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육연구정보원이 만든 ‘초·중·고 온라인(원격) 만남수업 지원자료’ 포스터(사진=부산시교육청)
부산교육연구정보원이 만든 ‘초·중·고 온라인(원격) 만남수업 지원자료’ 포스터(사진=부산시교육청)

[에듀인뉴스=지성배 기자] 교육부가 개학을 추가 연기하거나 온라인 개학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수업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시선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주요 과목의 교사 간 수업 비교, 쌍방향 원격수업 시 화면 캡처 등을 걱정하는 시선과 함께 온라인수업이 공교육 신뢰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는 시선도 있다.

◇찬반 나뉜 온라인수업..."교사의 인격권 침해" vs "학부모와 상호작용"

충북 A 고교 교사는 “국영수사과 등 주요 과목의 경우 한 학년을 2~3명의 교사가 반을 나눠 수업을 한다. 학부모와 학생 등은 교사들의 수업을 비교하면서 기피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며 “이는 교사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것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교사가 수업을 공개하고 평가를 받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그것은 교사의 철학, 교수법에 대한 이해 등 수업 전반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경우”라며 “교사들이 수업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학부모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쌍방향 수업의 경우 수업 중 교사의 실수 영상이 온라인 상에 돌아다닐 수 있다”며 “개인 인격을 상당한 수준에서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온라인수업을 위한 시설 및 장비가 부족하고 교사들 개인 소지 장비 역시 수준이 천차만별이라 당국이 장비를 지원해줘야 한다”며 “신문 기자에게 장비 지원이나 별도 교육 없이 내일부터 방송 기자 업무를 보라는 꼴”이라고 표현해 현장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반면 서울 B 중학교 교사는 온라인수업와 관련해 “교사가 수업을 평가받는 것은 교사의 숙명으로 오히려 불합리한 교원평가제도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사도 자신의 수업을 되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학부모는 협력학습, 모둠학습, 프로젝트학습 등을 교사가 수업하기 싫어 하기 때문이라고 오해하고 있다”며 “활동중심, 협력중심 수업을 하는 데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어떤 효과가 있는지 학부모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교사와 학부모간 수업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는 등 상호작용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교수법을 학부모가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온라인수업으로 교사들의 수업이 공개되면 공교육, 특히 교사들에 대한 신뢰가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학교교육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B 중학교는 현재 와이파이가 작동하며 스마트교실 등을 운영하는 등 일반 학교에 비해 온라인수업을 하는 데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출결 인정 수업시수 개념 바꿔야

수업시수는 기존 출석시간의 개념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초등 저학년 담임을 하는 강원의 C 초등 교사는 “현재 학습과제 제시 및 기초 지식 학습 수준 확인으로 학생의 학습 도달 정도를 파악하고 있다”며 “초등 저학년의 경우 매일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수업을 듣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므로 학생이 교사와 상호작용을 통해 주간 수업계획 내의 성취기준 관련 활동을 모두 수행했다면 주 단위로 출석 및 시수를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주를 기준으로 교사는 기간 내에 학습 및 활동 내용을 공지한 후 도달 정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학습도가 인정되면 수업시수를 인정해 주는 방법이다. 기간 내에 몇 번 접속을 하든 관계없이 오로지 학습도 만을 파악하기에 형식적인 수업을 넘어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고민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현재의 시수 인정 개념은 학생이 학교에 출석만 하면 조건이 달성되어 졸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부작용이 많다”며 “이번 원격수업 상황이 단순 출석과 진도 나가기를 넘어 교사와 학생의 개별 상호작용을 늘리고 피드백하는 방향으로 수업의 중심이 옮겨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온라인수업은 교사에게도 생소하기 때문에 교육부가 학부모들에게 처음부터 완벽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길 바란다”며 “교사들도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수업을 해 나갈 것이다. 이해하고 응원하고 격려해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교육부가 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B 중학교 교사는 "잠자는 교실은 아이들이 따라가기 어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꼭 익혀야 하는 내용이 있는 초등의 경우 학습도를 수업시수로 인정하는 것은 괜찮지만 중등의 경우 100%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새로운 수업방법에 맞는 평가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수업 만능주의 경계..."오프라인 수업 풍성하게 해주는 도구로 가치 있어"

온라인수업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은 오프라인 중심으로 가되 수업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방법으로 온라인수업을 겸해야 한다는 뜻이다.

C 초등 교사는 “교육은 사람간의 오프라인 관계를 통해 발현되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온라인수업을 인정하되 초등 저학년의 경우 5~10%, 중등은 20% 내외면 좋겠다. 너무 높은 비중으로의 대체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 고교 교사 역시 “수업과 학습은 다른 개념”이라며 “학습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활용하면 오프라인 수업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