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관련 개학연기 따른 교원복무지침’과 함께 보안서약서 발송
재택근무장소 '가족 포함 외부인 출입'과 '카메라 등 촬영장치 반입' 금지도
경기교사노조 "책임 전가, 교사 잠재적 범죄자 취급 유감" 공문 도교육청에 보내

경기도교육청이 6일 학교 현장에 보낸 '재택근무 보안서약서' 일부
경기도교육청이 6일 학교 현장에 보낸 '재택근무 보안서약서' 일부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재택근무 수행 중 근무장소에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 “근무장소에 카메라, 캠코더 등 촬영장치를 반입하지 아니한다.”

경기도교육청이 6일 관내 학교에 보낸 ‘재택근무 보안서약서’에 대해 교원단체와 현장교사들은 “경기도교육청이 교사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분노하고 있다.

교육부의 개학 추가 연기 지침에 따라 17개 시도교육청은 교원복무지침을 현장에 내려 보냈다. 재택근무와 20~30% 학교 근무조 편성 등이 주 내용이다. 서약서 작성은 일부 시도교육청에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응 관련 개학연기에 따른 경기도교육감 소속 교원복무지침’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붙임 파일로 안내된 총 10개 내용이 담긴 ‘보안서약서’에는 ▲근무장소 가족 포함 외부인 출입 금지 ▲카메라 등 촬영장치 반입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재택근무 서약도 문제지만...가족 포함 외부인 침입을 금한다? “교사들이 대저택에 사나?”

교사들이 불만을 표하는 지점은 재택근무 서약서 작성도 문제지만, 장소에 가족 포함 외부인 침입을 금한다는 항목이다. 대부분 교사는 가족과 함께 지내고, 일반인과 같은 크기의 집에 사는 만큼 현실성이 없다는 것.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대부분 교사는 방 2~3개짜리 집에 산다. 안방에서 근무하면 안방을 격리하고, 거실에서 근무하면 가족들은 방에만 있어야 한다는 말이냐”며 “교사들이 무슨 대저택에 사는 줄 아냐”고 되물었다.

이어 “교육청 담당 장학사와 통화하니 공무원 예규를 가져왔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행정 중심 관료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홍정윤 경기교사노조 집행위원장은 “교육청에 문의하니 치열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서 보낸 것이다.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에 재고의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며 “이 때문에 경기도내 전 교사가 월요일(9일)에 학교에 가서 (재택근무 보안서약서)에 서명하고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해당 공문을 6일 오후에 학교 현장으로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오후 2시~4시 정도에 해당 공문을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신청 시기를 실시 전일까지로 표기했다. 공문에 따르면 실시기간은 9~20일이다. 공문대로라면 8일(일)까지 제출해야 하지만 일요일이라는 점 때문에 교사들은 9일(월) 출근해 사인 후 제출해야 한다.

엄민용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당장 다음주 월요일에 41조 연수 기안을 철회하고 재택근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며 “업무 마감 1시간30분을 남기고 이런 공문을 보내는 게 상식적인 행정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카메라 등 촬영장치 반입금지?...“핸드폰에 카메라 달렸는데”

재택근무 장소에 카메라, 캠코더 등 촬영장치 반입을 금지하는 내용에 교사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이미 카메라가 달린 핸드폰은 전 국민이 사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노트북 역시 카메라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엄민용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핸드폰에 카메라가 달린 것을 모르나. 평소 수업할 때, 교무실에서 근무할 때도 핸드폰을 수거해야 한다는 말이냐”며 “도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첫 주는 41조 연수라고 하고, 이번에는 재택근무라고 하는 교육당국이 얼마나 형식논리에 빠져 지금 국면을 접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수 있다”며 “교사 역시 감염될 수 있는 대상인데 통제하고 관리하려고만 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시각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교육당국의 무능함과 관료주의적 행태를 보여주는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원 실천교육교사모임 대변인은 “캠코더라는 단어를 보고 공무원예규를 가져왔다는 교육청 관계자 말의 뜻을 이해했다”며 “상황이 위중한 만큼 철처히 하려는 것은 이해하지만 교육당국이 현 시대에 맞는 규정을 가져 와야 하지 않겠나. 생각을 한 번만 더 했다면 이런 내용의 서약서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교사노조는 6일 즉시 “보안서약서의 내용이 학교현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많다. 보안서약서를 교사에게 쓰게 함으로써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며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행위로 사기저하와 협력적 업무 분위기 형성을 저해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의 항의 공문을 경기도교육청에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