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의사집단 갈등에 대한 제3의 시각
'대한의사협회'와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 갈등
"정치가 아닌 의학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행정학회장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한국교육행정학회장

[에듀인뉴스] 전염병의 공포 앞에서 국민이 의지할 수 있는 최고 집단은 의료전문가 집단이다. 만일 이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갈등한다면 국민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다행히 의료전문가 집단이 대한민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들의 분석과 극복 방안을 접하며 의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 어떤 정책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국내 의료전문가 집단의 의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전문가 옷을 입고서 어느 특정 정치집단과 밀착된 관계를 유지하며 해당 정치집단의 서로 다른 목소리를 대변한다면, 나아가 국민 앞에서 서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나라는 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모습이 코로나19 사태 속의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와중에 대한의사협회(의협) 관련 갈등이 사회에 드러났다. 의협 갈등 사건을 통해 전문적 판단을 해야 하는 전문가집단마저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나뉘어 갈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 관련 학회 11곳이 2월 중순에 꾸린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범대위)가 대한의사협회의 공개 비난으로 인해 해체되었다(김연주, 2020.03.08; 박현정, 2020.03.05.).

정부는 왜 공식적으로 의사집단을 대표하는 의협과는 협의하지 않고 전문가 협의회를 구성했을까? 정부는 무슨 기준으로 어떤 절차를 밟아 자문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하였을까?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전문가 자문위원회 구성에 대한 규정이 있는가?

이번의 갈등을 지켜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스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4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판하게 자문한 비선 전문가들이 있다"며 "전문가 자문그룹의 전격적인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캡처)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4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오판하게 자문한 비선 전문가들이 있다"며 "전문가 자문그룹의 전격적인 교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대한의사협회 유튜브 캡처)

먼저 의협과 협의하지 않고 범대위를 따로 구성한 것은 의협 집행부가 현 야당(보수진영)과 밀착되어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1)

1) 신상진 의원(자유한국당. 현 통합미래당)은 대한의사협회 회장 출신이다.https://bit.ly/2IBx2De

이는 의협이 야당인 미래통합당과 공동으로 코로나19 관련 대정부 건의안을 낸 사실로도 확인할 수 있다(김정률, 2020.03.03.).

의협의 문제 제기로 범대위가 해체되자 어떤 의사는 “의사협회 집행부들의 아집이 선을 넘었습니다”라는 청와대 청원을 2020년 3월 5일에 제기했다. 이 청원은 불과 5일 만인 3월 10일 7만6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대통령 탄핵 대 지지 청원처럼 다시 정치적 세 대결 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염병 위기 상황에서 국민이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전문가(의사)집단의 판단인데 의사 집단들마저도 서로 다른 정치 집단에 속해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우리 정부의 전문가 자문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생긴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위기대응 때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는 구조가 마련돼 있는데 우리는 그러한 공식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박현정, 2020.03.05.). 그러다보니 정부는 자기 입맛에 맞는 의사나 의료계 단체 구성원들위주로 자문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면 집단사고2)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2) 1972년, 미국의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그의 저서인 「집단사고에 의한 희생들(Victims of Groupthink)」에서 피그만 침공이 실패한 이유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개념으로, 응집성이 강한 소수로 구성된 정책결정은 각자의 목표나 생각, 가치가 반영되지 못하고 하나의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게 되는 의사결정 성향을 말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동질성을 추구(concurrence-seeking)하는 경향 때문에 의사결정의 민주성, 타당성, 검증노력을 훼손하는 결과가 나온다(나무위키. 집단사고. https://bit.ly/2TVYFwf)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 분야 외부 전문가 자문 체제를 구축해 갈등 소지를 줄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가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는 2020년 총선을 대비하여 1년 전부터 총선기획단을 출범해 국회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신정, 2019.05.07.). 19대 국회에서는 무려 8명의 의사가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20대 국회에서는 3명밖에 되지 않으므로 의사들이 정치세력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13만 의사 중 단 3명”이라는 것이 대한의협의 생각이다.

우리국민이 5000만 명인데 국회의석은 300석이다. 단순 계산을 하면 국민 17만명에 국회의원 1명이다. 유권자 수를 기준으로 하거나 타 직종과 비교하더라도 3명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직업의 중요도 등등을 따져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는 따져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어떤 특정 직업군 출신자가 합리적 수준을 넘으면 과잉대표 문제가 발생한다. 즉, 법이 합리적으로 만들어지기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익이 과도하게 반영될 수 있다.

이익단체 구성원이나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득권자들이 국회까지 장악하여 기득권을 과보호하고자 한다면 그 사회의 빈부격차를 비롯한 사회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만일 의대 지망생이 부족해 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의사를 확보할 수 없거나, 의대 진학생들의 역량이 낮아 배출되는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낮은 수준이라면 의사집단을 정치세력화 하는 것이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면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의사집단의 정치세력화는 기득권 과보호를 초래해 사회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의사출신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정의화 의원)까지 했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대한의협의 바람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그러한 정계진출 바람이 의사들을 정치권에 줄서게 하고, 그 결과가 코로나19 사태 중에도 의사단체들 간의 갈등으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이 의사가 된다. 그런데 그 인재들이 세계 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는 능력에 비해 높지는 않은 것 같다.

대학 총장 중에서 의대 출신 총장 차지하는 비율은 타 단과대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장종원, 2007.12.19.). 물론 의사라고 하더라도 다양한 방향으로 진출할 수는 있겠지만 출중한 의사들이 자신의 전문성 심화에 더 집중하여 세계 의학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코로나19 세계 대유행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신뢰는 대한의협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큼을 인지하며 힘을 모아주길 기대한다.

참고자료

​고신정(2019.05.07.). "13만 의사 중 단 3명, 의사 국회의원 늘려야". 의협신문.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9004

김연주(2020.03.08.). 코로나19 사태 속 의사 간 갈등 점입가경.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3/242736/

김정률(2020.03.03.). 통합당-대한의협, '대통령 긴급명령권 발동' 등 대정부 건의. news 1. https://bit.ly/2IBx2De

장종원(2007.12.19.). 의사총장 전성시대…전국 10여 대학서 활동. MedicalTimes.

http://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47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