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교육공무직 갈등 왜?...일부 공무직 업무 기피와 해태
교사는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직과 교육공무원은 '행정 지원'
교육청에 바란다..."업무 명확히 구분 ‘업무 매뉴얼’ 만들어라"

교육공무직 유형을 알 수 있는 자료.(출처=서울시교육청)
교육공무직 유형을 알 수 있는 자료.(출처=서울시교육청)

[에듀인뉴스] 학교는 학생의 교육 활동을 위한 곳이다. 학교의 모든 일은 학생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들의 노동은 학생 교육에 기여해야 한다.

학교는 교사 외에 다른 교직원들(대표적으로 여러 분야의 교육공무직 등)이 함께 근무하고 있고, 그 수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직원들이 자신들의 노동의 근본적인 이유가 되는 ‘학생 교육 활동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교육공무직(각종 실무사 등)은 노조를 등에 업고 학생 교육 지원 활동과 관련된 일을 거부한다.

예를 들면, 일부 전산실무사들은 2020년 서울시교육청-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 간 단체협약을 근거로, 학교 행사에 따른 방송 장비 설치 및 촬영 지원 등을 거부하고 있다.

전산실무사가 학생 교육 지원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학교에서 실무사를 별도로 채용할 필요가 있을까? 학교 전산 시스템과 방송 시설 관리를 위한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면 그만이 아닐까?

최근 들어 교육청은 시설 관리 주무관을 신규 채용하지 않고, 그 자리를 용역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학교 관계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과거 몇 년간 공무원노조를 통한 시설 관리 주무관들의 업무기피가 가져온 결과이다.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관리자의 부당 행위에 맞서 이를 바로잡고 처우개선에 힘쓰는 것은 정당한 노조 활동이다.

그러나 타 직종의 피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인들만을 위한 권리, 아니 편안함만을 추구하기 위한 노조 활동은 옳지 않을뿐더러 결국 해당 조합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학교에 더 이상 시설관리 주무관을 채용하지 않음으로써 안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

요즘 교육공무직 노조의 활동을 보면, 함께 일하는 학교 구성원과 조직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내세우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교육공무직은 학생 교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채용된 사람들이고, 학생 교육 활동 지원이 그들의 본연의 업무이다. 그 본연의 업무가 학교 교육활동에 꼭 필요한 업무가 되도록 노조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하는데, 이와 무관하게 본인들의 권리만 주장하는 이익집단이 된다면 학교 현장에서 교육 공무직의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이건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해가 갈수록 교육공무직들의 처우는 조금씩 나아지는데 반해, 이들의 업무 영역과 책임 의식은 제자리 걸음이다. 교육공무직의 업무를 교사가 떠맡게 되는 것은 드문 사례가 아니다. 처우가 개선된 만큼 본인의 업무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학생 교육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특히 교육공무직은 자신들의 처우 개선의 준거 집단으로 교사들을 활용한다. 교육공무직과 교사의 직분은 명확히 구분된다. 교육공무직은 이 사실을 모르는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교사와 교육공무직을 비교하고 심지어 교사를 폄훼하면서까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이건 마치 교사가 교장에게 주는 업무 추진비를 왜 우리는 주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물론 교육공무직노조의 주장과 별개로 학교현장에서 묵묵히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교육공무직도 많이 있음을 알고 있다. 또 나는 교육공무직의 처우 개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방기하지 않길 바랄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학교 구성원들 사이의 불필요한 불신과 반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가 학생 교육을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

교사는 수업과 생활지도에 최선을 다하고, 행정직과 교육공무직은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교육청은 ‘학교업무정상화’를 위해 교육공무직 노조의 지나친 주장에 끌려 다니지 말고 교사와 행정직, 교육공무직의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는 ‘업무 매뉴얼’을 마련하여 학교 현장에 배포하길 바란다.

그리고 정규 교육과정과 무관한 방과후학교와 돌봄 업무를 ‘학교 업무 분장표’에서 삭제하길 바란다. 방과후학교의 업무는 혁신교육지구 ‘서울형마을결합학교’를 활성화해 지자체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해결하고, 돌봄에 따른 일체 행정 업무는 전일제 돌봄 전담사의 몫으로 해야 한다.

교육청은 더 이상 ‘학교 자치’라는 허울만 좋은 명분을 앞세워 학교현장 구성원의 갈등과 반목을 수수방관 하지 말고, 교사가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