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만 하면 무료 사용 가능 화상회의 프로그램
교수자로서 새로운 도전, 행복 '온라인'에도 있어

안상윤 세명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에듀인뉴스] 코로나 19의 여파로 우리나라 모든 대학에서 전례 없는 온라인 수업을 진행 중이다. 학생들과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절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현재의 상황을 두고 학계의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대학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의 위기는 이미 훨씬 전부터 우리 옆으로 성큼 다가와 있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대학의 위기, 나아가서는 대학 전체의 위기... 

어쩌면 이번 코로나 사태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위기에 좀 더 빨리 대비하고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고마운 시간일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제 막 50을 넘은 필자는 스스로를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 온기를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조금 더 재미있고 다양한 수업을 위해 석 달쯤 전에 학회에 가입하게 되면서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수업에 활용하는 교수님들도 만나고 방법들도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디지털 기기에 대해 잘 모르고 이전에 써 본 프로그램도 없는 상황에서 지금 수업에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가입만 하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줌(Zoom) 이라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이다.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아주 조금씩 사용하려고 노력중이지만 아직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으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의 대부분을 진행하고 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실시간 강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을 통한 강의지만 대부분 대학에서 진행 중인 녹화된 동영상 강의를 수업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잘해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안고 정규 수업 전에 프로그램 사용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별도로 가졌다. 

학생들에게 다른 교수님들처럼 동영상 강의를 올리고 과제를 내주는 수업 대신, 2020년 1학기 수업시간표에 맞춰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했다. 학생들은 금방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혔으며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다. 

발표 후 박수치는 장면.(사진=안상윤 교수)

처음 진행한 수업에서 학생들은 필자의 염려가 무색할 만큼 잘 적응하고 많이 웃고 재미있어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진행한 첫 수업도 무사히 지나가고 2주째 수업을 마무리한 오늘은 학생들도 필자도 다 같이 웃고 떠들면서 공부하는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의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경험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디지털 왕초보 필자의 온라인 수업은 가장 먼저 학생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부르면서 시작된다. 

특히, 아직 모든 학생이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없는 20학번 신입생의 경우 한 명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면서 확인하게 되면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생들 상호간에도 얼굴을 익히게 되는 효과가 있다. 출석을 부르는 동안 짧게라도 모니터로 보이는 학생들 중 변화가 있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통해 관심을 표현한다. 

본격적인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보다 말의 속도도 조금 천천히 하고 모니터를 통해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들 잘 들리는지 이해를 하고 있는지 매순간 신경을 쓰면서 진행한다.

자료 공유하기 기능을 통해 파워포인트나 인터넷 자료화면 등을 띄워놓고 함께 보기도 하고 미리 강의지원시스템에 올려놓은 자료를 학생들이 인쇄해서 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 친구가 발표를 하고 나면 모두 같이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친다. 그 장면은 마치 화면의 학생들 얼굴 위에 손으로 만든 꽃이 핀 것 같이 아름답다. 커피 모바일 교환권을 건 퀴즈는 치열하다. 

저요!! 라고 하면 누구인지 금방 알아볼 수 없어 필자의 수업에서는 저요!! 대신에 안상윤!!! 하고 본인 이름을 크게 외쳐야 된다. 남들이 불러주는 이름 대신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이름을 크게 외치는 경험도 좋고 누군가가 이름을 크게 외치는 것만으로도 다른 학생들은 웃음이 터진다.  

가위 바위 보 하는 장면.(사진=안상윤 교수)

과목 도우미를 선발할 때는 지원자가 많아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한 명을 뽑았다. 화면으로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그 화면을 보고 동기들은 웃음보가 터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듯한 분위기에서 최종 한 명이 선정되었다. 

다른 반에서는 개개인마다 화면 지연 시간이 달라 시차가 생겨서 채팅 기능을 이용해 글로 가위 바위 보를 했다. 이 또한 새로운 방식으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온라인으로 가지고 온 것이다. 아주 조금의 변화로도 수업 시간을 활기차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질문에 답하는 방식도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교수자가 물어보면 화면에서 소리없이 손을 들거나 고개를 흔들며 대답하기도 하지만 글로 써서 프러포즈를 하듯 교수에게 보여줄 수도 있다.

이때는 최대한 본인의 답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카메라에 종이를 들이대며 최선을 다한다. 수업이 끝날 때면 화면에 있는 학생들과 교수가 모두 두 손을 흔들며 다음 수업을 기약한다. 

 답변을 종이로 써서 보여주는 장면.(사진=안샹윤 교수)

필자는 앞서 밝힌 바처럼 온라인 수업의 왕초보다. 복잡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필자와 같은 왕초보라면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단순한 프로그램 하나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위기를 극복하고 학생들과 재미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싶다면 오늘부터라도 간단한 디지털 도구 사용에 도전해 보시기를 권유한다. 교수자로서 새로운 도전과 행복이 그곳에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