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시민 청원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조희연 교육감님, 매우 곤혹스러우시죠?

15일 오후 교육감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선생님들이 크게 분노하고 계신 것을 알고 계시지요?

교육감님은 SNS에 “사실 학교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 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며 “후자에 대해서 만일 개학이 추가 연기된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에 어려운 집단은 더 어려울 수 있으므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저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문이 닫히면서 교육공무직과 방과후학교 강사 등이 현재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교육감님이 이 문제를 돌보겠다는 취지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교육감 자리가 지닌 권한과 책임, 영향력을 고려할 때 교육감님의 이번 SNS 글은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특히 교육감님의 선생님들에 대한 생각은 매우 잘못되었습니다.

교육감님은 SNS에 글을 올린 후 현장 교사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비판이 쏟아지자 1시간 만에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을 보았는데, 괜히 오해를 촉발하는 표현을 쓴 것 같다”며 진화에 나섰지요?

그러면서 결국 “서울에서는 코로나 국면에서도 교사들이 학교에 나와서 일도 하고 계시고 있고 행정실 직원들도 매일 고생하고 있다”며 “오해를 생기게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셨습니다.

조희연 교육감님, 왜 이러십니까?

교육감님이 어떤 생각을 지녔고, 어떤 말을 하던 표현의 자유는 있습니다.

자연인 조희연 씨라면 표현 자체를 시비할 생각도 없고, 근본적으로 막을 수도 없습니다.

또 교육감님의 오늘 같은 표현이 단순 실수나 일회성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지나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교육감님의 오늘 글은 교육감님 생각이 어디에 있고, 마음이 어디에 담겨있는지 솔직하게 드러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갑자기 지난해 선생님들의 분노가 생각나면서 '아~ 조희연 교육감 생각은 이렇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난해 1월 서울시교육청이 ‘서울교육 조직문화 혁신방안’의 하나로 ‘수평적 호칭제’ 도입을 추진한 것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선생님 호칭 대신에 대신 ‘ㅇㅇㅇ님’ 또는 ‘ㅇㅇㅇ쌤’으로 부르는 방안을 추진하다 교육청은 결국 철회했습니다.

그때 일선 학교 선생님들과 시민들은 하다하다 선생님 호칭까지 교육청이 나서서 없애느냐고 엄청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교육감님, 오늘 페이스북 글도 지난해 선생님 호칭 변경 추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교육감님은 학교 선생님들을 그저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교육감님의 글이 올라오자 댓글에는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 설마 교사를 지칭하는 건가요?”, “서울 교육을 앞장 서시는 교육감님께서 교사들을 보고 있는 시선이 어떤지 잘 알 수 있는 단어 선택이다”, “정말 교사가 일을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등 불만을 드러내는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이 말씀에 대하여 전국 교사들에게 사과하시길 부탁드린다”는 요청도 있었습니다.

급기야는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시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15일 오후 9시45분 현재 이 청원 페이지는 접속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선생님들이 청원을 하셔서 일까요? 

또 “수업연기 기간 동안 학부모, 학생들 건강 전화, 학습 지도 및 피드백, 피씨방 순찰 근무, 긴급 돌봄 지원 등 업무는 그러면 누가 한 일인가요? 컴퓨터가 자동으로 전화기 돌리고, 문자 돌렸나요?”라며 현장 실정을 모르는 교육감님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님,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담는다고 했습니다.

그 사람이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언어이고 표현이지요.

교육감님,

이번 SNS 글은 매우 잘못됐습니다. 전국의 선생님들에게 충격과 함께 엄청난 상처를 안겨주었습니다.

교육감님의 사과에도 여전히 '해명이 되지 않는다'는 댓글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아니 해명이 오히려 선생님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으신 것 같습니다. 

교육감님의 선생님에 대한 인식이 매우 걱정됩니다. 학교 현장에 대한 더 많은 공부도 필요해 보입니다.

조희연 교육감님,

월요일 공식업무를 어떻게 시작하실 생각인지요?

월요일 선생님들에게 공개 사과부터 하고 업무를 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상황에서 현장 교사들이 지금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 지, 왜 교육감님의 이번 발언에 교사들이 분노하는 지, 그 이유를 찬찬히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