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수업 전장으로 출전 대비하는 장수의 마음으로

김수호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선생님이 화상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수호 교사)
김수호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선생님이 화상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김수호 교사)

[에듀인뉴스] 교육부의 온라인개학, 원격수업인정 기준안 발표로 화상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제까지 내가 3주간 시도한 화상수업의 실제 운영 사례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어제 오전 11시, 우리반 아이들과 화상수업을 하였다. 우리반에게는 일상이 된 화상수업이지만, 화상수업은 여타의 교육처럼 갑자기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아이들이 화상수업이라는 매체에 대해 준비하고, 적응하고, 필요할 경우 캠, 노트북 등 물리적인 장치를 갖추는 시간을 확보해 주었다. 이 기간은 대략 2주 정도였다.

나의 화상 수업 시도 사례는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주 1~2회 정도 20~30분씩 짧게 만나고, 선생님의 소개, 학생들의 소개를 갖는 시간으로 시작하였다. 등교가 미뤄지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교사와 아이들 간에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화상수업이라는 기술은 그 경계를 무너트려 주고, 아이들과 얼굴을 맞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교육에서 가장 첫 시작은 아이들과 정서 교감이다. 물론, 아이의 마음을 잡으면 학부모는 저절로 선생님을 신뢰하게 된다.

화상수업에는 서로의 인사부터 시작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책 소개, 내가 아끼는 물건 소개 등으로 일상의 소재로부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화상수업도 별것 아니구나, 도구만 바뀌었을 뿐 선생님과 친구들과 대화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 들이게 된다.

이렇게 2주간 주 1~2회 화상수업을 진행하며 아이들의 기본 소양을 익혔다. 그리고 나는 아침 9시에 탑재하는 1일 온라인수업 안내를 줄글에서 시작하여, 표, 이제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담은 간단한 영상 제시까지 진화하였다.

화상수업을 도입한 지 3주째, 드디어 아이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고, 학습까지도 전이될 수 있는 화상수업을 시도하였다. 정해진 정답을 전달하는 일방향적 수업이 아닌, 아이들의 다양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특정 주제를 미리 제시하여 충분히 사전 생각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한다. 교사는 이 때 전체적인 수업을 안내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한다.

학생들은 제시된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친구들의 발표를 듣고, 그 생각에 대해 궁금한 점을 서로 질문하고 공유하고 나눈다. 교사는 이런 학생들의 수업 상황을 전체적으로 지원해 주고, 피드백 해 주고, 이끌어 준다. 교사도 만족하고, 아이도 만족하는 멋진 온라인 화상수업이다.

어제 오전 11시에는 영재교육원에서 수업을 했던 창의미술수업을 주제로 화상수업을 예고하고 진행하였다. 감사하게도 교대 영재교육원에서 영재학생을 대상으로 창의적인 미술수업을 했을 때 본인이 직접 만든 교안을 아내가 공유해 주었다. 이번에는 일방적인 지식 전달 중심의 수업이다. 하지만, 일방적이지 않다.

이 수업은 이 시간의 안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주일 간의 프로젝트 학습의 첫 차시, 교사의 안내 시간인 것이다. 안내 시간에는 교류보다는 확실한 정보의 전달이 필요하다. 수업 도구에 대한 설명, 도구를 다룰 때의 유의사항, 이 도구를 사용하여 만든 예시 결과물, 이 도구를 사용하는 국내외 사례를 PPT와 영상 등으로 아이들에게 20-30분 간 전달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 수업에 대해 궁금한 점을 나누게 하였다.

화상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학생들 모습.(사진=김수호 교사)
화상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초등학교 학생들 모습.(사진=김수호 교사)

아이들은 이 화상수업을 하기 전까지는 막연하게 프로젝트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고,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교사의 온라인 화상수업을 통해 구체적인 전략, 예시, 주의사항 등을 전달함으로서 아이들이 어떤 과제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게 되었고, 필요한 경우 적극적인 질문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내가 이 때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쓴 전략이 있다. 바로 쉽게 작은 것부터 시도하라는 점이다.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작품을 만드려고 노력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생활 속의 작은 작품부터 만들어서 성공이라는 경험을 주고, 그 이후에 점차 더 복잡하고 더 큰 작품을 만들어 볼 것을 권장해 주었다.

나의 화상수업 사례를 소개하였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지나면 화상수업에 맞는 수업 전략이 나올 것 같다. 교실수업에서도 다양한 수업기술이 필요하듯이, 화상수업에서도 그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나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며,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효과를 높일 지 생각한다.

지금 현 시점에서 화상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도구는 여러가지가 있다. 여기서 이 점 만은 꼭 제안하고 싶다.

안정적으로 화상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어떤 도구여도 좋다는 점이다. 여러 도구 중에 무엇이 나은지 서로 싸우지 마시라. 중요한 것은 어떤 도구를 쓰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를 이용해서 아이들과 어떻게 교감을 나누고 부담없이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이끌어줄 수 있느냐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물론, 나는 여러가지 화상수업의 툴을 아이들과 함께 모두 사용해 보았고, 우리반 선생님과 학생이 모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툴로 Zoom을 꼽았다. 그 외에 구글 meet, MS의 팀즈, 시스코의 Webex, 알서포트의 리모트미팅 모두 훌륭한 글로벌 화상서비스다.

최근 국내 기준으로는 네이버 라인이나 카카오에서 출시할 서비스, 시공미디어의 하이클래스 등도 사용자 접근성이나 편리성이 개선된다면 교육계에서 더 많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상수업에 대해 언론에서 다양한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우리 교사들에게 이를 준비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 화상수업을 준비할 물리적인 시간과 도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이것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화상수업이 만능이라고 무조건적인 기대를 버렸으면 한다.

우리가 화상수업을 하는 이유는 정서적인 교감이 우선이지, 학습은 그 다음의 일이다. 우리는 EBS 강사가 아니다. 우리 선생님들의 가장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아이들을 살펴줄 수는 미소와 관심이다. 그리고 화상수업이 최선이 아니라, 다양한 교수방법 중 하나라는 점도 함께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리 선생님들은 온라인수업이라는 전장에 나가기 위해 다양한 수업 도구라는 무기를 손질하고 다양한 수업 전략이라는 갑옷을 수선하고 있다.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와 집, 그리고 온라인 소통도구를 이용하여 이를 대비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 일하지 않고 편하겠구나'라고 지레짐작으로 판단하여 흔들지 말고,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을 묵묵히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적어도 내가 직접 또는 온라인으로 보고있는 선생님들은 오늘도 아이들을 위해 어떤 온라인수업, 과제를 제시해야 할까 고분고투 중이다.

교육부, 각 시도교육청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추진하셨으면 좋겠다.

국가 기관에서 개발한 다양한 교육서비스들을 활성화 할 뿐만 아니라, 국내외 에듀테크 기업에서 만든 효과적인 교육서비스도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게 재정적인 지원, 행정적인 절차의 문들도 활짝 열어 주셨으면 좋겠다. 코로나 진단 키트만 국외로 수출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같은 훌륭한 교육서비스, 수업 사례도 수출하였으면 좋겠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것은 특정 집단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수한 교사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생, 교육에 열성적인 학부모, 뛰어난 에듀테크 기업과 기술 등을 가지고 있다.

서로를 헐뜯고 견제하고 정치적으로 이 위기 상황을 사용하지 말자. 우리의 역량을 한 곳에 모으고 다양한 사례를 만들고 이를 국내외에 적극 공유하여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 이 코로나19 위기를 교육으로 재창조하고 승화시킨다면 우리 교육은 세계 중심이 될 수 있다. 그 시작은 바로 우리 선생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