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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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인뉴스] 코로나19 사태로 3주간 개학이 연기되었으나 또 다시 개학 연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처럼 4월에 맞춰 시작하자는 얘기도 있고, 한편으로는 아예 유럽이나 미국처럼 9월 개학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나도 당연했던 3월 개학, 당연한 것이 흔들리면 그제서야 당연했던 것이 낯설게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그리고 왜 3월에 신학년을 시작했던 것일까?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당위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외국의 신학기는?

우리와 근접한 일본은 4월 1일에 신학년을 시작한다. 일본의 회계 연도가 1월이 아닌 4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학교 회계를 통일하기 위한 방안으로 알려져 있다.

인접국인 북한도 마찬가지로 4월에 학기를 시작한다. 북한의 경우 중국식으로 9월에 학기를 시작하였으나, 97년에 졸업생을 조금이라도 빨리 배출하여 현장에 투입하자는 취지에서 4월 학기로 바꿨다고 전해진다.

반면에 중국은 청나라 때부터 9월에 학년을 시작해왔다. 청나라가 무너지고 중화민국이 세워진 뒤, 쑨원은 1912년 법령을 정비하면서 신학년 시작을 9월 1일로 정했다. 이는 농민들이 가을에 수확된 농작물을 팔아 생긴 금전적 수익으로 학비를 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의외로 3월에 신학년을 맞이하는 나라는 소수에 불과하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같은 남미 국가 중 일부, 오스트레일리아나 호주가 2~3월에 개학을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이 남반구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가을에 학년을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도 가을(8~9월)에 학기를 시작한다.

가을에 학년을 시작하는 나라들은 겨울방학을 짧게 가져가는 대신, 여름방학을 2~3개월로 주어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및 경험을 하고 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 여행을 가보면 여름 휴가가 매우 긴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학교의 방학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의 신학기 역사는?

우리나라의 신학기는 나름의 역사가 있다. 개화기 때 처음 외국의 학년제를 도입할 때만 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의 교사들을 모셔오기 위해 가을 학기를 도입해왔다. 그러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을 따라 4월에 개학을 하게 됐다.

해방 후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9월 학기제를 맞이했었지만, 1949년 교육법을 신설하면서 제151조에 학기에 관한 항목을 넣어, 학교의 학년도를 다시 4월에 시작하는 것으로 제정하였다.

장마철인 6월에 입학시험을 보게 하는 불편함을 막기 위해 바꿨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3월에 봄방학을 맞이했으니, 진짜 ‘봄’ 방학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10여 년이 지난 1961년, 마침내 각 학교의 학년을 현행처럼 3월 초부터 2월 말까지로 개정하였다. 법률정보센터에 따르면 당시 개정 사유는 “학습상 좋은 계절인 3월은 입학시험, 졸업 행사 등으로 정상적인 수업을 시행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 1997년 초중등교육법으로 법령이 대체된 이후에도 여전히 학년의 시작은 3월로 규정되어있다. 과거에는 1학기는 8월 31일까지, 2학기는 9월부터라는 내용도 있었으나 지금은 삭제되었다.

3월 신학기로 나타난 문제 그리고 논의 경과

앞서 언급했듯 3월에, 정확히는 봄에 1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외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이나, 혹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학생들은 학기가 맞지 않아 공백기를 가져야 한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2014년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9월 학기는 국내 학령기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의 우수한 교수, 연구자, 학생을 영입하는 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긴 여름방학에는 교원인사, 신학기 준비, 학생들의 다양한 체험활동 및 해외 인턴십 등을 진행하고 추운 날씨로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운 겨울에는 교실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9월 학기로 변경하려는 의견은 자주 있어 왔다. 지난 1997년 문민정부 시절에 교육 국제화의 방안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과 학기 시작을 맞추는 9월 학기제가 제안된 바 있다.

2006년 참여정부에서도 중장기과제로 검토에 포함되어 논의를 진행했고, 2014년에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되는 등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국정과제로 언급되었으나 여러 반대와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특히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은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여, 9월 신학년제를 추진하게 될 시에 교원 증원과 학급 증설 등에 들어갈 비용을 8조~10조 원으로 추산했다. 이렇듯 많은 예산 지출은 물론이고, 대학 입시나 회사 입사 등 사회적 혼란 비용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자연스레 국정 우선 과제에서 밀려났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꼭, 신학기는 3월이어야 하나?

그렇다면 3월 개학은 필수이자 의무일까? 법령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4조에 따르면 ‘제1학기는 3월 1일부터 학교장이 정한 날까지, 제2학기는 제1학기 종료일 다음 날부터 다음 해 2월 말일까지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는 방학이 명시되어있지 않다. ‘1학기’라고 함은 기존의 ‘여름’ 방학을 포함한 것이다. 즉 규정상으로는 학기 중이라고 해서 반드시 학교를 나오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방학이 앞에 있든, 뒤에 있든 법령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여름방학을 없애도 될까? 이 역시 그렇지 않다.

같은 시행령 제47조 휴업일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교의 휴업일은 (…) 여름·겨울 휴가가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어느덧 3월도 2주가 지났다. 매년 이 맘 때면 새로운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을 만나 학교 얘기로 가득 채워야 할 아이들이 개학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23일에 개학을 할 수 있을지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오죽 답답하면 그동안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했던 9월 개학 얘기가 나오나 싶기도 하다.

수업이 아직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초·중등교육법상 3월 1일부터 2020학년도는 시작했다. 수업이 1월이나 2월에 종료되었어도 그 학년도는 2월 말일까지 유지가 되듯이, 법적으로 2020학년도는 진행 중이다. 어서 빨리 사태가 진정되어 학생들이 교실로 돌아와 진짜 2020학년도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
김승호 청주외고 교사/ 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