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의 크로스오버] ⑥천지신명(天地神明)이시여~!
[이정은의 크로스오버] ⑥천지신명(天地神明)이시여~!
  • 서혜정 기자
  • 승인 2020.03.12 07: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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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박사/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고대로부터,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하늘을 숭배하지 않았던 문명이 있었을까?

과학이 아무리 발달한 현대에 있어서도 종교의 유무를 떠나 천지신명, 혹은 그 비슷한 단어는 불가항력의 상황에서 많은 사람의 입에서 탄식처럼 나오는 말일 게다.

가뭄에, 오랜 시간 비가 오지 않는 어려운 상황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왕의 이야기는 역사서에서 종종 접할 수 있다. 하늘에 기댄다는 것, 그것이 과연 진짜로 미신이나 원시 주술의 영역인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비가 올 때까지 지낸다는 인디언식 기우제는 과연 비속어 ‘존버’라는 단어의 순화된 고급 표현이기만 할 것인가?

한때 꽤 심취했었던 만화의 세계에서, 어떤 나라가 왕가에 깊은 원한을 가진 한 집단에 의해 쥐를 매개로 한 전염병에 휩싸이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사태는 그러나 예기치 못한, 제어가 불가능한 쪽으로 흘러가며 그 재앙 속에서 피아 없는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고군분투하던 주인공 및 그 일행들은 무력감에 빠진다.

그 때 그 중 연로한 한 인물이 천지신명을 언급한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왕과, 능력이 출중한 주인공은 처음에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 노인은 대자연을 의미를 설명한다. 자연의 치유 능력, 자연의 자정 능력. 모든 것이 불가능해 보일 때라도 자연은 스스로 치유할 길을 찾는다. 그것을 인류의 조상들은 경험으로 알았던 것이 아닐까?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 이론(Gaia hypothesis)을 처음 주장한 때는 1972년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대지의 여신을 부른 이름 가이아는 지구를 은유적으로 나타낸 단어인데, 러브록은 이 가설에서 지구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살아있는 유기체라고 보고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무생물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론은 21세기에 들어서 특히 환경주의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살아가는데 그다지 녹록하지 않은 환경이라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지구의 나이는 45억 살 정도라고 하는데, 이 수치가 청년기인지 장년기인지 혹은 노년기인지를 알려주는 상대적 데이터는 없다. 그러므로 지구의 수명 또한 우리는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이 45억 살 가이아가 요즘 엄청난 병을 앓고 있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서 제대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면 가이아의 건강 상태는 최적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렇지 못하다. 환경운동가들의 눈에 지구 환경의 가장 큰 적은 인간이다. 굳이 환경운동가가 아니라도 그 결론을 도출해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생명체 가이아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인간은 어느 샌가 자연과 어울리지 않게 돌연변이 된, 거대한 번식력을 자랑하는 암세포일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낼 수 있다.

(출처=나부위키)

몇 년 전인가, 인구에 회자되던 한 ‘막장’ 드라마의 대사가 떠오른다. “암세포도 생명이다”라던 문장이 그다지 웃기지만은 않았다. 대학 때 물리 첫 수업에서 보았던 한 동영상이 떠오른다.

전자현미경으로 우리 몸 세포 하나하나를 거쳐 더 깊이 들어간 원자의 세계나, 세계 최고의 망원경을 통해서 본 멀고 먼 우주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비슷한 두 세계의 중간 어디쯤에 우리는 살고 있다. 거시의 세계에서 현미경으로 지구를 관찰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인간은 암세포로 분류될지도 모른다.

가이아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고 그 안의 우리는 운명공동체다. 암세포는 한 생명의 종말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길 바란다. 그게 체내 암세포와 가이아에서 살아가는 인류의 차이점이길 바란다. 아니, 그 차이점이 있길 바란다. 자연과 조화롭게 함께 살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깨달은 그 시점부터라도.

쥐 떼에 의해 망해가는 마을을 피리 부는 사나이가 나타나 구해주었다. 그러나 재난이 물러간 후 마을 주민들은 약속을 어기고 그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나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어린이 십자군’이란 역사적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도 하는 그림 형제의 ‘하멜른의 쥐잡이’ 이야기다. 그렇지만 단순하게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 ‘천지신명’은 위기의 인류를 구할 수도, 인류의 미래를 없앨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열쇠는 아마, 인간이 쥐고 있을 게다. 

이정은 
이정은 박사
이정은=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대학 석사를 거쳐 같은 대학 생화학 연구실에서 특정 단백질에 관한 연구로 생물학 박사를 취득했다. 귀국 후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충북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지냈고 충북대와 방통대에서 강의했다. 현재는 복지관에서 세계문화와 역사교실 강좌를 담당하며 어린 시절 꿈이었던 고고학자에 한 걸음 다가갔다. 또 계간 '어린이와 문학' 편집부에서 함께 일하며 인문학에서 과학으로, 다시 인문학으로 넘나들면서 크로스오버적 시각에서 바이오필로피아를 담은 글을 쓰고 있다.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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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숙 2020-03-12 08:16:07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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