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돌봄을 위해 학생들의 발열 체크하는 학교 관계자들.(사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긴급 돌봄을 위해 학생들의 발열 체크하는 학교 관계자들.(사진=제주도교육청)

[에듀인뉴스] ‘코로나 19’로 긴급돌봄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학교는 학교 규모가 커서 돌봄교실이 2개 운영된다. 그래서 학년 선생님들과 조를 짜서 시작했다.

긴급돌봄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교사 2명이 나눠서 하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돌봄 선생님이 하신다.

내가 맡은 긴급돌봄 1반은 9명이었다. 이 돌봄 아이들 중에는 원돌봄 아이와 추가적으로 하는 긴급돌봄 아이들이 섞여있다.

오전 9시부터인데 8시 10분부터 오는 아이가 있다. 사정을 들어보니 학부모님이 일찍 출근하셔야 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앞 타임 담당 선생님도 8시 30분에 도착, 일찍 돌봄교실에 오셨는데 아이가 이렇게 일찍 올지 몰랐다고 하셨다. 그 선생님은 아이들이 비즈를 할 수 있도록 하셨다. 그래서 다림질을 수시로 해주셨다.

나는 10시 2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뒷 타임 긴급돌봄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마스크를 던져놓고 노는 걸 좋아했다. 몇 명 아이들이 몸으로 놀기 시작해 접촉을 금지시켰다. 마스크의 효과가 거의 없다.

발열체크는 9시에 한번, 오후 1시에 한번 해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어 집에 가는 시간이 달랐다.

수시로 학부모님께 전화를 돌려 허락을 받고 귀가시켰다. 귀가하는 아이마다 발열 체크를 했다. 이마에 대는 적외선 체온계다. 위생이 염려된다.

도시락은 집에서 싸오는 아이들과 일회용 도시락을 배달 시키는 아이로 나뉘었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도 도시락 업체 배달이 도착하지 않아 다급하게 업체에 전화했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은 후에는 도시락 반찬 냄새가 많이 나서 환기를 시켜줘야했다.

일회용 도시락은 잔반 처리라는 어려움이 있어 고민이 생겼다. 학교는 방학 중에 음식물을 처리할 공간이 없다. 다행히 도시락업체에 연락해보니 잔반을 수거해간다고 했다.

긴급돌봄을 해보며 개학 후가 상상이 되었다.

아이들은 마스크 쓰는걸 잊고 공부하고 학교생활을 할 것이다. 담임교사들은 27명 아이들을 매일 체온을 일일히 재줘야한다. 집단 전염이 우려되어 급식이 안 되면,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여야 한다. 담임 교사들은 일회용 도시락의 잔반 처리를 매일 고민해야한다.

긴급돌봄은 교사들이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에 국가공무원으로서 국민적 고통분담에 참여하는 것이다.

돌봄교실을 처음 학교에서 시작할 때는 단순히 '돌봄교실'이라는 공간만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다가 돌봄 교실의 주요 행정업무인 간식 품의와 물품 품의, 돌봄실무사 채용 등 행정업무를 교사가 해야 했다. 돌봄실무사 결강 시 교사가 대신 들어가기도 한다.

토요일이나 방학 때 돌봄교실을 여는 학교는 교사들이 돌아가며 관리교사가 되어 학교에 출근한다.

그래서 그런가. 일반인들은 어느샌가 돌봄이 교사의 주임무로 인식하고 있었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본인들이 행정업무나 관리교사를 하는 법령에도 없는 일들을 하고있는 셈이다.

교사의 임무는 ‘교육’이지 ‘보육’의 행정업무나 관리업무가 아니다.

나를 비롯한 대한민국 모든 교사들은 ‘코로나19’의 긴급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고, 방역장비 없이도 아이들의 체온을 계속 잴 것이다.

국민들도 교사들이 국가공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는 대한민국 교사들에게도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연맹 준비위원장
정재석 전북교사노조연맹 준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