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듀이 ‘행함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 실천 기회
人心齊 泰山移 "사람의 마음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

[에듀인뉴스] 코로나19로 인한 학교 개학연기는 온라인 수업의 필요성을 수면 위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전국에서 온라인수업 활성화를 위한 사이트가 개설되고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있지만 그마저도 익숙하지 않은 교육자들에게는 난감한 상황이다. <에듀인뉴스>에서는 온라인수업에 관심이 있으나 방법을 모르는 교육자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현장의 온라인수업 사례를 공유한다.

이효림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조교수/ (사)미래융합교육학회 정회원
이효림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조교수

2019년을 그리워하는 2020년의 낯 선 봄날

[에듀인뉴스] 3월이 끝나갈 무렵이지만, 아직 캠퍼스의 봄은 오지 못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북대학교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봄을 만끽하려는 학생들과 시민들로 가득했지만, 올해는 화려한 꽃들이 오롯이 주인공이다.

사람들의 재잘대는 소리, 웃음소리가 없는 풍경은 무성영화나 사진 속 같은 적막감이 감돈다. 작년 학생들과 우리 학교의 꽃놀이 스팟을 매핑한 지도를 보고 있자니 그 생기 가득한 일상이 더욱 그립고 소중하다.

2019년 3월 학생들과 함께 만든 캠퍼스 봄꽃 지도.(사진=이효림 교수)
2019년 3월 학생들과 함께 만든 캠퍼스 봄꽃 지도.(사진=이효림 교수)

2020년 3월 27일 기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거의 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전체 확진자의 80% 이상이 나온 대구 경북 지역의 거점국립대학이다.

타 대학과 마찬가지로, 3월 16일 늦은 개학과 동시에 비대면 강의를 시작했다. 2주간 예정되었던 비대면 강의는 점점 연장되고 있으며, 5월 3일 대면강의 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그마저도 낙관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개강은 했지만, 학교는 갈 수 없다. 그러나 강의실이 없어도 수업은 계속 되어야 한다.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개강이 미뤄졌지만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당장 2주간의 비대면 강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개강은 다가오고, 기존의 수업을 새로운 틀에 맞추기는 남은 시간이 충분치 않아 보였다.

사범대학에 근무하면서, 교사의 디지털 역량을 연구하고 그렇게 강조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 조차 급격한 교육현장의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인심제 태산이(人心齊 泰山移) "사람의 마음이 모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다"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졌던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가져오는 일은 나에게 있어 태산을 옮기는 일과 같았다. 그러나 산을 옮기는 것과 같은 거대한 작업도, 작은 돌을 드는 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미래융합교육학회에서는 개강 1주일 전 거의 매일 저녁 9시 전국 각지의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웨비나(webinar)가 열렸다. 닥줌(DocZoom)을 이용한 동영상 제작 방법, Zoom 화상회의 솔루션을 이용한 실시간 온라인 수업 등 연일 2시간이 넘는 웨비나가 이어졌다.

구글 트레이너 한국 구글 인증 교육자 모임인 Google Educator Group South Korea(GEG South Korea)에서도 많은 교육자들이 비대면 수업을 위한 다양한 디지털 도구들을 소개해주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속한 구글 교육자 트레이너 그룹(Google for Education Certified Trainers)에서는 온라인 수업에 관한 전세계 교육자들의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전세계의 에듀테크 관련 기업들은 문 닫은 학교를 위해 기꺼이 그들의 플랫폼을 무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대학 자체의 시스템, 교수자 개인의 준비가 미흡하다 할지라도 돌을 들어보겠다는 용기를 낸다면 있다면, 그리고 이러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면 교육현장의 변화에 적응하는 일은 더이상 두렵지 않다.

키워드는 행함에 의한 학습과 협력적 문제해결역량이다

교사라면 누구나 듀이(John Dewey)의 ‘행함에 의한 학습(learning by doing)’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행함은 단순한 직접 경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경험을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것으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과정으로서의 실천적 의미를 갖는다.

비대면 강의를 준비하는 타대학 교수님들은 틈틈이 나를 Zoom이나 Meet 회의에 초대하기도 하고, 스트림야드를 통해 유튜버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같은 고민을 나누는 교수님들의 전화가 쉴 새없이 이어지고,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다양한 SNS를 통해 대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교육자들과 소통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묻고,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면서 우리는 함께 더 나은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었다. 혼자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미 많은 연구자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미래사회에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으로 협력적 문제해결(Collaborative Problem Solving)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그 중요성과 가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넘쳐나는 정보들 속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은 결국 ‘우리들(주변의 교수자들)’로부터 얻을 수 있었다.

(사진=이효림 교수)
(사진=이효림 교수)

온라인 강의실의 문을 열다

비대면 강의가 시작된지도 이제 3주차에 접어든다. 처음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떨렸던 마음은 어느 새 약간의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강의는 주로 Zoom을 이용하여 실시간 온라인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구글 슬라이드로 작성한 강의자료의 링크를 사전에 학교 학습관리시스템(LMS)에 탑재하고, 필요한 경우 동영상을 제작하여 온라인강의실에 첨부한다.

필자의 경우 학교 서버가 아닌 구글 드라이브에 동영상을 올린 후 학교 LMS에 링크를 거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를 통해 학교 서버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강의시간이 다가오면 학생들이 속속 온라인 회의실에 입장하고, ‘땡’하는 순간 학교 LMS에서의 스마트출석이 시작된다.

강의와 조별활동을 병행하던 강의실에서의 방식을 그대로 진행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 소회의 기능을 활용해서 학생들은 조별활동을, 교수는 소회의실을 돌아다니면 온라인 순회지도가 가능하다. 다행히 학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

매 수업에서 학생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킨 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출석률은 100%에 가깝다(2주 간, 1명이 딱 한 번 결석했다).

강의실에서 수업할 때는 앞에 앉거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오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일이 많았는데, 모니터 가득 메우고 있는 학생들의 얼굴이 한 눈에 들어오니 그 얼굴 하나하나에 눈길이 간다.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22일 우리 정부는 2주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권고하였다. ‘사회적 거리감’을 주제로 연구를 한 경험이 있는 필자는 이 ‘사회적 거리’라는 표현이, 말로 하지 못하지만 어딘가 묘한, 그리고 다소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사회과학에서 ‘사회적 거리(Social Distance)’는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정도’ 혹은 ‘개인이 자신과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친숙함 느끼는 정도’를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였는지, 지난 20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사회적 거리’라는 용어 대신 ‘물리적 거리’라는 용어의 사용을 촉구하였다.

사람들 간의 바이러스 전파 예방을 위해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이것이 사회적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 학습자와 교수자 간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대학의 비대면 강의는 학생과 교수 간의 물리적 거리를 좁힐 수 없지만, 그렇다고 이러한 물리적 거리가 관계의 단절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결국,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가 비대면 강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비대면 강의도 결국은 사람이 핵심이다.

일상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일 것이다. 뉴스를 통해 대학의 비대면 강의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미스러운 사건들, 학생들의 불만 등을 접할 때면 마음이 편치 않다.

25분짜리 동영상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5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는 사실이 또한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수업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은 틈틈이 학생들이 보내주는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노력하는 교육자들의 관심과 격려 덕분이다. 지금도 카카오톡 채팅방, 페이스북 그룹 페이지 등에서는 교육자들의 다양한 온라인 교수법 공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 역시 다양한 경험들을 나누고자 새롭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아직은 많이 미흡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오길 소망한다.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순 없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필자가 오래전부터 마음에 담고 있는 말을, 교육의 변화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머무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 지금 있는 그 곳이 진리가 되리라."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학교육의 변화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에너지가 우리 교육의 혁신을 이끄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