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로 읽은 오늘] 콩세르바투아르 ②오디씨옹(Audition) 경쟁 아닌 경청
[프랑스로 읽은 오늘] 콩세르바투아르 ②오디씨옹(Audition) 경쟁 아닌 경청
  • 서혜정 기자
  • 승인 2020.04.01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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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소 프랑스 유학생

'오디션'보다 '오디씨옹'이 매력적인 이유

[에듀인뉴스] "저희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행정가, 건축가, 예술가, 보건전문가, 경영전문가, 평범한 직장인과 유학생 등입니다. 언젠가 자신의 전공과 삶을 이야기하다 한국의 많은 분과 함께 나누는 매개체가 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전공과 각자의 철학과 시선으로 느끼고 바라본 프랑스 이야기에서 시사점을 얻어가길 바라며 프랑스의 한국인 이야기를 관심 갖고 지켜봐주십시오."

Audition(오디씨옹)에서 연주하는 학생(Conservatoire à Rueil-Malmaison)과 경청하는 학생들.(사진=한미소)

[에듀인뉴스] 프랑스어를 배울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명사를 공부할 때 의외로 영어 단어와 비슷한 게 많다는 거였다(물론 발음은 아니다). 

사전적 의미 역시 비슷하긴 하지만,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경우가 있는데, 나에게는 'Audition(오디션)' 이 그랬다. 영어로 '오디션(Audition)', 한 때 한국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엄청나게 유행했다. 몇 년 전까지는 K-Pop 등 대중음악 관련 프로그램이 많았고, 요즘은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알고 있듯이 '오디션'은 말 그대로 '경연'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 순위를 매겨서 등수 별로 최고를 가리는 것. 나 역시 그렇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콩세르바투아르에서 '오디씨옹(Audition, 프랑스어)'으로 인한 혼란이 적지 않았다.

콩세르바투아르에는 음악 대학처럼 악기별로 클래스가 나뉜다. 그리고 악기별로 교수도 여럿이 있다. 

반주과 학생으로 있었던 첫 해, 나의 선생님은 어떤 일정표를 보여주며 그 안에 적힌 것들 중 몇 가지를 반주해야 한다고 했다(왜 그것을 해야하는 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키는 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오디씨옹'이었던 것이다. 아니, 무슨 학교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학생에게 '시험 반주'을 시키는지, 그리고 그 시험이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각 클래스별 오디씨옹만 그때 10개 정도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시험 반주'라고 스스로 인식을 하고 있다 보니, 덩달아 나까지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선생님들은 "이건 그냥 오디씨옹일 뿐이야"라며 그냥 편하게 하면 되는 거라고 너무나 태연하게 얘기를 하니,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나 하는 혼란이 왔다.

그래서 프랑스어 사전에서 '오디씨옹'이란 단어를 찾아보니,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사전적 의미가 '경청'이었다. 물론 '경쟁'의 뜻도 있긴 하지만, 콩세르바투아르에서의 '오디씨옹'은 경청, 들어주는 것, 이 두 가지 의미가 더 크게 적용되는 것 같았다.

Audition(오디씨옹)에서 연주하는 학생 (Conservatoire à Rueil-Malmaison)
Audition(오디씨옹)에서 연주하는 학생 (Conservatoire à Rueil-Malmaison) 사진=한미소

콩세르바투아르에서의 오디씨옹에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이 있다. 

첫째는 어린 학생들의 수업과정 중, 그들의 발전 상황을 보여주기 위한 '발표회'로서의 역할이다. 경험해 본 바 한 클래스 당 1년에 1~2번은 필수로 진행되는 것 같다. 

발표회다 보니, 청중들의 대부분은 학생들의 가족과 친구들로, 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즐기고 학생들이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기 보다는 음악을 즐기면서 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듣고 좋았던 점과 고쳐야할 점을 얘기해주며, 그 다음 수업을 통해 학생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번째는, 시험이나 콩쿠르를 준비 중인 학생들의 '리허설'로서의 역할을 한다. 

다른 학교의 입학시험, 혹은 작고 큰 콩쿠르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시험 전 미리 준비하는 과정으로 오디씨옹을 참가한다. 

이때는 클래스 별로 오디씨옹에 참가하거나, 아니면 학교에서 지정된 날짜와 시간에 오디씨옹을 열어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콩세르바투아르에서는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들에 연락해 오디씨옹이 있음을 알려주고, 어린 학생들을 청중으로 참여시킬 수 있도록 협력한다. 보통 콩세루바투아르는 각 시나 관할구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협력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는 듯하다.

내가 여러 오디씨옹을 반주하면서 마음에 들었던 점은, '들어주는 분위기'가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약간의 소란스러움은 있지만, 앞에서 연주하는 학생들을 바라봐주고, 편안하게 들어준다. 딱딱함이나 긴장감은 별로 없다. 

연주는 즐겁게 하는 것이고, 듣는 이들도 즐기는 것, 그것이 전부다. 콩쿠르를 앞둔 학생들의 오디씨옹도 마찬가지, 물론 연주하는 학생들은 긴장할 수 있지만 듣는 학생들은 그저 편안히 들으면 된다. 

또 콩세르바투아르는 '오디씨옹'이라는 작은 콘서트를 일반 청중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문화 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오디션'보다 '오디씨옹'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연주자를 성장하게 하는 힘이 '들어주는' 행동에서 오는 편안함과 신뢰감이 바탕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한미소. Conservatoire à Rayonnement Regional de Rueil-Malmaison, Conservatoire à Rayonnement departemental de Bourg-la-reine 반주자. 경북대학교 피아노과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전문사 오페라과 코치 전공 졸업 후, 오페라 코치 및 전문 반주자로 활동하던 중 프랑스 유학을 결심, CRR Rueil-Malmaison에서 L'Accompagnement au Piano를 전공, DEM(Diplôme d'Etudes Musicales) 과정과 Perfectionnement 과정을 만장일치 수석으로 졸업했다.

"덴마크의 위대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이 말했습니다. '말이 통하지 아니하는 곳에서 통하는 것이 음악이다.'

한국에 있을 때 여러 나라 연주자들을 만났고, 그들과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 가운데 음악으로 대화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렇듯 음악은 국가와 환경, 인종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아름다운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가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만큼, 음악에 대한 그들의 사랑과 열정 또한 가득합니다. 제가 프랑스에서 경험한 음악, 그들이 삶속에 녹아들어 있는 음악 교육, 그리고 삶의 연주들을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서혜정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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