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초등 1·2학년 원격수업 방안' 발표
6일부터 지상파 'EBS 2TV'서 방영...'학습꾸러미' 가정 배송

현장 "원격수업 인정 권한은 시도교육청, 교육부 월권 아닌가"
이번에도 언론 통해..."교사를 믿는다는 교육부 믿을 수 없다"
학습꾸러미 예산 학교에 없어, 생기부 기재 관련 지침 충돌..."혼란스럽다"

(ebs 홈페이지 캡처)

[에듀인뉴스=한치원 기자] 교육부가 초등학교 1∼2학년은 오는 20일부터 스마트기기가 아닌 EBS 방송과 가정학습 자료를 중심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1·2학년 원격수업 방안'을 5일 발표하고 이 같이 밝혔다. 어린 학생들이 스마트기기 앞에서 40분간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앞서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을 9일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일 고3과 중3에 이어 오는16일에는 고 1∼2학년, 중 1∼2학년, 초등 4∼6학년이, 20일에 초등 1∼3학년이 원격수업을 통한 온라인 개학을 한다.

이날 발표 내용은 1∼2학년은 다른 학년과 달리 EBS 방송과 가정학습 자료를 중심으로 한 원격수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초등 1∼2학년 대상 EBS 방송은 오는 6일부터 지상파인 'EBS 2TV'에서 방영한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EBS 플러스2'에서 방영됐다.

국어·수학 등 교과 관련 방송과 '미술 탐험대', '와글와글 미술관', '소프트웨어야 놀자!' 등 체험활동 프로그램까지 시청 가능하다.

각 학교에서는 개학 전 아이들이 집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습꾸러미'를 가정으로 배송할 예정이다. 학습꾸러미에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글 따라 쓰기, 숫자 쓰기, 그림 그리기 등을 할 수 있는 학습 자료가 포함된다.

초등 1·2학년은 출결과 평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록도 온라인 접속 없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원격수업 기간 동안 학생 출석은 학부모와 담임교사 간 학급방 댓글, 문자 메시지 등으로 확인한다. 다른 학년과 마찬가지로 평가와 학생부 기록은 등교수업이 이뤄진 이후 실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온라인 접속이 아닌 EBS 방송 시청과 학습꾸러미 등을 활용한 교육활동에 대해 등교수업 이후 담임교사가 학생부에 기록한다"며 "평가 관련 자세한 내용은 8일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은 이 같은 교육부 발표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강원 A 초교 교사는 “저학년 특성에 맞게 과제형으로 출석 인정을 공식화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원격수업 인정 권한은 엄연히 시도교육감에 있는데 교육부가 필수적 사항으로 선언한 것은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내용은 교육부가 학교에 안내 후 ‘학교내 원격수업 방안 협의’를 거쳐 학교가 가정에 안내하도록 했어야 했는데 이번에도 언론을 통해 먼저 알렸다”며 “교사들에겐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다.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면서 밝힌 교사를 믿는다는 말을 교사들이 왜 냉소적으로 받아들이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쌍방향 외에 수행평가 및 학생부 기록은 '잠정적으로 보류한다‘고 안내한 시도교육청 지침과 달리, 추후 등교 후 학생부 기재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 강조돼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특히 학습자료를 학생 집으로 배송하는 ‘학습꾸러미’ 정책에 대해 “이미 교과서도 학급운영비를 사용해 택배로 보내는 학교가 많다. 학교에 꾸러미 자료를 사고 배포하는 예산이 부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료 준비 배송 등 교사들의 사전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학습꾸러미' 정책은 학교 현장과의 사전 교감이 분명히 있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경기 성남 B초교 교사 역시 언론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는 교육부에 허탈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교육부가 스마트 기기 사용에 미숙한 저학년 아이들이 TV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초등 1, 2학년 학생 대상 EBS 방송 중심의 원격수업 발표한 것을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뉴스로 수업 방식을 지시하는 교육부를 보며 많은 동료 교사들이 허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이버대학, MOOC, 칸 아카데미도 원격수업의 가능성을 보여준지 오래되었지만 학교는 사라지지 않았다”며 “인지 발달과 정서 발달은 물론 신체 발달에도 최적화된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막대한 이득 등 학교라는 존재가 미치는 긍정적 요인을 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많은 교사는 각자가 처한 환경에서 밤낮으로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원격 수업 평가는 쌍방향 수업 이외에 불가라고 공문을 보내놓고 이제와서 평가 가능하다는 교육부의 발표를 보고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우왕좌왕하게 만들었는지, 교사를 믿는다는 장관의 말을 허언으로 만든 까닭이 무엇인지 무척 궁금해진다”고 꼬집었다.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초등 1학년 학부모는 "지난 주에 e-학습터에 가입하라는 공지를 받아 가입했다"면서 "자꾸 번복되니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힘들고 혼란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