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천재 해커 출신 장관이 만든 '마스크 재고 확인 앱'을 보고...

[에듀인뉴스] "20대 때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수용할 만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글은 나의 삶과 정책적 철학을 바탕으로 주관적 관점으로 이루어진다. 내 시선이 옳을 수도 틀릴 수도 있지만 나름 나라를 위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의도적으로 주관적이고 관찰적 시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하되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객관적 지식 및 데이터는 최소화 할 것이다. 정책가는 좌우 이념의 대립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그게 내 신념이다." 젊은이의 눈에 비친 세계, 직접 경험하고 공부하며 깨달은 철학은 무엇일까. <에듀인뉴스>와 함께 '옥승철의 세계 정책여행’을 떠나 보시지요.

지난달 28일, 서울 행복한백화점 앞에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사진=jtbc 뉴스 캡처)
지난달 28일, 서울 행복한백화점 앞에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사진=jtbc 뉴스 캡처)

[에듀인뉴스] 우리 부모님뿐만 아니겠지만 나이 드신 두 분이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2~3시간 서서 기다리고 계신다는 소식이 안타깝다. 한국에 있다면 대신 마스크를 구하러 뛰어다녔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정책과 행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마스크 대란에 정부가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매번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느라 벅차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하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이제 다같이 자성해보자는 것이다.

아직 민간에 맡길지 국가가 통제 하는 게 나을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의 경우 정부가 이미 마스크 대란을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해 놨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지난 1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바로 마스크 수출을 전면 금지하였고, 정부가 마스크를 일괄구매 후 약국에 분배하고 그 수요를 관리하고 있다.

대만에서 만든 마스크 앱은 지도에 마스크 수량을 알 수 있도록 표기, 국민들이 앱을 통해 재고가 남은 약국을 방문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사진=mask.goodideas-studio.com 캡처)
대만에서 만든 마스크 앱은 지도에 마스크 수량을 알 수 있도록 표기, 국민들이 앱을 통해 재고가 남은 약국을 방문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사진=mask.goodideas-studio.com 캡처)

39세의 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총무정무위원(장관)인 오드리 탕은 ‘마스크 수요공급 자문센터’를 설립하고 대만 내 약 6000개가 넘는 약국을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실시간 마스크 재고 상황 등을 데이터화하였고, 실명인증을 통해 마스크를 구매하도록 하였다.

이 프로세스를 완성하는데 단 3일이 걸렸다. 이는 담당 공무원들이 웹구조(web architecture)에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오드리 탕 장관은 민간 개발자들이 데이터를 빠르게 공개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었고 민간 개발자들에게 개발을 의뢰하였다. 민간에서는 공개된 정보를 활용하여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시민들이 마스크를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마스크 앱은 그 수가 10개가 넘으며 지도의 색을 통해 실시간으로 약국의 마스크 재고 상황을 알 수 있다. 핑크색 표시는 재고 20% 이하, 노란색은 20~ 50%, 녹색은 50% 이상 남았다는 뜻이다.

또 혼잡을 막기 위해 구매 홀짝 제도를 도입하고 건강보험증 번호 끝자리가 홀수인 사람은 월·수·금·일요일, 짝수인 사람은 화·목·토·일요일에만 구매를 가능하게 하였다. 구입 가능 수량도 일주일에 2매로 제한, 실시간 트렉킹하고 있다. 사재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도 마스크 구입 실명제를 도입하여 일주일에 2개만 구입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고, 마스크 홀짝 판매제를 6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처럼 미리 대비하지도 못하였고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대만의 사례를 따라 하기 바쁘다.

사실 대만의 마스크 원활 공급 및 수요의 가장 큰 핵심은 실시간 마스크 재고 상황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줄을 서는 모습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마스크 재고 실시간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여 민간에서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관련 앱을 만들어야 한다. 마스크를 보유한 약국을 지도에 표시하고 수량, 재고 등을 표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방문 시간대를 예약할 수 있게 만들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긴 시간동안 줄 서는 것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또한 신체적으로 방문이 불가능한 사람들을 위해 마스크를 앱으로 구매하면 배달해 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스템도 고려해야 한다.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위해서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지나간 후 미래학자, IT전문가, 보건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재난대응 시스템을 IoT기반으로 다시 재편성해야 한다. 최대한 지도를 많이 활용하길 바란다.

어느 전염병 관련 영화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앞으로 전염병에 대비를 충분히 해놓아야 한다. 이번에 겪은 전염병은 다행히도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약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계속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큰 재앙을 맞딱드릴 것이다.

옥승철 파리정치대학 행정학 석사/ 한국청년정책학회 부이사장
옥승철 파리정치대학 행정학 석사/ 한국청년정책학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