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김경희 교사는 개학 연기 상황에서 클래스팅 학급방을 개설, 학생·학부모와 소통하고 있다.(사진=김경희 교사)
김경희 교사는 개학 연기 상황에서 클래스팅 학급방을 개설, 학생·학부모와 소통하고 있다.(사진=김경희 교사)

[에듀인뉴스] 3월 첫째 주.

“어머니, 반갑습니다. 담임교사 김경희입니다.”

학생들과의 만남이 늦어지고 있는 이 시기, 학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클래스팅 학급 커뮤니티를 개설해 학생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클래스팅에 학생들의 글이 올라올 때,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라는 원칙을 스스로 정하여 하루하루 성실하게 실천해오고 있다.

언젠가 만나게 될 그 날이 학생들과의 첫 만남이 아닌, 지금 이 순간부터가 만남의 시작이라 여기게 되니 그 누구 앞에서도 선포한 적이 없는 이 시기의 나만이 알고 있는 학급경영원칙이지만 결코 흐트러지지 않고 5일간 잘 지켜올 수 있었던 듯하다.

학생들의 말에 즉각적으로 댓글을 달고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나의 반응을 통해 선생님이 비록 사이버상의 교실에 앉아있지만 언제든지 이 곳에 들어와 인기척을 하면 선생님이 바로 달려와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너희들처럼 많이 보고파 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고픈 원칙인지도 모른다.

교과서를 보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저녁 설거지를 하다가도, 양치질을 하다가도 클래스팅 알람이 뜨면 그 순간 하던 것을 멈추고 바로 학생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고 있는 나를 본다.

학생들이 올려준 사진을 보면서 그들의 표정과 몸동작, 사진 속 상황에서 그 학생만의 특징을 찾으면서 이름을 외워본다. 학생들이 올려준 글을 읽으며 ‘어떤 목소리와 어떤 톤과 어조로 말하는 학생일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와 문장들 속에서 그 학생만의 기질을 발견해보기도 한다.

김경희 교사는 클래스팅 학급방으로 학생·학부모와 댓글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사진=김경희 교사)
김경희 교사는 클래스팅 학급방으로 학생·학부모와 댓글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사진=김경희 교사)

3월 둘째 주.

“선생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을 학부모님께서 먼저 해주신다.

“클래스팅에 글을 올리자마자 답글을 달아주시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학생의 이야기에 빠르게 반응한다’라는 나만의 소소한 사이버 학급경영원칙을 벌써 눈치 채신 분들도 계신다.

“저희 아이가 선생님 답글을 보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서천서역국으로 복 받으러 간 총각’이라는 책을 읽고 ‘총각이 뭘 잘 안하고, 집에 틀어 박혀 있으니 복을 못 받은 건가?’라는 한 줄 소감에서 화젯거리를 찾아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 동화책을 찾아 읽고 답글을 달았던 나의 액션이 가져다 준 선물을 갑작스레 오늘 받게 된다.

결코 어떠한 액션도 ‘그냥’ 흘러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가슴에 새겨본다.

학부모 : 지금 할머니 집에 갔거든요. 8시 넘어야 집에 와요.

교사 : 제가 그 시간에 다시 한 번 전화 드릴게요.

학부모 : 그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이번 주에는 학생들과 레포 형성에 목적을 두고 학생들과 통화에 중점을 두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의 흐름에 학부모님들께서 놀라시며 고마움을 표현해주신다.

“잘 지내고, 선생님이 또 전화 할게.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 있니?”

“선생님, 많이 보고 싶어요. 사랑해요.”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오늘은 이런 내게도 '괜찮다. 지금 잘하고 있다. 곧 좋아질 것이다. 조금만 더 힘내자!'라는 격려를 해주고 싶은 날이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