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중국발 신종 코로나가 온 세계로 퍼져나가 마침내 세계대전급의 재앙이 되었다. 감염의 고통은 물론 경제 침체의 고통에서 자유로운 곳이 지구위에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세계대전조차 이렇게 지구 전체를 멈추지는 못했다.

우리나라는 처음 두 달 동안 대만, 싱가포르와 함께 철벽 방어를 선보이는 나라에 속했다. 그러나 방역망이 단숨에 뚫리면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신천지라는 특정 종교단체의 예배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또 대구와 경북 지방을 중심으로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이 교단이 이단인지, 사이비인지는 개신교 내부의 일이니 여기서 거론하지 않겠다.

다행히 방역 당국과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환자가 갑자기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의료붕괴 사태에 이르지 않았고, 1.3% 정도의 낮은 사망율을 기록하며 가장 힘든 파도는 넘어선 모습이다.

방역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 우리나라 방역 당국은 메르스 사태 이후 심지어 ‘과할’ 정도로 역량을 계속 비축해 왔고, 의료체계 역시 우리나라 1% 안에 드는 최고의 인재들로 모여 있으니 뛰어날 수 밖에 없다.

다만 방역 이외의 것들, 감염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드러났던 교육적인 걱정거리를 몇 개 짚어보고자 한다.

휴교를 마냥 연장할 수는 없으니 언제고 학교 문을 다시 연다면, 이 걱정거리는 당장 현실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반응이 공감과 연대가 아니라 배제와 혐오였다는 점이다. 병에 걸리면 고통스럽다. 석가모니가 생로병사라고 하지 않았는가? 병에 걸리고 싶어 걸리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병에 걸린것도 서러운데 확진자가 공공의 적, 사회의 오물 취급을 받는 경우가 눈에 들어왔다. 확진자가 속해있는 집단, 확진자가 지나다닌 지역 전체가 혐오라는 말의 칼날을 받았다.

처음에는 곳곳에서 ‘중국인 출입금지’ 팻말이 붙었다. 중국인으로 오해받아 차별받은 대만 관광객들이 국기를 들고 다니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그 혐오는 신천지라는 교단으로, 대구라는 지역으로, 그리고 이제는 개신교라는 거대 종교에 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KBS 캡처)
(사진=KBS 캡처)

둘째, 인권 민감성이 둔해지고 있다. 이 상황이 일종의 국가 비상사태라는 이유는 있지만, 이런 식의 둔감성이 감염이 종료된 다음에도 남으면 곤란하다.

가령 확진자 동선 공개의 목적은 감염 우려가 큰 핫스팟을 알려주어 그 장소에 자주 가는 사람들 중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스스로 신고하라는 것이다. 확진자의 사생활을 공개하고, 확진자 혹은 그가 다닌 지역을 비난하거나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다.

“혹시 당신이 전파자가 될지도 모르니 신고하라”의 관점이지 “당신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의 관점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절대 저기 가면 안된다”, “저기 가면 걸린다” “저 곳은 위험한 곳이다”라는 식으로 반응했고, 확진자는 “감염된 주제에 뭘 저렇게 사람 많은데를 쏘다니냐?”는 암묵적인 비난은 물론, 동선에 나오는 몇몇 지명이나 업소를 바탕으로 상상력이 가미된 모욕적인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이미 이 질병은 단기간에 완전한 퇴치가 불가능하다. 백신도 올해 말이나 되어야 사용 가능할 전망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학생은 물론 교사 중에서도 확진자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개학을 하더라도 학교와 교육당국은 확진자가 당연히 나온다는 전제하에 해야 한다. 그런데 배제와 혐오, 그리고 인권 침해에 대한 둔감성이 유지된 상태에서 개학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확진자는 “얼마나 아플까? 조심히 쉬고 오렴”이라는 공감과 위로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다운 모습이다.

하지만 확진자가 “더러운 녀석”, “혹시 신천지 아니야?” 따위의 혐오와 비난을 걱정해야 한다면? 미리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 분위기에서 과연 어떤 쪽에 더 가까울까?

교육자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두렵다. 감염보다도 감염 이후의 혐오와 배제, 그리고 여기서 비롯되는 인권침해가.

그 동안 그 고통과 감염력에서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신종 플루(학생의 1/3이 결석한 경우도 있었다), 치명율이 엄청나게 높아 전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메르스가 유행했을 때도 이렇게 ‘환자’가 공격과 혐오의 대상이 된 경우는 없었다.

학생과 교사가 만약 감염 되더라도 병은 의료기관에서 고쳐 줄 것이며, 가족, 동료 등 공동체로부터는 위로와 격려를 받을 것이라고 “안심” 할 수 있어야 공동체가 유지되며, 방역의 기본인 빠른 신고와 격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확진자가 비난과 혐오를 걱정해야 한다면, 증상이 심해지지 않는 한 감추고 숨기려 할 것이며, 결국 방역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더구나 학교와 교사가 학생의 건강 보다도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쏟아지는 비난과 혐오, 문책 따위를 더 걱정해야 하는 분위기라면 개학은 시기상조다. 그런데 4월 6일 개학에 대한 찬성, 반대 주장 어디에도 이런 교육적인 고려가 보이지 않는다.

덧붙여 이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를 인류가 연대해서 돌파해야 할 어려움으로 보는 대신 국가들 끼리 순위를 다투는 올림픽처럼 보는 경쟁 심리 역시 걱정거리다.

일본과 대만에 대한 과도한 비교와 관심 같은 것이 그렇다. 감염 초기에는 일본보다 확진자가 많은가 적은가에 관심을 기울였고(이때는 숫자가 적으면 이기는 거였다), 우리나라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일본을 한참 넘어서자 확진자를 발견해 내는 진단 능력에서 앞섰다며 우쭐했다(이때는 숫자가 많으면 이기는 거다).

우리보다 확진자 수가 적은 일본은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라는 의혹성 기사도 쏟아졌고, 올림픽 취소가 거론되자 이를 인류의 축제가 미뤄지는 아픔으로 보기보단 일본의 손실로 보면서 ‘고소해 하는’ 톤의 기사도 쏟아졌다.

일본을 보며 성적을 조작하는 경쟁자 보듯 얄미워하며, 대만을 보며 전교 1등 못해 분해하는 전교 2등처럼 반응한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살아가야 하는 소국개방경제다. 쇄국정책을 펼치며 북한처럼 되지 않을 다음에야 이런 식의 분위기가 교육적으로 무슨 이득이 있을지 걱정된다.

국민의 건강을 나아가 인류의 건강을 지키려는 방역이지 다른 나라들을 이기고 미국과 유럽의 칭찬을 받자고 하는 방역이 아니지 않은가?

개학을 준비할 때 학생들의 위생관리, 감염방지 등도 중요하지만 이런 교육적인 것들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 두었으면 한다.

말하자면 지적, 정신적 방역이다. 바이러스는 감염되더라도 2주 정도 지나면 대부분 치료되지만 배제, 혐오, 인권 침해로 인한 상처는 매우 오랜 시간 사람을 괴롭히며, 이 사회를 아래에서부터 멍들게 하기 때문이다. 

권재원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
권재원 실천교육교사모임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