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프로파일 폐지, 서류 블라인드 평가 시행에 부쳐

(출처=https://interactioninstitute.org/illustrating-equality-vs-equity)

[에듀인뉴스]  2019년 11월 28일 교육부의 대입전형 공정성 강화방안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당장 올해 2021학년도 대입부터 전형운영의 투명성 강화 조치로 고교프로파일 폐지와 서류 블라인드 평가가 시행됩니다. 

상당수 진학 전문가 및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이번 조치로 학생부종합전형 취지에 맞는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합니다.

교육부는 출신고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조치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주어진 조건과 환경 하에 이뤄진 학생의 개별·구체적 노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고교 정보가 차단 된 것에 아쉬움을 표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이 일반고 보다 불리한 특목·자사고 학생들을 우대하기 위해 만든 편법적 전형이다’는 교육부와 일반 대중들의 오해가 이런 조치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실제로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고교 정보 확인을 통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조건하에서도 최선을 다한 일부 일반고 학생들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형식적 평등이 아닌, 실질적 형평의 개념에 따라 그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았던 대입결과를 보여주던 전형이 학생부종합전형이었음에도 왜 그런 오해가 생겼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의 숫자가 갖는 의미를 절대시 해 ‘공정의 잣대’로 착각한 것에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은 공정한 기준의 절대 값이 될 수 없는 ‘상대적 비교 값’에 불과합니다. 같은 고교에서 해당 교과목을 함께 이수한 학생들 사이에서만 ‘공정한 결과 값’일 뿐입니다. 

다른 조건과 환경 하에 다른 모집단을 구성한 학생들이 이수한 석차등급을 같게 볼 수 없는 것이 당연하고 이수한 교과목명과 세부 내용이 다른 학생들이 얻은 석차등급을 동일하게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른 조건하에 취득한 각각 별개의 교과목별 석차등급이지만 그것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것으로 판단하여 평가하겠다고 사전에 규칙으로 정하고 있는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는 다릅니다.

그럴 경우 학생부종합전형과는 달리 석차등급의 의미를 동일하게 인정했기에 ‘공정한 기준의 절대 값’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학생부교과전형에서 동일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기로 규칙을 정한 교과 석차등급 값에 어긋나는 고교 유형별 결과가 발생한다면 분명 공정하지 못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종합전형에서 학생부 석차등급의 의미는 각자의 교과목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수했는지 개별적으로 참고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는 있어도 다른 학생들의 석차등급과 비교해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래야만 하는 타당성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학생부 석차등급 순서대로 합격자가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정하지 못한 것은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을 공정하게 운영하라는 지침에는 알게 모르게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의 숫자를 ‘공정한 절대 값’으로 인정하고 그 결과를 뒤집는 입학사정관의 판단 근거를 보다 확실히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에 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서류평가에 대한 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몇 가지 제언을 드려봅니다.
   
첫 번째로 대학 입학사정관의 서류 평가에 앞서 공공입학사정관이 실제 평가 서류(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등) 전체를 사전 점검하도록 해 서류 블라인드를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하고 보완 조치를 하면 좋겠습니다.

사설업체의 기술력을 통한 기계적, 일괄적 익명화가 물론 효율적이지만 공정한 평가를 위해 맥락적 의미의 고교정보까지 차단할 수 있는 보다 확실한 익명화를 위한 서류의 점검과 확인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업무를 객관성을 갖춘 외부 인사들이 해주는 것은 대입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상당수 대학들은 공공입학사정관의 도입과 관련 외부 인사가 실제 평가 점수를 직접 주는 것에 부담을 갖고 있습니다. 사전교육이 부족하고 전형에 관한 이해가 없다면 오히려 외부 평가자의 준비 없는 참여는 전형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큽니다. 

이런 현실적 고민과 보다 확실한 서류 블라인드를 위한 필요성을 고려해 공공입학사정관의 단계적 확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도입 첫해에는 직접적인 서류 평가 점수 부여를 통한 참여 보다는 서류 블라인드를 위한 역할과 실제 평가에 직접 반영하지는 않더라도 공공입학사정관이 나름의 평가를 한 결과를 자체 교육과 연구 및 재위촉을 위한 판단자료로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학생부 교과 석차등급 평가 반영에 관한 여러 오해들이 존재하는 현실을 인정해 일정 평가비율 만큼 정량적으로 학생부 교과 성적을 반영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기존 교과전형의 석차등급과 단위수를 적용해 평균 값을 만들어 비교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의 적용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도입의 취지를 살려 학생이 지원한 계열 및 전공과 관련성 높은 교과목 성적에 가중치를 적용하고 진로선택 교과목의 이수 정도에 따라 가산점도 줄 수 있는 방법이면 좋겠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인 정량적 반영 요소를 일정부분 인정한 만큼 정성적 평가가 이루어진 부분에 관해서는 섣부른 평가 결과의 수치적 분석과 해석으로 일반 대중의 오해와 불신이 양산 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합니다. 

다만 정성적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 신장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요구됩니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 신장 방안을 단순한 신분안정화로 찾으려 하지 말고 실질적 의미의 평가역량 강화를 이뤄낼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적인 대책이 요망됩니다. 

그것은 결국 대학 입학사정관의 권한과 역할 수행에 적절한 자질과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입학사정관 자격제도화의 도입’ 필요성으로도 이야기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윤종걸 대구시교육청 대입정책관/ 에듀인 리포터
윤종걸 대구시교육청 대입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