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캡처)

[에듀인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잠시 멈춤 등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인의 자발적 노력이 확대되고 있다. 원인과 책임을 따지기보다 현명하게 지혜를 모으자는 공공선의 의지가 발현된 것이다. 하지만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유독 ‘불가항력’이라고 인정하거나 심지어 일부러 외면하기까지 하는 ‘철옹성’ 같은 영역이 있다. 바로 사교육 시장이다.  

전국에서 초중고생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개학이 2주 더 연기되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이번 주가 특히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만 문을 닫았을 뿐 학원은 여전히 휴원 권고에 동참하지 않거나 이번 주부터 수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학원은 ‘학부모가 원해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학부모는 ‘코로나19보다 무서운 입시제도’ 때문이라고 말한다. 입시제도와 교육열에 맞서 호소하는 것은 어쩌면 교회나 집회 참여를 자제해 달라고 하는 것보다 몇 배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할지도.

3월 5일 기준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학원 8만6435곳 중 3만6424곳(42.1%)만 휴원했고, 교습소는 4만437곳 중 1만8491곳(45.7%)만 휴원했다. 인천(14.7%)이 휴원율이 가장 낮고, 광주(18.9%)가 두 번째, 서울(34.2%)과 경기(34.3%)의 휴원율도 평균보다 낮다.

심지어 학원으로 분류 돼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사설 독서실의 휴원율은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이 수치를 보고 ‘나만 학원 보내는 게 아니군’, ‘우리 학원만 여는 게 아니네’라고 안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타인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아이들에게 학원은 가라고 하면서 PC방, 노래방은 가지 말라고 할 명분도 없다. 

더 이상 내버려 두면 안 된다. 학원은 모두가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 커다란 구멍이다. 이제는 한 명 한 명 힘을 모아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 다음 집단감염의 뇌관이 ‘학교’가 될 것이라는 방역당국의 발표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

특정 종교집단을 비난하던 손가락이 다음엔 어디를 가리키게 될지 두렵다.

학부모는 ‘나부터 학원 보내지 않기’를 실천하자. 

모두가 함께 멈추지 않으면 나만 멈춘 것 같은 불안감에 조금씩 움직이게 된다. 이런 학부모의 불안감을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이 사교육 시장이다. ‘남들도 안 하면 나도 안 할게’가 철칙이다. 하지만 지금은 순서를 바꿔야 한다. 나부터 결심해야 모두가 달라질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교문이 열리기를 바란다면 2주 동안만 흔들리지 말고 멈춰 줄 것을 호소한다. 지금 멈추지 않으면 더 오래, 더 크게 학습 결손이 생길 수 있다. 이미 개학이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학원은 제발 동시에 휴원하자.

대학교도 교수들이 직접 촬영해 온라인 강의를 하기로 했다. 사기업도 재택근무와 화상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학부모가 원하기 때문에 휴원을 못 한다면 학부모를 설득할 대안을 찾으면 될 것이다.

온라인 강의를 하거나, 숙제를 내주고 화상 통화로 피드백을 해주면 되지 않을까.

영업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는 자칫 학원‘만’ 지키자는 이기적인 주장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파산하는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이 셀 수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국가 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통 큰 결단을 부탁드린다. 

행정 칸막이를 뛰어넘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부모와 학원에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재택 근무도, 가족돌봄휴가도 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학원을 돌봄 수단으로 이용하는 학부모도 많다. 학교의 단체 긴급돌봄보다 소수 인원인 학원이 안전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이제는 관·학이 함께 나서야 한다.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연령별, 급별, 지역별로 분석해 돌봄과 학습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예를 들어 긴급돌봄 인력은 돌봄교사만이 아니라 건강가정지원센터, 육아종합지원센터, 여성인력개발센터 등에서 지원받고, 돌봄 예산도 교육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곳에서 지원한다면 가정으로 찾아가는 방문돌봄이 가능하지 않을까. 수입이 없어진 방과후 교사,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도 경제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호소를 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책팀에서 소규모 생활권 단위의 촘촘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돌봄은 분담하고 학습은 공유하는, 학교 문턱과 행정 칸막이를 뛰어넘는 협치와 마을교육공동체의 저력을 발휘할 때다.

방역과 관리는 지나칠 정도로 철저해야 한다.

확진자 정보 공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지자체에 따라 기준이 달라 인권 침해, 영업권 침해, 마녀사냥 부작용까지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 경로를 자세히 공지하는 이유는 국가가 놓치는 개인 방역의 부분을 스스로 관리하길 바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교육 당국도 그래야 한다.

특히 아동·청소년의 경우 개인 정보는 비공개로 하되 이동 경로는 자세히 공유해야 한다. 자녀가 어리거나 정보를 못 본 경우 보호자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원을 하나만 다니는 학생은 많지 않다. 바이올린 학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으면 그 확진자가 다니는 학원들이 어딘지를 알려줘야 학원과 통화를 하든지 이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마녀사냥이 더 커질 수 있다. 그 학생이 다니는 학원이 어딘지부터 카더라 통신이 돌기 시작한다.

입시학원은 구뿐만 아니라 시를 넘나들며 다니기 때문에 학원의 영향권은 광범위하다. 교문을 열고 학교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둔다면 교육부와 교육청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일관성 있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긍정의 에너지와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마스크 안 사기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들이 커지고 있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선한 행진에 언론이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학습공백 무대책’, ‘으름장 놓는 교육부’, ‘휴원 유도 가능할까’ 등의 부정적 기사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덧붙여 학부모나 학원을 찬반이나 대립 구도로 몰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오늘 당장 생계가 어려워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힘내라’, ‘따라와 달라’는 말은 와닿지 않는다.

세금을 받는 고위직 공무원과 국회의원부터 자발적으로 급여를 ‘재난기본소득’ 재원에 보탠다면 백 마디 호소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어떤 선거운동보다 박수를 받을 것이다. 금반지와 세뱃돈을 성금으로 받았던 시대와는 다른 성숙한 정치가 필요하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