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 교실 속 교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선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행복 쟁취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나를 냉철하게 바라볼 힘을 기르는 것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굳은 마음을 먹고 내가 먼저 도전해본다. <에듀인뉴스>는 소소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해석해 보고, 문제의 본질을 깊게 들여다보기 위해 매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연습을 통해 교사의 성장을 돕고 싶다는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의 성장연습에 함께 발을 맞춰 보고자 한다.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김경희 광주 상무초 교사

[에듀인뉴스] “거침없이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합의된 원칙을 세우는데 집중하고 원칙이 결정된 다음부터는 어려움이 생겨도 주저하지 않고 그 기준에 따라 처리하는 것이 인상적이였어요.”

“함께 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마인드로 열정적으로 앞에서 이끌어가니 저희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 힘든지 모르고 함께 해나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오래 전 일이다. ‘창의적인 학교경영방법’에 대해 컨설팅을 받기 위해 방문하게 된 타 지역 선생님들을 위해 부장들이 모여서 사전에 우리의 업무 추진 방식을 진단해 보는 기회를 가졌던 때가 있었다.

오래 전 일이라 희미하게 떠올려질 법도 하지만 그 당시 10여명의 부장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나눴던 대화들이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내 스스로도 평가해본 적이 없는 나의 업무진행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었던 자리가 내게는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업무를 기획하는 데 있어서 철학이 될 수 있는 기본 원칙을 동료 교사들과 치열한 토론과 토의의 과정을 거쳐서 합의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교육실습생 대상으로 ‘창의적인 업무기획’을 주제로 힘 있는 목소리로 강의했던 장면 또한 또렷하게 기억된다.

코로나19 시기, 과거의 이 기억들이 떠올려지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원칙'을 세우는 것이 가져온 유익함을 경험하고 있어서이다.

오래 전 업무추진 할 때는 여러 동료교사들의 합의를 거쳐 원칙을 만드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러나 지금은 혼자 학년교육과정과 학급경영철학을 반영한 나만의 확고한 교육과정 운영 원칙만을 세우면 된다. 훨씬 더 수월한 상황인지 모른다. 나의 교육철학에 맞는 합리적인 원칙을 세워 스스로를 컨트롤해가면서 성실하게 실천해나가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니 말이다.

‘비록 저학년이지만 학부모가 아닌, 학생과 직접 소통한다’는 원칙에 따라 주 1회 학생들과 전화 통화를 하고 수시로 온라인 학습방에서 만남을 가져오고 있다.

스스로 목표 권수를 정해 독서마라톤 시작한 아이들.
스스로 목표 권수를 정해 독서마라톤을 시작한 아이들.

이번 주 부터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시기를 독서 습관을 기를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자’는 교육과정 운영 원칙을 세워 개인별로 성취목표를 정하여 꾸준히 실천해볼 수 있도록 하는 학급 독서 마라톤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학생들의 동의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였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 덕분에 ‘서먹서먹하고 불편할 수 있었던 3월을 안정적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나’ 하고 의미를 부여해본다.

3월 31일 화요일, 학생들과 통화하는 날이었다.

맞벌이 가정이 많아서 저녁 7시, 8시, 9시, 10시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과 통화가 이어졌다. 금융관련 일을 하고 있는 학부모님께 말일은 어김없이 찾아온 야근의 날이기도 했다.

한편, 그동안의 여러차례 통화 덕분인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대와 그 이유를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관계로까지 발전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늦은 시간이었지만 온 가족이 깔깔깔 함께 웃으며 스피커폰을 통해 담임 교사와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어제는 담임교사와 자녀가 함께 대화를 나눈 자리에서 스피커폰을 통해 듣고 계셨던 한 학생의 아버님께서

“선생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저도 꼭 한번 선생님 뵙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하시더니, “선생님,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습니다” 하는 다짐의 말씀까지 해주신다.

전혀 의도한 바가 없었지만, 스피커폰 모드 통화 덕분에, 학생 집에 초대되어 온 가족들과 둘러앉아 정다운 이야기를 나눈 듯 한 분위기가 만들어져버린 것이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 젖어드니 그 누군가의 선생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이 얼마나 큰 기쁨이고 축복인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늦은 시간까지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질문하고 대답해주면서 한 명 한 명에게 공부할 것들을 설명하는 것이 힘들지 않아요?”

종일 전화기를 들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던 딸이 내게 묻는다.

“아니! 즐겁기만 한데... 이것은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맞네요. 힘들어보이지는 않네요. 즐거워 보여요”하며 피식 웃는다.

이 모든 상황들이 1프로의 의심도 없이 기꺼이 받아들여지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참동안 생각해본다. 그리고는 현재 시선의 높이로 몇 가지 결론을 내려 본다.

아마도 나의 명확한 학급경영 원칙 덕분이지 않을까? 자발적으로 내가 정한 원칙이기에 기꺼이 따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바람이 갖다보니 소소해 보이는 작은 것들에서 대화꺼리를 찾아내어 부담 없이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지는 않았나? 방향이 명확하니 순간순간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들 또한 특별히 고려해야 할 상황들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일까?

“선생님이 한 가지 제안을 할 건데, 잘 들어보고 혹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나 봐봐.”

보물섬으로 가는 지도를 펼치는 듯 한 어조로 넌지시 미션을 던지는 교사의 말에 숨소리를 죽이며 초집중하여 귀 기울여주던 학생들이 생각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