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좌담] 만18세 선거권과 선거교육②
강민정...선관위 결정에 '분노' "모든 학교서 민주시민 교육 활성화 필요"
김진곤...학생 아니라 유권자 "정치권, 청소년 의견 귀담아 듣는 기회로"
천희완...만16세까지 내려야 "위반 행위는 법 아닌 교육적 지도로 해결"

[에듀인뉴스] 개정된 공직선거법이 1월14일 공표, 시행에 들어갔다. 교육계에서는 선거권 및 선거운동 가능 연령이 만18세로 하향되면서 일부 고3 학생들에게 생긴 참정권에 대해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관심이 뜨겁다. 시도교육청들은 지역 선관위와 함께 관련 교육을 진행한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시교육청이 시도하려 한 모의선거가 선거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놔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학교 내 선거교육에 대해 찬반이 분명한 가운데 <에듀인뉴스>는 4월 총선에 참여할 학생들이 있는 교육현장에서 만18세 선거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좌담은 긍·부정으로 나뉜 상황을 반영, 각각의 의견을 세부적으로 접하고자 각 3명씩 구성해 따로 진행했다.

참석 : 강민정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김진곤 시흥YMCA 사무총장/ 천희완 교사노조연맹 부설 민주시민교육연구소장/ 정리 : 지성배 기자

(사진=지성배 기자)
왼쪽부터 김진곤 시흥YMCA 사무총장, 강민정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 천희완 교사노조연맹 부설 민주시민교육연구소장 (사진=지성배 기자)

▲만18세 선거권 도입으로 4월 15일 총선부터 일부 고3 학생들의 선거참여가 가능해졌다. 이를 어떻게 평가하나.

천희완=선거연령은 낮을수록 유권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좋다. 유권자의 국가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만16세까지도 낮아지는 게 바람직하다.

강민정=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만19세 선거권이었다. 최소한 세계 평균은 하게 돼 반갑다. 정보나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져 예전 19·18세와 지금의 19·18세는 다르다. 아이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판단하고, 시민권에 대한 제한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진 발상이다.

학생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 그로 인해 정치에 학생들의 의사가 투영될 통로가 확보됨으로 인해 대한민국 정치가 젊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투표는 정치적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정치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다. 10~20대는 투표권 행사에 의한 정책적 영향을 가장 오랜 시간동안 받는다.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들에게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게 맞다.

김진곤=민주주의는 나이·남성과 여성·백인과 흑인의 벽을 파괴하면서 발전해왔다. 우리나라도 21세로 출발, 수십 년 만에 18세가 되었다. 교육감 투표는 16세까지 낮아져야 한다.

청소년도 시민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학생 유권자라는 이름으로 차별과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유권자와 학생을 동일시하면서 ‘학생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 ‘미성숙하다’, ‘학교 공간이 위험하다’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이라 본다. 선거권 하향으로 18세 청소년 시민이 생겼다. 고3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면 안 된다.

천희완 교사노조연맹 부설 민주시민교육연구소장은 "선거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정치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2020.02.06(사진=지성배 기자)
천희완 교사노조연맹 부설 민주시민교육연구소장은 "선거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정치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0.02.06(사진=지성배 기자)

▲만18세 선거권 도입이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와 한계가 있나. 또 이번 4월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천희완=정치권이 18세 유권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유권자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 현상이다. 학생 유권자들도 자신들이 정치권에 더 열심히 요구하고 책임의식을 가질 것이다. 때문에 선거연령이 16세로 낮아지면 학교 운영이 더 민주적이고 시설이 더 현대적으로 될 수 있다고 본다.

김진곤=정치권에서 유권자를 위한 정책을 내며 자신들을 선택해달라고 구애하는 것은 당연하다. 투표 참여율이 중요하다. 총선이 끝난 이후 18세 청소년의 투표 참여율에 따라 관련 정책들의 무게가 달라질 것이라 본다.

선거는 전쟁이다. 56만명의 신규 투표자 수는 굉장히 크다. 정치권에서는 그들을 위한 내용과 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강민정=유권자가 된다는 것은 축하받을 일이다. 공적 책임 속에서 권리를 행사하는 동등한 존재이다. 사회가 너무 부정적이고, 우려스럽고,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아이들이 얼마나 위축되겠는가.

젊은 유권자에 대한 정치인의 민감성이 높아질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청소년과 성인에 대한 차별이 굉장히 많다. 단적으로 경로당이 얼마나 많나. 선거때만 되면 경로당을 중심으로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많다. 이에 비해 청소년 관련 센터 등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청소년을 위한 배려 구조가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청소년이 유권자로서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김진곤=선거는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다. 현재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좀 더 빠를 수 있으나 미래 적응력은 절대 청소년을 따라갈 수 없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체제다. 공화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를 대의할 대표자를 뽑는 것이며 그것에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

그동안 청소년 관련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서도 모든 동에 청소년 시설을 만들게 되어 있으나 지자체 사무이다 보니 유권자가 아니어서 그런지 자꾸 밀렸다. 노인복지관 등에 비해 덜 활성화한 이유를 이곳에서 찾는다.

청소년은 ‘미성숙해 인기투표할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왜 우리나라 교육계는 가만히 있지 않는가. 무려 12년을 세계적인 교육을 했는데 그 과정의 끝에 있는 18세가 미성숙하다고 하면 교육 자체의 문제 아닌가.

강민정=교육 비전문기관인 선관위가 교육문제에 결정적 결정을 하는 데도 교사들은 가만히 있는 게 이상했다.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데 말이다.

강민정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는 "실질적으로 모든 모의선거를 막은 선관위의 결정에 분도한다"며 "선관위가 선거법을 과잉 해석했다"고 지적했다.2020.02.26(사진=지성배 기자)
강민정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는 "실질적으로 모든 모의선거를 막은 선관위의 결정에 분도한다"며 "선관위가 선거법을 과잉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2020.02.26(사진=지성배 기자)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모의 선거 진행이 선관위 결정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선관위의 결정을 어떻게 보나. 선관위는 민간단체(징검다리) 주도는 괜찮다는 해석을 내놨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강민정=선관위의 결정에 분노한다. 사실상 모든 선거교육을 금지한 것이다. 선관위는 민주시민교육, 특히 선거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기관이다. 선거법에 대해 굉장히 기계적으로 영혼 없이 해석한 결과다.

학교 수업시간에 선거를 배우고 체험학습 일환으로 투표하는 것이 갖는 교육적 효과는 크다. 그러나 선관위는 시민단체만 가능하다고 해 학교 교육 안에서 모의 선거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왔다. 학교 내 선거교육이 원천 봉쇄된 것이다. 시민단체만 단독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모의 선거 교육 취지가 사라진 것이다.

YMCA는 지난 2017 대선, 2018 지방선거를 앞두고 학교밖 청소년이 참여하는 모의 선거를 대규모로 진행했다. 모의 선거 확대가 필요하다. 이제는 학교 밖에서 학교 안으로 들어와 모의 선거가 이뤄져야 한다. 공교육에 이미 민주시민교육을 하게 되어 있다. 선거교육이 교육과정으로 들어가야 훨씬 체계적인 민주시민 교육이 될 수 있다.

김진곤=교육부나 선관위는 교사보다 민간단체가 더 중립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반대로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민간단체가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것이라는 게 합리적 의심인데 민간단체가 하는 게 교사들보다 더 중립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98% 정도의 청소년이 학교 내에 존재한다. 2017년 대선이나 2018년 지방선거 모의 선거에 학생 11만명 정도가 참여했다. 해당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관련 포스터를 학교에 부착해달라고 하고 청소년 등교 시간에 정문 앞에서 홍보해 등록하게 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제는 이러한 학교 협조 자체가 안 된다. 상당수 교육감들은 의도가 좋다며 학교에 참여를 독려하는 공문도 보내고 안내해줬는데 이제는 완전히 막혔다. 교원이 참여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모의 투표에 참여한 청소년에게 설문조사를 해 어떤 기준으로 투표했는지 물었다. 학생들 상당수는 공약, TV토론회를 보고 후보자의 됨됨이를 평가했다고 한다. 일반 유권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이런 수업을 해야 하지 않은가.

선관위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 선관위는 새롭게 형성된 유권자들이 생애 첫 투표를 할 수 있도록 온갖 홍보를 해야 한다. 그러나 투표 참여를 위한 홍보, 이벤트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천희완=공직선거법에서는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모의 선거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특히 선거 전에 모의 선거 결과를 공표하는 것도 아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더 명확하다. 교사, 학교, 교육청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 하겠다는 것이다. 법의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이번 선관위 해석은 상당히 지나치다.

유권자뿐만 아니라 유권자가 아닌 청소년도 자기 입장을 언제든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정치 활성화, 자유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청소년이 자기 의견을 표명하는 활동이 활성화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모의 선거를 막을 합리적 이유가 없다.

김진곤=만17세 이하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도 중요하다. 선거권 없는 자의 정치활동을 말하는 것이다. 얼마 전 선거권 없는 자가 선거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모 목사가 구속됐다. 17세 이하는 선거권이 없다. 아이들이 ‘나는 누구를 지지해’라고 하면 불법이 되는가. 누구나 본인의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선거권 없는 자에 대해 막아 놓은 여러 장치를 없애야 한다.

강민정=미성년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공직선거법에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식 선거 캠프에서 미성년자를 선거운동원으로 고용한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취지다. 선거운동원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에 관한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말할 수 없도록 한 과잉 해석이다.

학교에서의 선거 교육도 같은 잣대로 본다. 선관위는 민주적인 선거가 되도록 하는 취지에 적합한,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법 해석을 해야 하는데 금지를 위한 법 해석을 하고 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일 일명 ‘학교 내 정치편향 교육방지법’을 발의했다. 교원이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는 행위 금지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초중등학교에서 학생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강민정=우리나라는 국가공무원법,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에서 이미 공무원인 교사는 정치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추가하는 것은 실효적이지 않다. 법적 효과를 목적으로 했다기보다 사회적으로 강조하려는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교사들에겐 정치기본권이 없다. 투표하는 행위에 관한 투표권만 있다. 정당가입도 안 될 뿐만 아니라 선거기간에는 정당이나 후보 게시물에 '좋아요'도 누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벌칙조항을 만드는 것은 이중삼중의 억압이다.

적어도 국회의원이라면 어떻게 하면 자유로우면서도 편향성이 없는 교육적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천희완=학교에서는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데 편견 없이 균형 있게 가르쳐야 한다. 정치 편향 교육은 안 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현재도 정치 편향 교육을 하면 학교에서 징계한다. 그런데 곽상도 의원의 법은 징계보다 더 강한 형벌을 가하자는 것이다. 가능하면 형벌은 제한되어야 한다. 교육공무원징계규정 등이 있기 때문에 지나친 발상이다.

김진곤=이 법 자체가 학교 현장을 더 정치화하고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이미 교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있다. 교사들이 목숨 걸고 정당 지지운동 안 한다. 자기 직을 걸고 왜 하나.

특히 초중학교에서 학생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은 학생인 유권자를 차별하거나 차이를 두려는 것이다. 법 자체가 있으면 안 된다. 위헌 소지까지 있어 보인다.

강민경=교사의 가르칠 권한을 박탈하는 것으로 교사의 교육권 침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생생한 체험학습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천희완=학생들이 선거운동 하면서 수업 분위기를 해친다든가 학교 운영 자체를 어렵게 하면 교칙에 따라 처벌받는다. 교육적인 처벌과 지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진곤 시흥YMCA 사무총장은 "18세 선거권 하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왔다"며 "총선이 임박해서 급히 처리됐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2020.02.26(사진=지성배 기자)
김진곤 시흥YMCA 사무총장은 "18세 선거권 하향은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왔다"며 "총선이 임박해서 급히 처리됐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2020.02.26(사진=지성배 기자)

▲민주시민교육은 필요하나 안전장치들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또 총선을 앞두고 급히 처리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김진곤=1998년 신문 기사를 보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18세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나 선관위도 만18세로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이미 5년 전에 국회에 제출했다. 총선이 임박해서라는 표현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늦었다 빨랐다라는 말 보다 이제 시작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강민정=18세 선거권이 패스트트랙에서 급격하게 포함되면서 준비 못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이다. 김진곤 사무총장님 말씀대로 이미 오래전부터 이야기되어 온 사안이다. 전혀 새롭거나 급히 처리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변화한 상황이 무엇인지 정확히 봐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이나 선거교육을 해야 한다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선거권 하향으로 학생들에게 선거권자가 생겼다는 것뿐이다.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대응하고 친절하게 교육해야 한다.

천희완=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여건이 덜 마련돼 부적절하다는 것은 잘못됐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중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그 안에서의 적절한 규제가 기본이 되는 사회이다. 민주시민교육을 하라고 권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5060세대는 자기 학교 다닐 때 상황을 생각한다. 옛날처럼 정권에서 이야기하면 그쪽 편드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을 통해 민주시민교육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미 예비교원들이 다 그렇게 교육받고 졸업했다. 민주시민교육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격려해야 한다.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해도 선거법을 위반하는 학생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선거법을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을 텐데. 선거법 위반 학생에 대한 대책을 제시한다면.

천희완=학교는 교육적인 현장이다. 학생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계획적으로 법을 어기며 행위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만약 위반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학생에게 왜 그렇게 했는지를 들어보고 그래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토론이나 대화를 통해 고쳐나가야 한다. 교육적인 지도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

강민정=선관위의 선거법 해석에 따르면 10살짜리 학생이 수업시간에 ‘이 공약이 마음에 들어’라고 하면 선거법 위반이다. 얼마 전 모 목사가 수천 명을 모아 ‘~합시다’라고 하는 행위를 똑같이 선거법으로 규율하는 게 정상적인가.

설문조사와 관련 학교에서 학문이나 학술연구를 위해서는 가능한 것으로 예외조항을 두었다. 교육도 이렇게 예외조항으로 포함해 보호해야 한다. 자유롭게 모든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보호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

김진곤=일본은 이러한 경우를 대비, 경미한 선거 사범의 경우 훈방조치, 학교 내 지도 위탁 등으로 정했다. 법적 잣대와 기준으로 처벌하는 게 아니다. 의도치 않은 경우와 의도한 경우, 몰라서 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학생에게는 경미한 부분을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할 필요 있다.

특히 학교 공간의 비유권자에게까지 현미경 잣대로 진단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도한 권력 남용이다.

▲학생들과 학교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조성해 나가야 할까.

강민정=교육이라는 것이 가지는 특수성을 사회가 인정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교육 안에서는 오히려 실수나 실패가 많아야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크다. 사회적으로 민주시민 교육의 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의견의 차이도 줄이고 상호 불신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 정치적으로 휘둘린다는 것도 논쟁적이다. 2016년 세월호 사건 때, 중고등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업을 하겠다고 하자 교육부에서 징계하라는 공문이 내려왔다. 어떤 게 정치적인가. 그런 수업을 하겠다는 교사가 정치적인가, 그렇게 하는 교사를 징계하라는 교육부가 정치적인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게 하려면 민주시민교육이 잘 되어야 한다.

천희완=정치인이 학교를 대하는 인식, 학교가 정치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야 한다. 학교는 정치인들을 좋아하고 존중하며 비난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쌓여야 한다.

교사들은 정치가 아름다운 것, A당이나 B당의 정책이 대한민국을 위해 나온 것 등 정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균형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교육해야 한다. 정당이 잘 돼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정당 활동을 국가나 국민이 응원해야 한다고 가르치자. 정치권에서 다투기도 하지만 본질은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평소에 가르쳐야 한다.

김진곤=학생과 학교는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일 시해서 정치화 걱정을 하면 안 된다. 학생이라는 개인과 학교라는 공간이 존재한다. 민주시민교육 등을 하는 이유는 최소한 정치적 인간이 되자는 것이다. 올바른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이 되자는 것이다. 자신이 뚜렷하면 정치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정치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민주당, 통합당이 정치가 아니다. 현대시민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학생들에게 필요하다. 학교라는 공동체는 이미 법적으로 충분히 보장돼 있다.

▲만18세 선거권 도입으로 학교규칙 개정 등 제도적 부분부터 교원의 역할까지, 준비할 사항이 많다. 선거교육,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김진곤=만18세 선거권이 출발점이라면 피선거권도 낮춰져야 한다. 국회의원 25세, 대통령 40세가 아니고 유권자와 동일하게 18세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40대 총리, 10대 국회의원 부러워할 게 아니다. 청소년에게 참여의 길을 넓혀줘야 한다.

교사에 대한 선관위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 1980년대 주입식 교육자가 아니다. 흥미를 유발하고 참여하게 하고 토론하게 하는 촉진자이다. 선관위가 가진 교육에 대한 관점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천희완=선거교육을 이렇게 하겠다 하는 교사는 없다. 이번 선거의 성격은 이렇고 정당의 공약은 이렇다고 비교하면서 수업하는 교사는 거의 없다. 민주시민교육의 꽃은 선거교육이다. 선거 시기에는 학교에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선생님이 그럴 수는 없다.

이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민주시민이라는 과목을 만들어 정치에 대한 전문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들의 전문성과 자발성을 존중해야 한다. 교육과정으로 진행하면 안전한 환경에서 교사들이 선거교육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청 주관하에 교원이 실시하는 모의 투표는 선거권이 없는 학생 대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선관위 발표가 나왔다. 모의 선거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마음이 없다. 선거교육 차원에서 하는 것을 선거권이 있든 없든 막는다는 게 민주주의 교육을 주장하는 교사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조용한 게 아니다. 자기의 의견들을 이야기하면서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선관위나 정부는 민주주의의 성격을 잘 이해하라.

강민정=학교마다 교칙은, 선거권 하향으로 인해 충돌되는 지점 있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유권자 학생이 갖게 됐는데 많은 학교에서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개정해야 한다.

선거권 연령 인하는 학교 안 자기 성찰 속에서 시대 변화에 맞게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선거법이 바뀐 것에 상응하는 방식의 학교 규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많은 교사가 선거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은 2022년 전국에 있는 모든 중고등학교에서 모의 선거교육을 하도록 하는 게 국가 목표다. 우리나라도 교원들이 선거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교육적 역량을 쌓아갈 수 있도록 연수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교과에 민주주의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게 되어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는 지식만으로 획득하는 게 아님을 체득했다. 교과도 중요하지만 민주주의는 지식이 아니고 가치와 태도를 체득하도혹 하는 것이다. 독립교과보다 학교 전체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지도록 교사의 민주시민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가 참여한 좌담은 1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