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개학 추가연기 원해, 개학해야 한다 19.5%
'개학해야 한다’ 의견 대부분은 고3 학생들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 1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개학 연기 여부를 묻고 있다. (자료=조희연 교육감 페이스북 캡쳐)
조희연 교육감이 지난 1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개학 연기 여부를 묻고 있다. (자료=조희연 교육감 페이스북 캡쳐)

[에듀인뉴스=오영세 기자] “정말 어려운 결정 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3월 23일까지 개학 연기가 이루어진 상태인데, 과연 현재의 국내-국제 코로나 상황을 염두에 둘 때 개학 연기를 추가로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3월 23일 개학을 연기해야 할까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4일 오후 1시55분 페이스북에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조 교육감은 “교육부가 질병관리본부 등과 협의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에 근거해 결정하게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개학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일차적 사고를 한다면서도 서울교육을 책임진 입장에서 고민이 된다”며 솔로몬의 지혜를 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모든 학교가 3주 개학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3일 개학을 앞두고 학교 내에서 코로나의 확산을 막고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여러가지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다.

▲급식을 3-4부제로 해서 일종의 '일렬 식사'를 하고 가능한 밀집을 최소화하는 것 ▲3주 개학연기에 따른 수업 보충 ▲일부 학교에서나마 확진자가 나왔을 때 그 학교만 폐쇄하는 경우에 대비한 온라인학습 방법 ▲마스크 문제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하고, 미국은 13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14일 00시 기준 중국의 확진자는 8만801명(사망3176명), 이탈리아가 1만7660명(사망1266명)으로 WHO의 팬데믹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는 일별 확진자 수가 100여명으로 낮아져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듯 하지만 서울 구로 콜센터의 집단 감염처럼 매일매일 교실에서 다중 밀집 생활을 해야하는 학교도 이 같은 상황에 방치될 수 밖에 없는 상황변수가 너무 많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연기한 개학일 23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할 수 있을지 ▲급식할 때는 마스크를 벗어야 할 어쩔 수 없는 상황 ▲마스크 없이 등교하는 학생의 문제 ▲혹여 확진자 발생시 학교 감염확산 등 조희연 교육감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개학과 연기에 대한 의견에 15일 오전 5시 기준으로 681개의 의견이 달렸다. 이중 기자가 200개의 댓글을 확인한 결과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81.5%(161건)로 ‘개학하자’는 의견 19.5%(39건)보다 무려 62%포인트 더 많았다,

개학하자는 의견 대부분은 고3 학생이거나 고3 학부모들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대부분 개학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 안전을 우선으로 꼽은 반면 고3 학생들은 ‘개학을 해야한다’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고3 학생들의 의견을 살펴본다.

(S **) 연기는 불가피하더라도 중간고사는 반드시 치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중간고사를 수행으로 대체하는 방안은 절대 안 됩니다. 고3에게는 더더욱이요.

(송 **) 고3 학생들의 대입일정이 늦춰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개학연기는 타격이 너무 큽니다. 수시원서 접수, 수능도 고려해서 개학 여부를 결정해주세요.

(최 **) 개학 추가 연기 반대합니다. 고등학생 중학생 생각은 안합니까? 중간고사 절대로 수행평가로 바꾸는게 말이 안됩니다. 초등학생은 성적이 안들어가지만 중고는 들어갑니다. 수능은 어떻게 할 겁니까? 차라리 중학교랑 고등학교만 개학 합시다!!! 초등학교는 더 쉬는 거로 하고...초등학생은 마스크 쓰는 것을 힘들어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개학 연기가 된다면 이건 진짜 안됩니다. 나라에서 시험을 풀어줄 것입니까? 아니 잖아요...그냥 개학합시다.

(김 **)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수시에서 많은 대학의 내신 반영 비율이 3학년 1학기가 50%로 매우 높은데 학사일정도 불분명하고,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한다 등등의 이야기가 있어 매우 불안한 상황입니다. 학생들도 코로나를 피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만큼 각자의 위생을 위해 노력할 텐데 학사일정이 모두 엉클어지는 건 너무 큰 피해를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박 **) 현 고3입니다. 감염 방지를 위해 개학 연기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해도 지필고사와 수능은 취소가 아닌 연기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중간고사를 없애고 수행평가의 비중을 높인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데요. 현재 대입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고 3학년 1학기 내신성적이 수시 대입에 4~50%가 반영되는 입장으로서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것은 굉장히 큰 타격입니다. 수행평가 기준은 지필 평가의 점수에 비해 주관적이며 그러한 수행평가로 내신 등급을 가르는 것은 실질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현재 개학 연기 및 방학 단축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면 그건 고3 학생들일 겁니다. 현명한 대처 부탁드립니다.

학부모들은 고민의 여지 없이 개학 연기를 원했다.

(Rabins Baskin) 고민의 여지 없이 개학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생활 자체가 초집단 생활인데 개학을 한다해도 아이를 보내기 힘들 것 같아요. 부디 연기해주세요. 전 세계 펜더믹 사태에 개학이라니요. 아이들 건강은요. 학교에서 퍼지면 의료체계 자체가 붕괴될꺼라 봅니다.

(Jun Chu) 가습기 살균제 피해 아이를 둔 부모입니다. 누구 보다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이들이고 그것은 사실입니다. 아이들 환자가 없다고 떠들지만...없는 이유가 개학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보셨듯이 확산이 되면 해결하기 힘들어집니다.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만들어주세요. 학교만 가면 독감을 가지고 오는 아이들이 많은 것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 **) 초등, 중등 엄마입니다. 일단 개학은 1, 2주라도 미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언제 치료약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니, 지금의 격리정책을 완화정책으로 전환하고, 선별적으로 진료하면 좋겠단 생각인데요. 학교들도 1,2주 개학이 미루어진 기간에 상황별 대응책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단순히 개학 시기만 늦추자는 게 아니라, 메뉴얼을 갖추고, 개학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Kenny Lee)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안전이 보장되는 확실한 대책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개학은 무한정 연기되어야 하며, 수능과 같은 학사일정도 연기되는 게 당연합니다. 현재는 코로나19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여서 어떻게 보면 재난이 본격화되는 시점입니다. 국내외적으로 재난에 대응하는 좀 더 적극적인 수단과 방법을 고려하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S **) 고3 학부모입니다. 건강이 우선이라는건 명확합니다, 하지만 대입을 코앞에 둔 학생이나 부모의 입장은 하루하루 이런 상황들에 애가 탑니다. 예정대로 개학을 강행한다고 해도 집단 감염은 불을 보듯 뻔하고 개학을 연기하여 중간고사를 공정성 떨어지는 수행으로 대체하고 기말고사 100% 성적산출은 정말 낭떠러지로 몰아넣는 것과 같습니다. 모두에게 시간이 없다는 그 한 가지만 공평한 상황이라면 대입에 관한 모든 일정이 개학 연기를 하게 된 일수만큼 조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시원서 접수와 수능일 조정이 된다면 막막한 고3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좀 덜 조급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입시생 가족은 사실 지금 상황이 전시상황과 맞먹습니다.

당장 개학이 되면 교실에서 학생들과 맞닥뜨릴 교사들도 학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감염확산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장 **) 온라인 수업을 위한 여러 환경을 빨리 만들어 교사들도 집에서라도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해 수업결손이 없게 해야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team같이 공동과제를 함께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면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그 이후 교수평가, 배움중심 수업에서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 **) 중고생 아이들 선생님께서 통제 못하십니다. 초등처럼 교실에 계시는것도 아니고 학기중 쉬는 시간에 학교 한번만 가보시면 어떤 난리통인지 알게 되실 겁니다. 게다가 마스크 수급도 안 되고 하루 종일 쓰고 수업 절대 안 이루어집니다. 독감만 돌아도 한 반에 걸리는 아이들 여럿인데 확진자 나올 경우 같은 학교 아이들 그 가족들 일일이 격리하고 다른 학교와의 학습격차며 더 골치 아파질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최 **) 중학교 교사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정서적 측면이 걱정되어 개학을 연기했으면 합니다. 마스크만 넉넉히 준비된다면, 아침 조회시간에 없는 애들 씌우고 쉬는 시간마다 교실에 가서 쓰라고 단도리라도 하겠지만...주지도 못하면서 쓰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사기 어려운 것 뻔히 아니까요. 결국 아이들이 두 부류로 나뉠 것입니다. 부모가 온 우주의 기를 모아 구해준 마스크를 매일 쓰고 오는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로요. 학년 초라 아직 친해지지도 않았으니, 후자인 아이는 개학하자마자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다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그 아이는 졸업 때까지 ‘코로나’나 ‘신천지’라고 불리게 될 겁니다. 친구 사귀는 것은 언감생심이겠지요. 메우기 어려운 상처들이 아이들을 덮칠 것입니다.

(이 **) 마스크 쓰지 않은 학생은 학교에 못 들어오게 하고, 마스크 관련 지도 사항에 협조하지 않는 학생은 부모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학교에 보건용 마스크, 손 소독제 넉넉히 비치, 급식시간 이전에 하교하는 조건으로 초등 개학 찬성이요. 교육 현장의 안전성과 운영 편의성만 생각할 순 없습니다. 가정에서 고통이 얼마나 크겠습니까...언제까지 휴교할 수 없습니다. 안전제일주의도 좋지만 여론에 떠밀려서는 안됩니다. 마스크 지도 사항에 협조하지 않는 학생에 대해 가정에 책임 물을 권한, 조금이라도 증상 있는 학생을 보건실에 두는게 아니라 학교에서 그 즉시 귀가시킬 권한이 있으면 콜센터 사태와 같은 집단 감염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개학 연기가 아니라 차제에 9월 학기를 제안하는 의견도 상당수 있었다. 귀담아볼 내용으로 판단된다.

(전 **) 9월을 1학기의 시작으로 바꾸고, 모든 학사행정을 6개월씩 미루는 것(역으로, 당기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예: 11월 수능을 내년 5월로, 지금 대학교 1학년 1학기 신입생의 첫 학기를 9월로). 취학연령을 아예 한국나이 8세에서 7세로 낮추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지금 한국나이 7세가 올해 9월에 초등학교 입학). 올해 9월까지 5개월 반 동안 서울시의 낙후된 교육시설을 대대적으로 보수 및 개선해 주십시오(공공건설예산, 교육시설예산의 집중집행, 경기부양 효과). “파괴는 창조의 어머니”입니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이 후진적인 한국 교육의 물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발전 시킬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김 **) 9월 학기시작을 건의합니다. 학기 시작을 초중고대학 모두 9월로 미루어 한학기씩 미룬다면. 고3아이들이 입시일정에 쫓기지 않을뿐더러 그사이 코로나 상황안정 및 백신 개발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명의 학생이라도 코로나 확진환자가 학교내에서 생긴다면 수 많은 밀접접촉 학생들 및 교사가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하고 교내시설들은 방역 및 소독작업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일이 생기면 개학을 한들 다시 학교를 폐쇄해야 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혹시 중간고사 기간에 고등학교 학생 중 확진환자가 나온다면 그 학생 및 기타 접촉 학생들은 내신성적 및 대학진학에 민감해져 여러가지 불화와 분노가 생길 것입니다.

이번 주 초(16~17일)면 교육부가 추가 개학 연기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조희연 교육감이 깊은 고민 끝에 솔로몬의 지혜를 구한 대부분 의견은 건강을 담보로한 개학은 원치 않는다고 결론이 내려졌다. 누구도 이 책임을 통째로 안고 개학을 추진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본다면 개학 연기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개학이 추가로 연기된다면 이제 조희연 교육감은 교육전문가로서 결단을 보여야 한다. ▲학생들이 불안해 하는 중간고사의 수행평가 대체 철회 ▲휴업으로 인한 수능일 조정(연기) ▲수업결손 보완대책(원격수업 등) ▲고3만의 개학방안 ▲9월 학기제 도입 등과 함께 ▲학생용 마스크 확보방안 ▲확진자 발생시 학교 대응책 등 좀 더 밀도 있는 대책들이 필요한 때다.

에듀인뉴스 오영세 기자
 오영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