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유아살해 피해자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인은 고교 교사로 알려졌다.(사진=홈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조희연 교육감님.

교육감님은 29일 아동·청소년이 포함된 여성들에 대한 성착취 영상을 제작·공유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가담한 교직원이 있으면 바로 직위 해제하고 철저히 조사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런 교직원이 있다면 처벌해야 합니다.

법이 그렇습니다. 성범죄자 교원이면, 아니 가해자로 지목돼 수사 개시가 되면, 교원은 자동으로 직위해제 됩니다. 

교육김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최근에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시민단체와 ‘스쿨미투’ 관련 소송도 진행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정치하는 엄마들은 스쿨미투 발생 및 처리 현황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해 왔고,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한 대부분 교육청은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지난해 5월 엄마들은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일 “피해자·가해자 분리 여부, 가해교사 직위해제 여부, 교육청의 징계요구 내용 및 처리 결과 등에 대한 정보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교육청은 항소하겠다고 했습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9일 입장 자료를 통해 “1심 판결대로 정보를 공개하면, 이미 공개된 정보들과 결합해 (대상) 교사 대부분 인적사항을 쉽게 특정할 수 있다. 특정인의 징계 정보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이며, 피해학생이 원하지 않는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등 2차 피해 우려도 있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직위 해제된 교사의 신원 공개를 하는 것에 또 다른 위험성이 있어 교육감님도 항소를 결정하신 겁니다. 

그런데, 교육감님. 조주빈이 공익근무요원과 살해모의를 한 여아의 엄마가 교사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2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청원자는 조주빈이 살해를 모의했던 어린이집 아동의 엄마이고, 공익근무요원 강 씨로부터 9년간 스토킹과 살해협박을 당한 이는 다름아닌 고등학교 교사였습니다. 

해당 청원은 아직 '관리자가 검토 중인 청원'임에도 29일 오전 11시 현재 21만1000여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조희연 교육감님.

오늘 교육감님은 성교육 강화 발표를 하시면서 교사 엄벌을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먼저 피해자인 여 선생님에 대한 위로와 유감을 표명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국교육개발원 2018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교원은 43만817명으로 이중 여성은 64.1%인 29만1009명에 달합니다. 초등학교 교원 77.2%, 중학교 교원 69.7%, 고등학교 교원 52.4%가 여성입니다. 2019학년도 신규교원 임용에서도 초등 85.1%, 중등 76.9%가 여성이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전국 평균보다 서울의 ‘여초’ 현상은 더 높습니다.

이 같은 현실에 교육감님도 "초등 남교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씀하셔서 문제가 된 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조희연 교육감님. 

당신은 어느 직장보다 여성 비율이 높은 서울 유초중고라는 학교라는 조직을 총괄하는 수장이십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하실 때 ‘엄중 처벌’부터 강조하신 것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교육청이 이번 대책에도 포함한 ‘성인지 감수성 체크’를 교육감님도 다시 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n번방이던, 박사방이던, 교사가 그곳에서 무언 가를 했다면, 교육공무원 징계 사유에 따라 징계하고 처벌하면 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교육감님이 지금 하셔야 할 일은 70%에 가까운 여 교사들의 피해는 없는 지, 따져보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또 하나. 성교육이던, 안전교육이던, 사회적 문제가 일어날 때 마다 집중이수 등 교육강화 대책 좀 그만 내 놓으시면 안 되겠습니까. 

성교육은 교과에 이미 다양하게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 그리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업일수까지 줄어 집중이수 등 추가 교육시수를 확보할 여력이 학교에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교사들에게 필요한 건 불필요한 일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관성의 법칙에 따른 대책과 정책, 이젠 현장에 그만 부과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