노출된다.

왜 이 아이들은 박 사장의 자녀들과 같은 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가?

한국과 프랑스의 공통점, '교육 불평등'

한국의 경우, 유아 교육 및 보육의 사교육화로 인해 출발단계에서부터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 부유한 집 아이들은 한 달에 백 만원이 훌쩍 넘는 영어 유치원을 비롯해 온갖 사교육의 혜택을 받는 받는다.

지역별 격차 또한 더욱 커져가고 있으며, 부유한 지역일수록 부진 학생의 비율이 현저히 낮고 소위 명문 대학 진학률도 월등히 높다.

반면, 경제적 빈곤으로 출발선이 달라 기회조차 없어 자포자기하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OECD의 PISA 테스트(OECD 국가들의 교육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는 프랑스가 유럽 국가 중 학생의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 편차가 가장 심한 나라로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프랑스 모두 교육 소외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은 교육기본법 제1장 4조를 통해 교육의 기회 균등성을 보장하고, 교육 격차 해소 방안, 고교평준화 등의 정책을 통해 모든 학습자가 평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프랑스 또한 1946 헌법을 통해 보편적이고 평등한 교육을 보장하고, 2015년에는 꼴레지(Collége: 우리나라의 중학교에 해당)를 통합하는 개혁안을 시행해 엘리트주의를 탈피하고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교육적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최근 교육 정책을 보며 든 생각이 있다.

교육과정 통합 및 학교 평준화를 통해 학생들 간의 경쟁을 줄이고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거시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현재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학습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가는 현실적 접근이 더욱 확대돼야 하지 않을까.

"이론적 접근이 아닌 현장중심적 정책 대안 필요"

경기도 성남 소재 다문화어린이센터 및 지역아동센터에서 영어교사로 봉사했던 경험을 나누고 싶다. 오랜 시간 맡아 가르치던 아이들 중 대다수는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은 물론, 공부에 대한 흥미와 개념조차 없는 상태였다.

‘왜 공부해야 하는지’, ‘공부가 나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었고, 그 부모조차 문제의식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심지어 한 아빠는 5학년 초등생이 한글조차 잘 몰라 상담을 했더니 “나도 까막눈이지만 이제까지 밥 잘 먹고 잘 살고 있소”라고 해 선생님들을 놀라게 하였다.

그 가정은 아빠와 엄마의 나이가 20~30살 이상 차이 나는 상황, 게다가 아빠조차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하고 하루하루 사는 일용직이고, 개발도상국 농어촌에서 친정을 살리기 위해 돈 벌러 건너 온 다문화 엄마인 상황.

아이의 학교 공부를 돕고 진로를 지도하는 것은 바라지도 못하고, 한국어 문해 능력조차 떨어지는 엄마와 그런 가정에서 아이들이 교육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임에도 한글도 잘 모르는데 영어는 어찌 알겠으며, 학교 정규 과정을 따라갈 수 없음은 오히려 당연하다 하겠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나이에 관계없이 개개인의 수준에 따라 반을 배정하고, 일반적인 영어 수업이 아닌 독서, 그림 그리기, 색칠하기, 연극하기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했다. 이에 병행하여 센터와 함께 부모교육과 상담을 적극 시행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영어에 흥미를 갖게 되고 스스로 노력을 하기 시작하는 감동적인 기쁨도 맛보았다.

소외된 계층의 학습자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대일, 눈높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정부 지원 및 민간 기관에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 학습자들이 개개인에게 필요한 알맞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 편차 해소를 위한 거시적이고 미시적이며 현장중심적 노력들을 통해 진정으로 동등한 교육의 출발선이 주어지고, 삶의 의미와 장래 희망을 새롭게 한 아이들이 힘차게 달려 나가는 내일을 꿈꿔 본다.

임예린 파리정치대학 국제개발 석사과정 학생
임예린 파리정치대학 국제개발 석사과정 학생

임예린. 미국 Franklin & Marshall College 정치·경제 학사. 르완다에서 제노사이드 및 평화 구축을 위한 리서치 및 인턴십을 하던 중 국제개발에 뜻을 두고 프랑스 유학을 결심. 현재 인권과 교육에 중점을 두고 파리정치대학에서 국제개발 석사공부를 하는 중이다.

“최연소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말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이 아닌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 평화를 위해 싸우다 쓰러진 자, 평등할 권리와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이들을 위해 나의 목소리를 냅니다.’

나 또한 나 자신이 아닌 평등한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프랑스에서의 삶과 배움을 통해 바라본 인권, 교육, 평등 및 복지 이슈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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