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Accepted’가 던진 질문에 답하다

[에듀인뉴스] “무슨 공부를 하고 싶니?”

나도 그랬지만 학생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오며 이런 질문 한 번 들어본 적 없이 그냥 열심히 공부해왔을 것이다. 

돌이켜 보니 학교에서 정해준 교과과정, 사고를 제한하는 시험, 하나의 기준으로만 매겨지는 ‘나’에 대한 등급까지, 교육 시스템은 우리에게 스스로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영화 ‘Accepted(2006)’는 이런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자신이 지원한 모든 대학교에 떨어진 주인공 ‘바틀비 게인스’가 그 사실을 부모님께 들키지 않기 위해 가짜 대학교를 만들면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억셉티드’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바틀비 게인스는 처음부터 부모님을 속일 생각은 없었다. 마지막 대학까지 떨어지고 난 후, 그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하자 그의 부모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회에는 규칙이 있어. 첫 번째는 네가 대학을 가는 거야.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원해? 그럼 넌 대학을 가야 해. 무언가가 되고 싶어? 대학을 가. 사회에 어울리고 싶어? 그럼 넌 대학을 가야 해.

이런 부모님을 설득하지 못한 채 친구와 가짜 대학교를 만들게 된다. 마음 아픈 장면이지만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지 않는가? 

바틀비는 가짜 홈페이지를 개설해 부모님에게 보여드리자 그들은 학교 총장을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다고 하였고, 전직 교수인 친구 삼촌에게 총장이 되어달라고 부탁한다. 

결국, 부모님은 총장과 면담을 하게 되고, 엉망인 교육 시스템에 진절머리가 났던 삼촌은 부모님에게 가감 없이 이렇게 얘기한다.

“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취업이죠.”

초조해하는 주인공과 달리 부모님은 예상외로 만족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2016년 3월 8일 발표된, 취업 포털 인크루트의 보고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대학생 1025명 중 36%가 대학 진학의 이유를 ‘취업 등 이유로 대학 졸업장이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또 63.4%는 ‘대학 진학을 한 번이라도 후회한 적 있다’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 ‘취업이 안돼서(혹은 안될 것 같아서)’가 22.6%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일단 대학을 가고 보자’라는 생각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은 결국 대학의 목적인 ‘학문의 진리 탐구’를 위해서 스스로 진학을 결정하기보다는 사회적 인식이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진학하게끔 하고 있다.

다시 영화로 돌아오자. 주인공 바틀비뿐만 아니라 대학에 거절당한 다른 여러 학생들도 그 가짜 사이트를 보고 학교에 등록해 대학교를 찾아오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등록금을 내는 바람에 일은 더욱 커지고 만다. 

강당에 입학생들을 모아놓고 사실을 말하려 하지만, 자신과 같이 ‘거절’ 당하는 경험을 겪은 친구들에게 선뜻 가짜 대학교라고 말하지 못한 채 이렇게 얘기하며 그들을 환영한다.

“저도 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했어요. 저도 거절당하는 느낌이 무엇인지 알아요. 거절당하는 건 정말 쓰죠. 당신은 부족합니다, 과외 활동이 모자랍니다, 시험공부를 충분히 하지 않았나 보네요. 그래서 합격하지 못한 겁니다. 하지만 신경쓰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YES’를 들을 자격이 있어요.

덜컥 대학교를 운영하게 된 바틀비는 진짜 대학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명문대학교를 돌아다닌다. 하지만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지 못한다는 친구의 얘기, 시험 때문에 피폐해지는 학생들의 모습, 지루한 강의식 수업 등을 보고 대학교의 현실에 실망하게 된다. 

다시 가짜 대학교에 돌아온 바틀비에게 총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여기 있는 학생들을 봐. 다들 돈을 내고 왔잖아. 모두 경험을 위해 돈을 낸 거지./ 무슨 경험이요?/ 나도 모르지. 내가 학생은 아니잖아./ 그럼 직접 물어봐야겠네요.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직접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바틀비는 그들에게 배우고 싶은 것을 보드에 적게끔 한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커리큘럼 (출처: 네이버 영화 스틸컷)
학생들이 직접 만든 커리큘럼 (출처=네이버 영화 스틸컷)

내가 뭘 배우고 싶냐고? 왜 나한테 물어봐?/ 아무도 너한테 그런 질문을 전에 안 해본 것 같은데. 맞지?/ 난 팬케이크랑 콩나물 뿌리랑 레모네이드가 좋은데./ 그래? 그럼 이 학생의 학비는 요리법을 배우는 데 투자하자.

그렇게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며 점점 발전해나갔다. 그러던 중 가짜 대학교가 사업에 방해가 됐던 명문대 총장은 학부모들을 모두 불러 이 학교가 가짜라는 것을 밝힌다. 이에 실망한 가짜 학교 학생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좌절감을 느낀 바틀비에게 친구는 교육기관인정위원회 심문회를 통해 학교 공식 승인을 받자고 한다. 그렇게 가짜 대학교와 명문대학교의 전교생이 모인 심문회가 진행된다. 

위원회는 시설, 교과과정, 그리고 교수단이 있는지 묻지만, 그들에게 ‘공식’적인 것은 없었다. 거절당할 것을 느낀 바틀비 게인스는 마지막으로 교육에 대해 자신이 느낀 것을 역설한다.

위원님들은 우리의 내면이 아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시니 유감입니다. ...하몬 대학의 100년 전통이라고요? 어떤 전통이요? 신입생들을 괴롭히고 남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모욕하는 거요? 학생들에게는 부담감만 산더미같이 주고 그들은 스트레스에 쫒기는 카페인 중독자들만 됩니다. … 정말로 배우는 데는 선생이나 교실이나 화려한 전통 따위나 돈이 필요하지 않아요. 필요한 건 오로지 자신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뿐입니다.

그리고 가짜 대학교를 만든 바틀비가 범죄자라고 하는 명문대학교 총장에게 바틀비는 “당신이 범죄자입니다. 당신은 이 학생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빼앗아 갔으니까요. 그게 진짜 범죄죠”라고 말한다. 

이에 거짓말을 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를 구하며 이런 질문을 한다. 

“학부모님들은 어떠세요? 그런 체계가 효과적이었습니까? 본심을 따르라고 했나요, 아니면 그냥 안전한 길을 가라고 하셨나요?”

하고 싶은 것이 있을지라도 내가 가고 싶은 학과 말고 내가 갈 수 있는 명문대의 아무런 과를 가야하고,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위해 나의 본심을 무시하고 오로지 안전한 길을 따라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이 현실이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자극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쟁에 치여 지친 채 살아간다. 

대학 입시 공정성, 정시, 수시, 특목고·자사고 등을 다 떠나서 ‘어떻게 평가하는가?’ 보다 ‘무엇을 배우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점수가 아닌 내가 공부한 것, 살아가며 몸소 느낀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젠 학생들에게 “공부해야 대학 갈 수 있어”라는 말보다 “무슨 공부가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먼저 해주길 바란다.

배우는 게 뭐냐고? 인생에 집중하는 거지. 인생이라는 것 앞에서 우리 자신을 펼치는 거야.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
고유진 인천국제고 3학년/에듀인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