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의 교사성장연습] 화창한 4월을 꿈꾸는 '무지한 스승'
[김경희의 교사성장연습] 화창한 4월을 꿈꾸는 '무지한 스승'
  •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 승인 2020.03.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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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 8시, 9시. 교육 활동 안내를 위한
상담 전화는 늦은 시간까지도 계속 되었다

[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에듀인뉴스] “저녁 드셨어요? 우리 준용이와 통화 할 수 있을까요? 스피커폰으로 하시고 저와 준용이가 나눈 대화를 옆에서 잘 들어주세요!”

저녁 7시, 8시, 9시. 3월 4째주 교육활동 안내를 위한 상담 전화는 늦은 저녁 시간까지도 계속 되었다.

이는 코로나19 시기, 직장생활하시는 학부모님들이 자녀와 있는 시간에 맞춰 학부모, 교사, 학생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어할 것이라는 나의 의지가 반영된 상황이기도 하다.

아니, 교육내용과 활동 안내는 학습의 주체인 학생에게 교사가 직접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자연스런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교사의 교육철학이 담긴 힘 있는 언어가 그 누군가의 입을 거쳐 학생에게 전해질 때는 김빠진 콜라와 같은 잔소리로 변질될지 모르니 말이다.

“준용아, 선생님 말을 듣고 궁금한 것 있니?”

이 주부터 새롭게 적용된 ‘e-학습터’ 도입 배경과 클래스팅과 공통점과 차이점, 그리고 활용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다.

‘3학년에게 학습활동의 대한 명확한 목적과 과정을 말하면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학생들이 배움을 키워가는 데 있어 계속해서 ‘왜 그럴까?’하는 질문을 갖는 방법에 익숙하게 해주고 싶었다.

수동적으로 해내야 할 학습 과제 한 개 딸랑 알아야 하는 것을 넘어 삶의 변화에 따른 목적과 원칙, 그리고 내용과 방법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가의 맥락을 나누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살짝 질문을 유도해보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e-학습터’를 구경 다닌다는 생각으로 하는 거야. 클래스팅에 독서활동 한 것, 리코더 영상은 계속 올려도 돼. 더 하고 싶은 말은 없어? 공부와 관련 없는 질문도 괜찮아!”

“선생님, 결혼했어요? 키가 크세요? 아이가 있어요? 선생님은 몇 시에 자요? 선생님은 어떻게 지내요?”

빵 터지게 하는 질문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리코더 연습하는 모습을 찍어 온라인 학급에 공유한 학생들.(사진=김경희 교사)
리코더 연습하는 모습을 찍어 온라인 학급에 공유한 학생들.(사진=김경희 교사)

“선생님, 어떨 때는 리코더 소리가 잘 나고, 어떨 때는 소리가 잘 안 나요.”

“그래? 정말 다행이다. 그 둘이 구분이 되어서. 잘 날 때와 잘 안 날 때 차이가 뭔가를 잘 살펴봐. 분명 어떤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찾아볼 수 있겠어?”

“예! 해볼게요!”

자신 있게 대답해준다.

무지한 자는 스승이 모르는 것을 홀로 배우게 될 것이다. 만일 무지한 자가 그것을 할 수 있음을 스승이 믿어주고, 또 그로 하여금 그의 능력을 현실화하도록 강제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만난 적 없는 학생들과 대화를 이어가다보면 머리 속에서 자크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의 이 구절이 맴돈다. 선생님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이렇게 믿고 따라와 주는 학생들이 한없이 고맙기만 하다.

학생과 대화가 끝나고 학부모님께서 내게 하고 싶은 말들을 더 들려주신다. 나 또한 학생과의 대화를 듣고 궁금한 점이 더 있는지를 묻기도 한다.

“옆에서 통화내용을 들으니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하는지 잘 알겠어요. 친구들이 리코더 연주한 것 올려놓은 영상 보면서 하루에 1시간씩 연습도 하더군요. 선생님과 약속한 책도 꼭 읽으려고 하고요.”

학생에게 미처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도 곁들여 주신다.

“잘 자! 선생님이 다음 주에 또 전화할게! 한 주 잘 보내고, 클래스팅과 e-학습터에서 만나자! 선생님한테 더 하고 싶은 말 없어?”

“선생님, 보고 싶어요. 저 학교 가는 꿈 자주 꿔요. 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요.”

순간 울컥하게 된다. 꼬옥 화창한 4월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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