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 ‘본질’은 없고 ‘책임회피’만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야구계에는 ‘희생번트 무용론’이라는 것이 있다.

희생번트란 무사 1루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를 희생해가며 번트를 대서 주자를 2루에 보내는 것이다. 안타 하나면 득점권인 2루에 주자를 가져다 놓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것 같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통계를 보면, 무사 1루의 기대득점(평균적으로 낸 점수)은 0.922점, 하지만 1사 2루의 기대득점은 0.735점으로 오히려 낮다. 물론 1점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대는 번트이기 때문에 기대득점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득점 확률은 어떨까? 무사 1루의 경우 42.5%, 1사 2루의 경우 41.4%로 오히려 낮다.

확률적으로 높지 않지만 프로야구를 보면 감독들은 자주 번트를 지시한다.

어째서일까? 한 야구기자는 이러한 현상을 감독은 전략을 지시했고 성공했으나 선수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회피 전략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자에 따르면 “희생번트는 안정적인 득점원이 아니라 감독직 유지에 안정적 역할을 해주는 면피용 작전”이다.

이런 심리를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그의 저서 <감정독재>에서 ‘행동편향’에 빗대어 설명한 바 있다.

사람들은 똑같은 결과, 아니 더 나쁜 결과가 나오더라도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뭐라도 함으로써 책임회피를 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정확히 설명한 것이다.

같은 현상으로 페널티킥 상황에서 공이 오는 확률은 왼쪽, 중앙, 오른쪽이 1/3인데 비해 골키퍼들은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몸을 던지는 것을 꼽는다. 가만히 중앙을 지키는 것보다는 좌우 어디로든 몸을 던지는 것이 더 나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간 중 교육부와 교육청의 우왕좌왕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마스크 수거를 지시했다가 철회했고, 경기도교육청은 서약서를 받으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접으려는 모양새다. 이러한 현상 역시 행동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휴업으로 인해 교육당국의 공백이 있어 보이니 무언가 했다는 것을 자꾸 강조하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생들의 학습 결손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수업결손이라고 표현하는 교육청도 있던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현재까지 학사일정은 단지 미뤄졌을 뿐이고, 예정된 수업은 연기가 되었을 뿐 결손 되지 않았다. 이것을 수업결손이라고 부르며 수업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교육부에서는 학습 결손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과제를 부여하라고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모든 교사가 과제를 부여하였다. 2~3주의 휴업기간 동안 평소 여름, 겨울 방학 때 과제만큼, 혹은 그 이상의 학습 분량이 학생들에게 제공되었다.

몇몇 학교 홈페이지를 들어가 학습과제를 살펴보니 대부분 EBSi 강의를 듣고 온다거나, 교재를 미리 읽어보고 요약을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역시 무엇인가 ‘해야할 것 같아서’ 하는 과제일 뿐이다. 언급한 과제는 굳이 지도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학습할 수 있는 영역이다.

물론 과제를 부여하는 행위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과제라면 오히려 적극 권장할 일이다.

그러나 과제를 내는 이유가 단순히 학부모의 요구와 그것에 대한 책임을 덜기 위한 행동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부의 정책이 학부모의 요구에 부합하려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괜한 생각이 아닐 것이다.

학교가, 혹은 교사들이 ‘무엇인가 자꾸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수업일수도 수업시수도 아직 변경된 것이 하나도 없다. 원래 있었어야 할 방학 날짜가 변경된 것이다. 방학 때 ‘학습결손’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학습과제를 내 주었나를 생각해보면, 지금이 전형적인 행동편향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책임회피는 행동편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준만 교수는 같은 책에 연달아 부작위 편향을 소개했다.

부작위 편향이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나는 손실보다 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손실에 덜 민감한 현상, 바꿔 말하면 움직이지 않았을 경우 돌아오는 손해보다 행동했을 때의 손해를 고려하는 현상이다.

대체로 관습적 상황에서 관습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이례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무언가 특별한 행동을 하기보다는 하지 않음으로써 손실을 회피하려는 것이다. 먼저 나서서 뭔가를 하기보단 가만히 있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을 말한다.

결국 목적이 ‘책임 회피’라면 무엇을 하든, 혹은 하지 않든 그 의도는 물론 결과 역시 부실하기 마련이다. 진짜 고민해야 할 것은 본질이 무엇인가이다.

과제를 내줘야 한다면 왜 과제를 내야 하는지, 보안서약서를 써야 한다면 왜 이 내용들을 서약해야 하는지, 마스크를 걷어 간다면 왜 걷어 가는지 본질적 사유가 필요하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