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들어 온 돌봄교실 10년, 전담사 복무계약 제각각
코로나19 '긴급돌봄 7시' 결정으로 갈등 증폭시킨 교육부

(사진=SBS뉴스)
(사진=SBS뉴스)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경기도 양주의 한 초등학교 긴급돌봄에서 일회용 종이컵에 밥을 담아 준 문제를 지적한 언론 보도로 돌봄교실 운영을 둘러싼 학교 내 뇌관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문제의 본질은 '밥을 종이컵에 담아 주었냐'가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돌봄 갈등을 그동안 방치해 온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일 “긴급 돌봄을 오후 7시까지 연장한다. 점심 식사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에 따라 ‘학교내 모든 교직원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긴급돌봄 관련 책임이 고스란히 학교에 전가된 것이다.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돌봄교실 운영을 위해 돌봄전담사를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사정에 따라 4시간, 6시간, 8시간 등 근무 계약조건이 다르다. 교육부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오후 7시까지 긴급돌봄을 결정했다.

결국 돌봄전담사가 계약된 시간을 채우고 퇴근하면 나머지 시간은 교직원이 담당해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대부분 학교는 교직원 중에 교사가 대체하게 됐다. 휴업 상태로 재택근무하는 것조차 비난을 받고 있는 교사 입장에서는 본연의 업무가 아닌 돌봄까지 맡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 기름을 부은 일이 또 발생했다. 돌봄전담사가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상황에서 휴가를 쓴다고? 그것도 단체로?”라는 반응이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원칙적으로 돌봄전담사는 학교재량휴업일 안에서 휴가를 쓸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가 개학을 연기하면서 학교에 대해 '휴업'을 명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학사일정을 짜면서 휴업일을 방학일에서 당겨 쓰기도 하고, 방학일과 학교재량휴업일을 섞어 쓰기도 했다는 것.

학사일정을 구성하는 것은 학교장 권한이기에, 학교별로 사정에 맞춰 고육지책의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된 것이다.

학교재량 휴업일을 포함해 학사일정을 짠 학교의 돌봄전담사는 휴가를 갈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돌봄전담사들이 휴가를 떠난다는 메시지가 SNS를 떠돌았다.

이 메시지에는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공분했다. 지금이 휴가갈 때인가!!

문제가 된 학교의 경우 보도에 따르면, 교사가 점심을 제공했다. 4~6시간 계약된 돌봄전담사 또는 8시간 계약했더라도 돌봄전담사가 근무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전담사가 휴가를 갔다면, 학교는 재량휴업일을 활용해 학사일정을 구성했을 것이다. 양주교육지원청의 서버 다운으로 제반사항을 종합한 기자의 추측이다.

긴급돌봄 뒷 이야기를 모르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회용 종이컵에 담긴 아이의 밥을 보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또 긴급돌봄을 준비하는 학교의 매끄럽지 않은 행정처리를 보며 답답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의 근원은 돌봄교실이 초등학교로 들어오며, 학교가 보육을 하는 곳인지 교육을 하는 곳인지 애매하게 만들어 놓은 관계기관에 있다. 

돌봄을 위한 공간으로 학교 지원이 부득이 필요했다면, 학습과 생활지도를 하는 교사와 보육을 담당하는 돌봄전담사의 업무 구분은 엄격히 마련했어야 했다. 

이러한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불만이 있어도 자신을 희생하며 열심히 일하는 교사와 돌봄전담사, 그리고 다양한 학교 관계자들의 사기는 푹푹 꺾여 바닥을 치게 된다. 당장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이란 말 그대로 '일 안 하겠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돌봄이 학교에 들어온 지 10여년이다. 취재를 하며 알게 된 돌봄시스템은 중구난방이다. 지역별로, 학교별로 모두 다르다. 과연 중앙부처에서 관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많은 시점이다. 개인 간, 집단 간 사소한 갈등도 증폭하는 시기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 현장, 교육 현장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게 아니라 해소하며 지원하는 것이 주 업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안서약서', '일 안 해도 월급 받는 그룹' 등 철저하지 못한 교육계 문제들이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에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아직 터지지 않은 뇌관이 교육계 곳곳에서 곪고 있음이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지성배 기자
지성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