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이 <에듀인뉴스>에 기고한 <교사 바짓가랑이 잡는 교육공무직 "서로 할 일 합시다!">의 첫 문장은 이렇다.

“학교는 학생의 교육 활동을 위한 곳이다. 학교의 모든 일은 학생 교육을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학교에서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들의 노동은 학생 교육에 기여해야 한다.”

좋은 말이지만 의도가 아쉽다.

첫 문장 이하 나머지 글 전체의 맥락은 전혀 다른 주장으로 가득하다. 학생을 위한 교육의 방향을 논하기 보단 학교, 이 구역의 주인은 교사이니 교육공무직은 목소리 낮추고 교사를 도와 시키는 일 열심히 하라는 훈육이 전부다.

다시 말해 “학교에서 근무하는 모든 교직원들의 노동은 (교사들의) 학생 교육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본심으로 읽힌다.

교육은 교사만이 하는 것이고, 나머지 학교의 구성원은 교육이 아닌 노동에 종사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데, 노동에 대한 협소한 생각에 따라 교육공무직을 낮추고 교사를 높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어지는 주장의 행간도 권위적이다. “그 직원들이 자신들의 노동의 근본적인 이유가 되는 ‘학생 교육활동(교사 수업)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렇다. 정말 의문이다. 노동조합의 위원장까지 하시는 분이 역할의 서열을 짓고 타인의 노동을 종속적 존재로 주장하고 있으니, 조합원들에게 또한 아이들에게 어떤 가치를 교육할지 정말 의문이다.

서울교사노조 위원장께서는 “노조를 등에 업고 학생 교육 지원 활동과 관련된 일을 거부한다”고 말한다. 노조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없고서야 대다수 노동자가 될 학생들의 미래를 내다봐야 할 교육자가 어찌 이럴 수 있는가. 노동인권 감수성도 바닥이지만, 교사노조의 대표가 어찌 다른 직업집단을 책무는 거부하고 월급만 받아 챙기는 기생충으로 매도할 수 있단 말인가.

전산실무사의 사례를 든다. 단체협약을 근거로 교사가 지시하는 업무를 거부한다며, 그럴거면 외주 하청을 주면 되지 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서슴없다. 노사관계는 자율성이 원칙이다. 따라서 노사 간에 맺은 단체협약은 법의 금지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 한, 법 이상으로 권리를 인정해 상호 약속하고 지켜야하는 노동기본권의 기본이다.

그런데 노조 위원장이라는 분이 단체협약의 가치를 이토록 무시하고도 당당하다니 놀랍다. 서울시교육청과 학비연대의 단체협약은 전산실무사의 고유업무를 존중하는 의미를 가진다. 당연하게도 “전산실무사의 주 근무지를 전산실로 하고, (예외적으로 혹은 관례에 따라) 방송업무를 할 경우 방송 기자재 관리에 한하고, 방송 및 방송부원 등 교육활동 관련 업무는 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문제는 약속된 고유업무를 무시하고 아무 때나 다른 업무를 지시하는 행태다. 그럼에도 박 위원장은 노조를 등에 업고 일하지 않으려는 대표적 불한당이라며 전산실무사의 자존감을 훼손한다. 게다가 외주하청을 쓰는 게 낫다며, 자신이 불법파견을 부추기는지 인지하지도 못한다. 노조위원장 직함이 더욱 민망한 대목이다.

한 번의 말실수가 아니다. 심지어 돌봄교실도 외주화 하고 파견인력을 받아 운영하라니 더욱 씁쓸하다. 초등돌봄에 대한 교사들의 부담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돌봄전담사를 상시전일제로 전환하고 인력을 충원해 온전히 돌봄교실을 맡아 운영할 수 있도록 서로 연대할 일이지,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니 외주화시키라는 말이 어찌 그리 쉽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교육공무직의 고유업무를 무시하고 잡무에 동원하는 대표적 사례가 과학실무사다. 과학실무사를 통해 드러나는 문제는 한국 과학교육의 후진성을 상징한다. 경기도는 2018년 현재 전담교사까지 포함해 과학교육 전담인력이 60%대 배치율에 불과하다.

과학실 10곳 중 4곳은 과학실무사도 없고 과학전담교사도 없어 과학교육의 불평등과 질 저하를 초래한다. 과학실무사는 1983년부터 과학교사의 업무경감을 위한 수업 및 실험 지원을 목적으로 채용됐다.

2019년 과학실무사 채용 공고에도 ‘과학실험 등 과학교육 지원’을 주된 업무로 하고, 그 외 “기타 학교장이 정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과학실험은 뒷전이고 학교장의 재량으로 과학실무사를 홈페이지 관리, 지각생 체크, 신입생 등록, 교과서 관련 공문처리, 방송실 관리, 도서관 근무, 학교 행사 시 사진촬영 등 잡무로 내몰고 있다.

학교운영 환경의 변화로 약간의 업무 변경이 요구될 수 있다. 그렇다면 본인 동의와 노조협의는 필수 전제고, 그 동의 여부에 따른 결과는 사용자인 교육청에게 대책을 물을 일이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타인의 고유업무를 깔아뭉개고 만만하다고 무시할 권리는 교사노조에게 없다.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업무감정으로 함부로 교육공무직노조를 무책임한 이익집단으로 몰아가지 마시라. 사실이 아니다. 단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교사와 교육공무직을 똑같이 대우하라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 학교비정규직 임금 차별은 최하위 9급 공무원과 비교해 호소해왔고, 교직의 가치를 폄훼하면서까지 권리를 주장한 바가 없다.

교사노조의 주장과 달리 학교에서 교사와 교육공무직은 동등한 동료로서 상호 존중하며 좋은 교육이 이뤄지도록 협력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노동자의 권리를 아이들에게 일깨워주는 훌륭한 교사도 있고, 공동체 시민으로서 모범적 의식을 보여주는 배울만한 어른도 있다.

교사노조는 누구와 연대하고 어디에서 비판의 이성을 드높여야 할지 자문하시길 바란다. 필요하다면 대화도 가능하고 입시교육에 시드는 꽃들을 해방시킬 연대도 환영한다.

그러나 “묵묵히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라”는 교장식 훈시는 사양한다. 동등한 존중과 연대만이 불신과 반목을 해결할 것이다.

지금 이 글도 갈등행위의 하나라 수차례 망설였지만, 박근병 위원장의 글이 일파만파 현장에 회자되고 교사와 교육공무직의 갈등을 키우는 교재로 활용되는지라 우려를 담아 응답한다. 사람은 많고 다양하다. 침소봉대하지 마시라. “노조답게 서로 생각하고 일합시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