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 신임원장 선임 못해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의 공모 철회를 시작으로 삐걱대는 모습을 보였던 한국교육개발원장(이하 KEDI) 공모가 결국 신임원장 선임을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경사연)는 24일 열린 제 210차 이사회에서 KEDI 원장 공모에 지원한 구자억 서경대 교수, 신현석 고려대 교수, 최상근 KEDI 선임연구위원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EDI 원장 공모를 둘러싼 각종 설들은 공모를 한참 남겨 둔 11월경부터 시작됐다. 교육학과 출신이 아닌 의외의 인물이 공모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모 마감 당일 원서를 내지 않을 것이라던 인사는 원서를 내고, 당연히 낼 것으로 알려진 후보는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낙점설’이 유력하게 떠올랐다.

그런데 마감 며칠 뒤 ‘낙점설’의 주인공이 공모를 철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 다른 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김 전 차관의 공모 철회 배경에는 교육부 장관에 공대 교수가 내정되면서 장, 차관 모두 정통 교육 외의 인물이므로 이를 컨트롤할 위치를 제안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그 보다는 차관을 지낸 분이 차관급에 공모한 것을 두고 나온 잡음에 무게가 실린 측면도 있어 해석만 분분한 미스터리(?)로 남았다.

'공모 철회'가 알려지면서부터 솔솔 고개를 든 ‘재공모’설은 후보자 압축 이후 힘을 받았다. 3인의 후보자 가운데 교육계 마피아로 불리는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1대부터 현 16대에 이르기까지 KEDI 원장은 모두 서울대 교육학과 출신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번 공모는 ‘해당자 없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계 마피아의 압력이었는지, 윗선의 입김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해당자 없음’으로 마무리됐다. 경사연 관계자는 “4차 투표까지 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후보자 가운데 1인이었던 모 교수는 “이렇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후보자는 “허탈하다”면서도 “재공모하면 보완해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KEDI 관계자는 “이번에는 원내 출신 인사가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서울대의 벽이 높은 건지 ‘낙점’자가 없었던 것인지, 언제까지 이런 식의 공모를 계속할 건지”라며 말을 흐렸다.

국책연구원장 선임에 공모제 방식이 도입된 것은 1999년 DJ정부부터다.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통해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선발한다는 취지였지만,  이후 ‘코드인사’ ‘낙하산’ 시비는 오히려 늘었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선정하면서 공모제 형식만 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모제 실시 전인 1998년부터 원장을 지낸 곽병선 전 원장(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이후 원내 출신 원장이 단 1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모제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변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한편, 현 백순근 원장의 임기는 27일까지여서 차기원장 선임까지 임기를 연장하거나, 기획처장의 대행체제 운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사연이 통상적으로 이사회를 한 달에 한번 꼴로 열고 공모진행에 20여일 정도가 걸린 선례로 볼 때, 바로 원장 재공모 절차에 들어간다고 해도 최소 한 달은 걸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