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학기제, 문재인 대통령 “논의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19 장기화 대비해야" VS "비용과 파장 커"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
최우성 경기 대부중 교사/ 전국교육연합네트워크 공동대표

[에듀인뉴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개학은 4월 6일로 연기되며 가을학기인 9월 개학 전환에 대한 여론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한 학년을 학기별로 나누는 제도를 학기제라고 하며,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10조(학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4조(학기),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11조(학기)에 매 학년도는 2학기 이상 또는 두 학기로 나누도록 표현되어 있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일본의 4월 3학기제가 도입되어 시행됐다가 해방이후, 미군정에 따라 9월 2학기제로 변화됐으며, 교육법이 제정되면서 1950년부터 다시 4월 신학기제로 바뀌었다. 이후 5.16 군사정권이 4월이던 신학기를 3월로 변경하면서 1962년부터 현재까지 3월 2학기제가 정착되었다.

이때 당시, 3월로 바꾼 이유로 다양한 해석을 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이유는 학교 난방비 절약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 그대로 ‘9월 학기제’란 ‘가을 학기제’라고 불리며, 가을에 해당하는 9월에 새로운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3월에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는 ‘봄 학기제’ 또는 ‘3월 학기제’로 볼 수 있으며, OECD 국가 중에서는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일본과 호주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상당수의 나라들은 9월 학기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형의 단계인 팬데믹 사태로 인해 유·초·중·고교의 개학 시기가 처음에는 3월 9일, 다시 연기되어 3월 23일, 또 다시 개학 연기되어 4월 6일로 개학이 3차례에 걸쳐 연기된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차라리 9월 1일부터 2020학년도 학사일정을 시작하는 ‘9월 학기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9월 신학기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현재의 3월 신학기제와 9월 신학기제의 장단점에 대해 논란이 있어 왔다.

3월 신학기제의 장점으로는 정부와 교육 회계연도 일치로 행정적 편의성이 있다는 점, 학생들이 1년 주기의 생체 리듬을 가질 수 있다는 점, 이미 교육계와 사회의 모든 시계가 봄 신학기에 맞춰져 왔다는 점이 제시된다.

9월 신학기제의 장점으로는 학제의 국제통용성 제고로 인적 자원의 국내외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 학사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 긴 여름방학을 통해 학생들이 폭넓은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점, 조기 취업을 통한 산업인력 추가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9월 학기제’에 대해 검토 의견을 밝혔으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역시 “지금의 사태는 가을 학기제 개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9월 신학기제로의 변경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사진=최우성 교사)
9월 신학기제로의 변경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사진=최우성 교사)

여기에, 지난 18일 대구에서 청소년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봄 학기제에서 가을 학기제로 변경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2020.03.24.19:08 기준, 1만1997명)까지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개학 시기 논의와 연계해 9월 학기제 시행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으며, 교육부 관계자도 “새 학년도 시점을 3월에서 9월로 변경하는 방안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9월 학기제 도입에 선을 그었다.

이날 교총도 입장문을 통해 “9월 신학년제를 논의하며 혼란을 부추길 때가 아니다”라며, “도입하자는 것은 설득력도 없고 너무 무책임한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9월 학기제‘ 도입을 반대하는 측의 입장은 새 학년 시점을 바꾸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과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길 원한다. 그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점으로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대학 입시, 기업 채용, 공무원 시험 등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전문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으로 보자는 의견이다.

2015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학제 개편 비용으로 8조~10조원으로 추정했다.

’9월 학기제‘ 도입 논의를 시작하자는 측의 입장은 기존 정부에서도 번번이 도입을 검토하였으나, 막대한 비용과 사회적 파장 때문에 그만 둔 사례가 있지만, 이번만큼은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9월 가을 학기제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코로나19 감염증이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으며, 코로나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아직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학을 서두를 때, 1명의 학생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학교 전체가 2주 자가격리가 되고 다시 전염이 번져 다시 휴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수 없으며, 상급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형평성 있는 입시를 보장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현 상황에서 어느 쪽의 입장을 따를지 결정할 수는 없다. 다만, 4월 6일 개학을 하여도 정상적인 수업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교육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는 팬데믹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감염병 전문가는 올 여름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개학을 진행하여 무탈하게 교육과정이 진행되길 희망하고, 그에 따른 예방대책을 수립하고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해 확정적으로 결정하고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

개학이후 당면하는 문제점은 뭐니 해도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자, 의심환자, 유상증자가 없어야 한다. 각종 감염병 예방대책과 방역당국의 지침대로 예방을 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환자에 대해 학교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학교폐쇄 및 자가격리 조치가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다. 3번이나 연기된 개학이 다가오지만, 개학이후가 더 걱정인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같은 마음이다. 교육당국은 장기적인 대비책으로 ’가을 학기제‘에 대한 기존 연구자료를 토대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준비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진보나 보수의 논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