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희 중앙기독중 교사
손승희 중앙기독중 교사

온라인으로 가정방문을 한다고?

[에듀인뉴스] 우리 학교는 매년 3월 말이 되면 가정방문을 간다. 우리 학교 모든 선생님들이 이틀 정도 수업을 하지 않고 집집마다 방문하여 아이들과 부모님을 만난다. 가기 전에 항상 긴장하며 들어가지만 나올 때는 아이와 부모님과 나만이 아는 비밀이 생긴 것처럼 뭔가 끈끈해진 기분으로 뿌듯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3월이 되었는데 아이들 얼굴은 사진으로만 보고 있고, 빈 교실에 썰렁하게 앉아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매일 급변하는 상황에 회의가 이어지고 하루에도 계획했던 것들이 여러 번 바뀌는 상황 속에서 3월 말에 예정되어 있던 가정방문을 3월 첫 주에 온라인으로 실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온라인으로 가정방문을 한다고?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쑥스러움이 밀려왔다. 과연 가능할까? 화면에 커다랗게 보이는 서로의 얼굴은 민망해서 어쩌나. 보다가 서로 어색해하다가 끝나는 것은 아닐까? 첫 만남인데 그래도 직접 만나야, 오고 가는 정이 느껴지지.

이전 가정방문과 비교하다 보니 아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여러 생각이 앞섰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주저할 수가 없어 도전해보기로 했다.

카카오의 페이스톡도 있지만 우리 학교는 행아웃미트라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쓰기로 했다. 업무와 수업이 구글 기반으로 바뀌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서비스이고, 학생들이 모두 개인 크롬북을 갖고 있어서 이메일로 주소 링크만 알려주면 클릭하고 바로 들어와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 부모님과 함께 반갑게 인사를 한 후, 학생과 1:1로 학생 방에서 15분 정도 이야기하고, 다시 부모님과 1:1로 15분 정도 이야기한 다음 함께 말씀 한 구절과 기도제목을 나누고 기도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를 짰다.

갑자기 화면에 나타나는 학생과 부모님의 얼굴을 보고 당황해서 처음 멘트를 놓치기도 하고 소개도 어설프게 넘어가기도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집중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고, 곧 익숙해졌다.

온라인가정방문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와 인사를 나누고 상담을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사진=손승희 교사)
온라인가정방문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와 인사를 나누고 상담을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사진=손승희 교사)

마음을 나누다

나를 처음 보는 아이들은 반응이 가지각색이었다. 쑥스러워서 질문에 겨우 답하는 아이도 있었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신나서 혼자 떠드는 아이, 보자마자 자기 화면에 나오는 얼굴이 넘 못생겼다고 반쯤 가리고 말하는 아이, 동글동글한 얼굴에 계속 웃고만 있는 아이, 사진으로만 보던 아이들이 이제야 눈에 쏙쏙 들어왔다.

그러다가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다. 한 아이는 영상통화를 시작하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우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랐지만 좀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리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무 힘들면 좀 있다가 다시 통화할까?’ 하고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영상통화 하기 전에 엄마한테 혼나서 기분이 안 좋았다가 시간이 되어 선생님은 만나야 하니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영상이지만 얼굴 보며 인사하다가 뭔가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 눈물이 터졌다고 한다.

어머님 말로는 통화 전에 안 울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따뜻하게 말 걸어주니까 참았던 눈물이 터진 것 같다며 많이 놀라셨을 것 같다고 미안해 하셨다. 다행히 이야기하면서 진정이 되고 마음이 풀려서 마지막에는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에 영상통화로 얼마나 마음을 나눌 수 있을까’ 하고 의심했던 게 다 풀리는 순간이었다. 우는 순간에 직접 토닥여주지는 못했지만 힘들었던 마음을 나눌 수 있었고, 아이와 더 가까워졌다. 그 친구와 나만이 아는 비밀 하나가 생긴 것이다.

'교사와 제자'...코로나19도 막을 수 없는 관계

우리 반은 8학년 여학생 14명이다. 한참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이다. 반에 나와 친한 친구가 있느냐 없느냐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짧은 영상 통화이지만 친한 친구를 물어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아이들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아이에 대해 알려주시는 어머님들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내가 만나는 이 아이가 얼마나 소중하고 아끼는 자녀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니 내가 더 관심을 쏟아야 할 부분이 보이고 도와주고 싶은 부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한 건 이 아이가 내 마음에 훅 들어온 것이다.

아이들도 나의 담임 선생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을 텐데, 같은 반이 되었다고 환영해주고 좋아하며 말 걸어주는 선생님을 보며 조금은 더 기대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았을까. 이제야 나의 담임 선생님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학기 초에는 항상 설렘도 있지만 낯선 선생님과 친구들 속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돈다. 이번 온라인 가정방문을 통해 나도 아이들도 긴장감 속에서 조금은 편해진 것 같다.

무슨 효과가 있을까 싶어 잠시 망설였던 온라인 가정방문, 아무것도 알지 못했을 때보다 서로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은 분명하다. 30여 분간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서로의 마음에 어색함이 사라지고 따뜻함이 남았다.

◇필자 소개=손승희 수원 중앙기독중학교 국어 교사. 13년째 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하도 풀꽃 말리기를 좋아해서 ‘풀꽃쌤’이라고도 불린다. 풀꽃같이 자세히 볼수록 아름다운 아이들과 함께여서 행복하다. 사춘기를 지내는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풀 곳(‘풀꽃’과 발음이 같다.)’이 되어 주고자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