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만안을서 출사표 "보육과 교육 책임지는 도시, '아동친화도시' 만들 것"
교사에 평가권 온전히 넘겨야...대안학교 등 학교 밖 교육 인정·활용도 필요
코로나19 사태 반복될 수 있어...이번 기회에 온라인 학습 시스템 구축해야

이종태 정의당 안양만안 후보가 3일 거리유세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이종태후보 선거사무소)

[에듀인뉴스=이수현 기자]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교육계 인사가 있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이종태(64) 후보다.

정치에서는 신인에 가깝지만 교육계에서 '이종태'라는 이름 석자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던 2007년 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을 지냈던 이 후보는 '국책연구원장 일괄사표' 요구에 굴하지 않았던 '뚝심'을 지녔던 인물이었다.

당시 그는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에 대한 일괄사퇴 요구는 옳지 않다며 임기를 마치겠다고 공언했으나, 기관에 대한 감사와 구조조정 1순위 등 압박에 연구원들을 위해 결국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승복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후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간 이종태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정치인의 길을 걷고자 한 것일까.  

이 후보가 4일 에듀인뉴스에 밝힌 ‘출마의 변’은 이랬다.

“사람 사는 세상,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오랜 꿈이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교육 관련 정책을 추진하거나 법률을 제·개정할 때 현장 상황을 모른 채 진행되고 있는 것이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교육자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야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아래는 이렇게 출마일성(一聲)을 밝힌 이종태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교육자 한 길을 걸어왔다. 정치에 도전하게 된 이유와 선거에 임하는 각오는.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년의 삶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현실과 사람 사는 세상,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저의 오랜 꿈이 이 자리까지 저를 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막말과 어깃장으로 권력다툼만 하고 있는 20대 국회의 모습을 보며 분노했고, 하루하루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며 울부짖는 ‘을’들의 외침에 가슴이 먹먹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대안 세력이 필요하다는 국민들과 만안 주민들의 열망에 작은 힘이나마 희망을 드리고자 출마하게 됐다.

이번 21대 총선은 지역구인 만안은 물론, 우리나라 정치구조를 바꿔야 하는 중요한 선거다. 반드시 승리해 진보정치의 뿌리를 내리고 안양 만안의 따뜻한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

교육계 인사가 정치권에 진출하는 것에는 어떤 의견인가. 교사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입장은.

현행법은 공무원과 교원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다. 물론 교육현장에서 정치적 견해를 학생들에게 주입시키거나 유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당가입도, 정치자금 후원도 비지정기탁 외에는 불가능한 상황은 과도한 규제라 생각한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이 공무원, 교사의 정치적 자유인 참정권을 과도하게 금지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정치활동의 범위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독일의 경우 교사 출신 의원이 법조인 출신 다음으로 많을 정도로 교사의 정당 활동, 정계진출이 보편화되어 있다. 정의당은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전면 보장하고 정당가입, 정치자금 기부 등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약을 준비했다.

한편에서는 교육자가 정치에 도전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교육자의 자격을 이용해 정치활동을 하거나 선거운동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교육자가 정치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오히려 교육 관련 정책을 추진하거나 법률을 제·개정할 때 현장 상황을 모른 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교육자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야 학생들이 피해를 안 볼 것이다.

당선이 된다면 교육전문가로서 지역구(안양만안)에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

보육과 교육을 함께 책임지는 도시, 유니세프의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는 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그 도시의 삶의 질을 나타낸다. 유니세프는 지역사회가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준수하고 불평등과 차별 없이 모든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도시를 ‘아동친화도시’로 인증하고 있다.

범죄‧폭력‧감염병‧교통사고‧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학교와 도시환경, 아이들이 놀거나 학습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 가정과 지역사회의 돌봄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마련하겠다.

아이들이 공평한 기회를 통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안양을 만들겠다. 또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인재양성을 위한 AI 융합기술영재학교를 구축하고 지역 벤처기업들과의 연계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이 현장에 이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안양 만안에 4대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이종태 후보의 기자회견 모습 (사진제공=이종태후보 선거사무소)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공교육 미래를 어떻게 보나.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공교육의 미래에 관한 아무런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출범 후 가동했던 대입정책 공론화위원회의 결정 사항이나 조국사태 이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교육부가 마련한 수능정시 40% 확대 방안은 시대 변화에 역행해 학생들을 암기와 고르기 시험에 얽매이게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변화를 가로막고 교육의 국제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지게 만들었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는 현 정부가 겉으로 추진하는 고교학점제마저 제대로 추진될 수 없을 것이다. 공교육의 미래가 암울하기 짝이 없다고 판단된다.

교육전문가가 내놓은 공약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스마트학습·돌봄 도시를 조성하고자 한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이 유사 시 또는 평소 출석이 곤란한 학생들의 학습결손 방지를 위해 온라인 교습 시스템을 구축하고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사회취약계층을 비롯해 향후 온라인 교습 시스템이 확대됐을 경우를 대비해 학교 유휴시설 및 지역사회 공공시설을 활용한 방과후지역돌봄센터를 설립하겠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교육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한 후보의 견해는.

6~70년대 경공업 및 제조업 중심의 경제에서는 획일적인 학교교육을 통해 평균적인 능력을 갖춘 인력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지식기반사회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는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한 맥락에서 다양한 대안학교는 물론 학교 밖 교육을 좀 더 적극적으로 인정 또는 활용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1970년에 출간된 일리치의 탈학교사회(deschooling society’) 학교제도가 갖는 문제점을 파헤치고 그 대안을 개념적으로 제시한 것인데, 인터넷이 보편화된 현재는 기술적으로 그러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을 시급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 현행 교육과정과 교과서, 수업과 평가방식의 전면 개편을 주장하는데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는 교육모델 또는 사례가 있나.

지금 세계 여러 나라들 가운데 우리처럼 '고르기' 중심(객관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나라는 거의 없고, 우리가 모델로 보는 미국조차 학생들이 수업 중 논술(essay)은 기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가의 편의성과 신속성, 객관성 등을 이유로 객관식 평가에 의존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논술 중심의 교육에 대한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델로는 프랑스, 독일, 핀란드 등 무수히 많은 나라들이 있다.

이종태 후보가 3일 거리유세를 통해 공약을 발표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이종태후보 선거사무소)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다. 사교육비가 해마다 상승하는 이유와 이에 대한 해법은.

사교육비가 해마다 상승하는 주된 이유는 단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데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빠르게 사교육비 단가가 오르고 있다. 주된 이유는 사교육 업체들이 사교육 억제 정책을 피하기 위한 편법적 사교육 기법을 도입하고, 이를 기화로 사교육비 단가를 올리기 때문이다.

사교육비를 낮추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않고는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도록 학교 평가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의 평가 방식은 학교교육을 받지 않고 학원만 다녀도 최고 성적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평가 체제의 핵심은 논술평가 및 교사별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물론 이에 맞추어 대입제도도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하고, 아울러 국가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도 근본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집단 감염병 사태는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앞서 말씀드렸지만 교사·학교별 온라인 교습 시스템 구축이 대안이 될 것이다. 현재의 ICT 인프라에서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다. 다만 체계적 시스템을 도입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지역구민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코로나19에 눈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현실까지 심려가 많으실 것이다. 송구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거대 기득권 양당의 정치인들은 권력만을 차지하려 싸웠고 민생은 외면 해 왔다. 이 양당구조, 구태정치가 종식되지 않는 한 변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당리당략과 권력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는 이종태의 길을 응원해주시기 바란다. 또 안양 토박이로서 오랜 시간 만안의 혁신을 위한 정책들을 고민해왔다. 4대 랜드마크 조성을 비롯해 준비한 공약들을 차근차근 발표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한다.

▶ 이종태 후보는 안양중,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졸업(교육학박사) 했다. 노무현정부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전남 곡성 한울고 교장을 거쳐 현재 건신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