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옥 구미대학교 피부미용맞춤화장품과 교수
김선옥 구미대학교 피부미용맞춤화장품과 교수

[에듀인뉴스] 지방의 전문대학에 재직하면서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병가를 제외하고 연속 1주일이상 출근을 안하게 되는 천지개벽 사태를 맞이하였다.

대학 교수들이 방학 중 급여를 받는 것에 대해 무노동 유임금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장 교수직 수행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오히려 365일 학교일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방학 중에도 학생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각종 자격증 특강과 진로캠프, 입시홍보활동, 취업활동으로 본연의 연구업무마저 후순위로 밀어놓고 긴급한 일부터 챙기느라 동분서주하는 교수가 대부분이다. 

경제인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제자들의 평생 직업을 찾아주고 훈련하고 취업처를 연결하느라, 컨베이어 시스템이 쉬지 않고 계속 도는 것처럼 365일 돌고 또 돈다.

생산과정에서 한 부분이라도 소홀하면 불량품이 나오듯이 교수가 잠시 한눈을 팔면 짧은 2년의 어느 기간이 훅 지나간 학생들은 쭉정이로 졸업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현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은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현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하였다.

꼭 해보고 싶었던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방식 수업이 좀 더 가까워지고 심지어 실현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 설레는 요즘이다.

학과는 혼자 운영하는 것이 아니고 다수 교수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강의를 하는 곳이니 그동안 혁신적 거꾸로 학습법을 적용해 보고 싶었지만, 바쁘고 시간이 없는 교수자들에게 준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 수업방식을 선뜻 주장할 수가 없어 많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온라인 수업의 기회가 주어졌고 수업 콘텐츠를 제작하고 비대면 수업에서 학생들과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소통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면서 외외로 일이 쉽게 풀리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 대학에서 권장하는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탑재하는 것을 준비하기 위해 3월 첫 주 월요일부터 ZOOM을 활용하여 학과 교수자 전원 11명이 화상회의로 PPT 슬라이드 쇼 녹화하기, 오캠 등 무료 제공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 등에 관해 웨비나(웹세미나)를 열어 1주차 동영상 수업자료를 탑재하기까지 수시로 훈련하였다.           

 학과 교수자 웨비나   
 학과 교수자 웨비나   

학과 홈피의 자료실에 동영상 수업자료를 올리도록 학교의 공식 공지가 있었지만, 비대면강의가 장기화 될 경우 서버 과부하가 예상되고 과제물 받거나 소통창구로 부족하여 학과 단독으로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수업자료를 운영할 플랫폼을 찾아보면서 클라썸, 클래스룸, 클래스팅을 고려하였으며, 일단 사용해본 경험이 있고 학생들도 익숙한 클래스팅을 선택하여 28개 교과목 클래스를 개설하였다.

개설 후 교과목 담당교수님을 선생님/관리자로 지정해 학급공지에 동영상 강의를 탑재하고 게시글에는 학생들이 ‘선생님만 보기’를 체크하여 과제를 올리도록 했다. 

학생들 단톡에 과목별 링크를 올려 학생들이 과목별 클래스를 찾아 등록하도록 하는 동안 신입생들이 클래스를 잘못 찾아드는 등 해프닝도 있었지만 곧 정리가 되었다. 

교과목마다 15GB를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확보되어 교수자의 동영상과 학생과제물의 동영상을 탑재해도 용량이 넉넉하여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2주차 사용한 지금에 돌아보니 특히 각 학생의 과제물을 확인하고 ‘빛내기’와 ‘답글’을 달 수 있어 과제물 피드백이 실시간 전달되는 점이 소통에 도움이 되어 좋은 선택이 되었다.

1주차 동영상수업자료를 탑재한 후부터 바로 비대면 수업 장기화에 대비한 실시간 화상수업 훈련을 시작하였다.

각 교수자 모두 ZOOM의 호스트로서 회의를 주재하고 수업을 진행 할 수 있도록 미리 도구를 익힐 자료를 보내고 스스로 익히게 한 뒤 실시간 훈련을 하였다. 

이때 쯤 필자는 신종우 교수님의 유튜브만 보며 배우던 단계에서 시의적절하게 미래융합교육학회에 가입하게 되어 병아리 단계 신입회원으로 미래교육에 앞서가는 교수님들이 아낌없이 나누는 사례와 지식공유를 열심히 듣고, 보고, 배워서 학과 교수자들과 공유하였다.

2주차부터는 미리 강의 내용을 클래스팅에 탑재하고 ZOOM을 이용한 실시간 화상강의를 열어 이미 강의 내용을 나름 공부하고 온 학생들과 양방향 소통을 하면서 수업시간 중 학습목표를 달성하도록 주고받는 소통의 수업을 열게 되었다. 

필자를 포함한 학과의 60대 교수가 세 사람인데 가장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단시간에 너끈히 멸치앱을 사용하여 인트로(intro)까지 넣어 수업홍보영상과 수업영상을 제작하였고 기존의 수업시간표에 맞춰 실시간 원격화상수업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전문대학 특성상 그동안 주로 실기기술이 뛰어난 현장전문인들이 출강하여 현장직무교육을 위주로 하는 학과인지라 컴퓨터를 익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교수자가 대부분인데 짧은 시간에 숙달하여 거뜬하게 실시간 화상수업을 해내고 다들 자신이 너무 대견하다며 양방향 수업이 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일단 교수자 본인의 강의를 처음으로 학생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시청해보고 정말 많이 반성하고 개선하고 노력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처음으로 해보는 여러 가지 일들이 힘들고 당혹스러웠지만 학과 교강사 화상회의를 통해 배우고 익히고 될 때까지 수없이 리허설을 해서 전문학사과정과 전공심화 학사과정 모두 단 한과목도 빠짐없이 실시간 화상수업을 열고 있다.

교수자들이 힘들어 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학생들의 얼굴을 보고 반응을 들으면서 수업하는 것이 일방적 수업영상을 녹화할 때 보다 훨씬 낫고 역시 학생이 있어야 수업할 맛이 난다고 하는 교수자들은 어려운 일을 함께 풀어나가면서 어느새 동지애로 똘똘 뭉쳐 함께 산이라도 옮길 태세다! 

학생과 학부모님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화상수업을 살펴보고 흐뭇해하는 학부모님 얼굴도 가끔 화면에 등장하고, 재학생들은 “방학 중 넘 심심 했어요~”“ 학교가고 싶어요~” 등을 연발하면서 마냥 신나서 화상강의에 적극 참석한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자기방에서 왜 마스크를? “코로나19는 실시간 화상으로도 감염이 되나요?” “그럴지도 몰라요~” 왁자지껄 웃는 여학생들은 화장 안한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야 한다고...  

미리 공부하고 출석해서 궁금했던 것을 속 시원하게 해결하고 수업 후에는 수업영상으로 놓친 부분 복습에 암기까지 하니 대면수업보다 알차다고 기뻐하는 학생들을 보고 교수자들도 그동안 준비하는 동안 힘들었던 일들은 모두 잊고 정말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학과 회의에서 다투어 소감을 얘기하였다.

이때를 틈타 이제 대면 수업을 시작하더라도 지금처럼 미리 수업자료를 탑재하고 수업에 들어가서 학생들을 코칭하는 조력자가 되도록 해보자고 슬며시 말을 꺼냈는데 모두 찬성하며 효과적인 수업이 될 것 같다고 찬성을 하니 코로나사태가 준 뜻밖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화상강의 시작 첫 주를 마친 금요일 회의에서 피부미용맞춤화장품과 특성상 실기수업 비중이 많으니 4주차부터는 각종 아이디어를 모아 실기화상수업을 시작하자고 했다.

처음에 조금 의아심을 갖던 분들도 유튜브로 요리를 배워 먹기도 하는 데 피부에 화장품을 적용하는 실기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이 왜 안 되는지요? 심지어 사이버대학에도 피부미용과가 있는데요?라는 설득에 다들 각자 교과목에 적합한 실기 수업 아이디어를 내고 수업 틀을 짜느라 이번 주말도 반납이다.

다들 힘든 시기지만, 위기를 기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