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특수성과 교사 전문성에 당당해질 그 날을 위해

(사진=인천시교육청)
(사진=픽사베이)

갈팡질팡 교육 당국, 사라진 일관성

[에듀인뉴스] 전국이 살얼음판이다. 연일 확진자의 동선을 알리는 문자가 쏟아지고 마스크 ‘배급’의 안내문자가 연속으로 답지한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는 요즈음이다. 전국이 몸살이다. 

개학이 미뤄지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고,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사건 앞에서 교사들도 날마다 당황스러움에 직면한다. 

교단을 지킬 교사가 일터를 일시적으로 내어준 채 출근해선 안 되는 날들을 연일 맞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개학 추가 연기 기간 중 교원의 복무 안내’의 내용에는 재택근무 유형(순환근무 유형)을 선택하게 되어있고 근무기간, 사무실 근무 요일, 근무지, 주소, 장소, 전화번호를 적게 되어 있었다. 

표지공문에 첨부된 안내서류에는 기본적인 내용을 적게 되어있는 서식 외에도 무려 세 가지 서식이 더 있었다. 

말뿐인 업무경감에 대해 교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자 필자가 근무하는 부산교육청은 그러한 불필요한 서식들을 다 철회하고 업무 포털의 재택근무를 위해 신청할 때 확인할 ‘evpn 동의서’로 갈음하도록하고 서약서 등을 대체하였다.

그리고 애초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개학 연기’를 위해 재택근무를 신청하면서 ‘41조 연수’를 쓰도록 지침이 전달되었으나, 며칠 지나지 않아 근무 신청 조항에 41조 연수 대신 ‘기타’로 기재하고 집에서 상시 대기 상태로 근무할 것, 몇 시간 외출도 ‘외출’로 기재할 것과 긴 시간을 외출할 시에는 ‘연가’로 신청하라는 지침이 추가로 전달되었다. 

물론 주 1~2회 혹은 3~4회까지 출근하라는 복무 지침이 추가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러한 복무지침에 대해 대다수 교사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교사들의 불만은 다음의 두 가지였다.

‘41조 연수’와 재택근무에 임하는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불신과 재택근무 기간에도 출근해야 한다는 이중 지침의 비일관성 탓이었다.

처음엔 ‘41조 연수’를 실시하라는 지침이 있었으나 41조 연수에 대한 세간의 따가운 시선에 부담을 느낀 교육당국이 41조 연수를 철회하도록 했다. 설사 41조 연수 기간 중에 일부 교사가 제대로 ‘연수’를 지키지 않았다 해도 교직의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대부분의 교사들이 스스로 41조 연수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실시할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지 말았어야 한다. 

게다가 교육당국은 교사들에게 41조 연수가 다른 일반 직장과는 다른 특수성과 전문성을 담보한다는 점을 인정해주고 믿으며, 교사가 하는 활동들이 교육의 전문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역시 인정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재택근무를 명했다면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철저히 재택근무가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일관되게 유지했어야 했다.

만일 출퇴근 시 감염에 노출되면 자가격리 기간을 필히 지켜야 함은 물론 언제든 학생들과의 대면에 의한 감염전파자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하는 때문이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직업이 교직임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재택근무가 교사의 ‘특혜’라고만 여기지 말고 교사가 일반 직장과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들 생각지 않는다. 일반인들도 숱하게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하는데 교직만 ‘용가리 통뼈(?)’냐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남겨진 숙제, 높은 수준의 자기 검열

이제 우리는 교사의 ‘41조 연수’에 왜 배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생각해야 한다.

교사의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신문만 좀 읽었다 하면 누구든 사회나 정치 교과 정도는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누구라도 교과를 가르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한 교사의 전문성이 인정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물론 전문성 검증은 피교육자의 성취도 평가를 통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정량화된 평가 이전에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오랜 기간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 교육이며 더구나 교사의 전문성은 긴 시간을 거쳐 완성되는 것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이 뿌리 내리지 않는 한 공감을 얻을 수도, 인정을 받기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교사들이 깊이 연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의 일부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온전히 남 탓만 할 수도 없는 것이, 교사 스스로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지 뼈아픈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 하달된 지침서의 복무규정에 기막힌 조항까지 포함된 채 교사들에게 주어졌던 것을 돌이켜 보면 교사 스스로의 자성과 자기검열이 느슨한 것이 이유는 아니었을지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하루 만에 철회되기는 했지만 애초에 첨부된 복무 서약서에는 ▲지정한 근무장소에서 재택근무를 수행할 것 ▲재택근무 수행 중 근무장소에 가족을 포함한 외부인 출입을 금지할 것 ▲본인은 재택근무 수행 중 근무 장소에 카메라, 캠코더 등 촬영장치를 반입하지 아니할 것 등의 황당한 조항들이 있었던 것이다.

교사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조항들이었다. 

교사를 믿지 못하고, 교권은 자취를 감춘 교육 당국의 무책임한 요구에 교사들은 분노했지만 사실 저러한 조항이 등장한 배경에 교사들의 책임은 없는지 스스로 자문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41조 연수’

방학이거나 특별한 휴무일에 교사들은 ‘41조 연수’를 쓰고 근무를 한다. 

교육공무원법 41조에 따르면 ‘교원은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소속 기관의 장의 승인을 받아 연수기관이나 근무 장소 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학 기간이나 재량휴업일 등이 여기에 해당 되며, 교사들이 심도 있고 다양하게 ‘자기 연찬’을 목적으로 연수를 실시할 수 있도록 연수 장소의 제한을 열어주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교원들의 이 ‘41조 연수’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이번 코로나 사태 때문만은 아니다.

시도별로 들쑥날쑥한 시행 기준을 정비하려는 시도도 있었고, 규정의 성격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로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방학과 재량휴업일 뿐 아니라 시험 기간 중에도 41조 연수를 허용하는 등 시도별로 운영에 차이가 있었다. 그간 41조 연수를 둘러싼 특혜 시비(?)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서도 제기돼 왔다.

교사가 아닌 사람들의 눈에 비친 교사들은 ‘41조 연수’를 쓰고 유급 휴무 상태를 유지하면서 ‘방학 때 본인들 집 청소, 밀린 집 정리, 본인 자녀들과 여행, 피부과 예약, 미용실 예약 등 개인적인 일에 그 연수라는 명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교사들의 그 ‘41조 연수’를 폐지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당시 청원에 수만 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교사들은 물론 분통을 터뜨렸다. 다양한 직무연수, 다음 학기 교재연구 등 자기연찬에 충실하고 있음에도 무작정 놀고먹는 직업으로 인식되는 것이 억울하기 때문이다. 설사 여행을 간다해도 그것이 학생들을 위한 수업자료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은 보지 못하는 탓일 것이다. 

교사들이 해외여행을 가도 쇼핑이나 즐기는 목적이 아니라면 해당 나라의 교육과 사회 문화를 보고 익히고 온 것은 견문을 넓혀주고 수업에 녹아들어 교수학습자료가 되어 줄 수 있는데도 그저 ‘놀고먹는’ 것으로 비쳐진다는 사실이 유감인 것이다.

경험이 가장 중요한 학습자료가 될 수 있음에 대한 몰이해가 교직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짐은 무척이나 억울할 수도 있다. 

물론 ‘연수’ 대신 연가를 쓸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쓰고 싶다고 아무 때나 연가를 사용할 수도 없다. 교사들은 학생 수업에 지장을 줄까 봐 학기 중에는 거의 연가를 사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 연가보상비가 지급되지 않음은 사람들이 잘 모른다. 교사들의 연가는 지각, 조퇴 결근 등과 마찬가지로 근태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연유로 교사들은 주로 ‘41조 연수’를 써왔는데 지난 1953년 제정된 이래 67년째 시행되고 있는 교육공무원법 41조 연수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교육 당국이 ‘41조 연수’로 인해 비롯되는 교직에 대한 편견을 충분히 고려하기는커녕 행정 편의적 결정을 내려 교사들의 사기 추락과 교직 사회를 향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 확대로 이어짐을 방치한 것에 교사들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 

교사 역시 ‘41조 연수’가 ‘놀고먹는 시간’이란 인식을 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것이 단지 非교사들의 착각이라고만 몰아붙이기에 우리 교사들의 반성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도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전에 없는 위험들에 직면해 우리는 판에 박힌 많은 관행들을 다시 하나하나 돌아보게 되었다.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야 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한 때문이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