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들의 마음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까, 아니면?

경기도교육청이 9일 오후 4시경 학교 현장에 보낸 공문. 공문에는 재택근무 보안서약서를 evpn 서약서로 대체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9일 오후 4시께 학교 현장에 보낸 공문. 공문에는 재택근무 보안서약서를 evpn 서약서로 대체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경기도교육청은 교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인가. 헤아릴 생각이 없는 것인가.

오늘(9일) 하루 경기도교육청은 '재택근무 보안서약서' 관련 결정을 몇 시간 만에 또,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덕분에 11만여 경기 교원들은 도교육청의 졸속 행정에 화를 냈다, 속상해 하다를 반복하며 마음을 졸였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코로나19 대응 관련 개학연기에 따른 경기도교육감 소속 교원복부지침’ 논란은 여기서 더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이미 주말 내내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관련기사 참조)

문제는 주말을 넘어 오늘(9일)까지 이 논란이 사그러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전에 협의 중이던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오후에도 "인사혁신처 예규를 가져왔고 보안서약서를 꼭 받으라고 했다"고 답변했다. 

그래서 기자는 인사혁신처에 문의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재택근무 시 보안서약서를 받아야 하지만 현실에 맞춰 내용을 수정 변경할 수 있음을 함께 안내하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 담당자

경기도교육청 답변과는 같으면서도 달랐다. 아니 천지차이였다.

이 때문일까. 애초 서약서 작성을 요구한 교육청은 경기, 부산, 전북 뿐이었다. 부산은 주말 내내 교육부와 협의해 원격업무지원서비스(evpn) 서약서로 대체한다고 9일 오전 밝혀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려 했다. evpn 서약서는 이미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의 학교 밖 사용을 위해 받아야 하는 것으로 동등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판단한 것.

서울시교육청 등은 공문시행 처음부터 evpn 서약서로 대체를 확정해 관내 교사들로부터 재택(원격)근무 보안서약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어땠는가. 금요일 퇴근 직전 공문을 보내 현장을 주말 내내 혼란스럽게 하고서도 “치밀하고 신중하게 결정해 재고의 여지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하더니, 문제가 되자 9일 오전까지는 '협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더니 11시45분이 되어서야 ‘애초에 첨부한 보안서약서를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는 결정을 현장에 메신저로 전달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경기도교육청은 오후 4시께 'evpn 서약서도 인정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불과 4시간 만에 또 바뀐 것이다.

그사이 교사들은 이미 재택근무 보안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결국 교육청의 늑장 행정으로 온종일 관리자도, 교사도, 아무 의미 없는 일을 한 셈이다. 게다가 '서약서'를 쓰느라 종이까지 낭비했다.

"하루 종일 '절대로 써야 한다'던 보안서약서를 'evpn 서약서로 대체 가능하다'는 공문을 퇴근 10분 전에 받았다. 퇴근 10분 전 공문 보내기가 무슨 '트렌드'냐. 널뛰기도 이런 널뛰기가 없다. 정말 불가사의하다.” -경기도 B 교사

"하루 종일 서약서 관련 맘 졸였을 우리 교사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교육행정은 신중함이 기본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알게 됐다.” - 경기도 C 교사

“오늘 교육청을 방문했다. 5시간 넘게 인사혁신처 예규라서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경기도 D 교사

기자 역시 기사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 하루였다.

경기도교육청은 주말 내내 무엇을 한 것인가. 현장을 혼란스럽게 하려고 작정을 한 것인가. 아니면, 교원들을 길들이기 한 것인가.

이래저래 교육기관의 '속내'를 본 것 같아 아쉽고 슬픈 하루의 해가 저문다.  

지성배 기자
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