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올해 중학교 1학년은 황금 돼지띠라 학생 수가 일시적으로 늘었어요. 우리 반은 32명인데 아무리 교실 배치를 해도 50센티미터 이상 떨어뜨리기는 어렵네요. 교실서 사회적 거리두기 가능할까요?" 

"교실에 세면대 있는 학교 있나요? 우리 학교는 한 층에 세면대 6개, 학급도 6반이 있습니다. 쉬는 시간 10분 동안 초등학교 3학년 180명 아이들이 손을 제대로 씻을 수 있을까요. 복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가능할까요?"     

"식당배식이던 교실배식이던 아이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밥 먹는 일이 가능할까요? 식판 가림판 너머로 장난치고 얼굴 비비고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아이들 없을까요. 3교대로 급식한다는 학교도 있던데, 식사 빨리 못하는 아이들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하려다 다른 문제 생기지는 않을까요?"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월 20일 첫 환자 발생 후 64일 만에 누적 확진자가 9000명을 넘어섰습니다. 19세 이하 확진자도 563명에 이르고 사망자도 120명이 넘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감염 확산세가 지속되자 홍콩독감(1968), 신종플루(2009)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했지요.

세계적인 역병이 창궐인 가운데, 정부는 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국민 행동지침을 내렸습니다. 

교육부도 24일 ‘학교 안팎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추진’ 방안을 통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학교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 지침을 학교에 안내했습니다. 

이날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일률적으로 규제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학교나 교육청이 상황에 따라 자율로 판단해 ‘학교 안팎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진하라고 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교육부 지침 상당수는 학교와 교실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에 힘이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정부 지침과 당부대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학교와 교실에서 진행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 당국자도 이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이런 지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고충은 있었겠지요. 

어쨌건, 개학 이후 학교에서 확진자가 단 한 명이라도 나온다면? 

교사와 학교, 확진자 모두 엄청난 비난에 시달릴 것입니다. 교육‧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혼란과 불안감이 조성될 겁니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꼭 필요하지만 학교와 교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아니, 용어부터 잘 못 됐습니다. 학교에 1000명 가까운 학생들을 모아 놓고, 또는 한 교실에 30여명 가까운 아이들을 모아 놓고 '사회적 가리두기'라니요. 사회적 거리두기는 애초에 '모이지 않기'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닌지요. 

아무튼 선생님들이 아무리 아이들을 흩어지게 하고, 떼어 놓아도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병원에서 조차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만약이라도 학교에서, 교실에서, 또는 교사가 확진자가 된다면, 선생님들은, 어쩔 수 없이, 독박을 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어느 선생님의 말씀처럼 이 상황을 모두 통제할 '비상조치권'이라도 교사에게 부여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코로나19는 어릴 적 부른 동요도 바꿔놓고 있습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는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떨어져!"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휴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래저래 선생님들의 하루하루는 가시방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