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계층이 일상생활 구성, 언어사용, 가족과 기관 사이 상호 작용
세 가지 경로 통해 어린 아이의 삶과 가족생활에 어떤 영향 미치는가

[에듀인뉴스=송민호 기자]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들의 갈등이 시작되는 지점 중 하나는 양육관이다. 자수성가한 남편의 경우는 자녀가 스스로 공부하기를 바라고,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부인은 적극적 지원을 통해 학업적 성취를 바란다. 

특히 학생부전형이 일반화되면서 소위 교육에서의 정보 전쟁이 시작되었다. 어느 중학교를 나와서 어느 고교를 가야 좋은 대학에 가기 좋은지, 아니면 어느 학원이 좋은지, 교육특구로 불리는 곳으로 학원을 보내야 하는지 등등 선택의 순간들이 매순간 벌어진다.

아네트 라루의 <불평등한 어린시절>이란 책에는 이런 갈등에 대한 어느 정도 해답을 제시해 준다. 

집중양육과 자연적 성장을 통한 성취라는 두 가지 양육방식으로 이를 해결한다.

미국도 한국과 유사하게 어머니들이 양육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이 두 가지 양육방식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예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집중양육의 방식을 보여주는 예시는 자녀와의 대화방식이다. 

‘중산층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자녀 양육의 특징 중 하나는 부모와 아이 사이의 토론이다. 많은 중산층 부모처럼 윌리엄스 부인과 그녀의 남편도 스스로를 자녀를 ‘발전시키는’ 사람으로 여기며 집중적으로 알렉산더의 재능을 키우려 애쓴다. 

엄마와 아빠에 의해 만들어지고 통제받는 조직 활동은 개릿과 알렉산더 같은 중산층 아이들의 삶을 지배한다. 중산층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이런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집중 양육 과정에 참여케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 아이들에게는 권리에 대한 확고한 의식이 뿌리를 내린다. 이와 같은 의식은 위의 예에서처럼 여러 기관을 통해 수행하는 교육 환경에서 특별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로써 중산층 자녀들은 비교적 동등한 위치에서 어른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 사례에서 주목해 볼 것은 ‘여러 기관을 통해 수행하는 교육환경’이란 점이다. 어린 자녀의 입장에서는 기관마다 달라지는 어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나 또는 궁금증들이 공간마다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적절히 자신의 의견이나 궁금증을 제시하고 답을 얻는 행동을 가정에서 학습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한편 자연적 성장의 양육방식을 보여주는 예시는 자녀의 하교 후 활동이다. 

‘4학년 소년 해럴드 맥앨리스터는 여름이면 저녁마다 남자 사촌 2명과 함께 자신이 살고 있는 공영주택 마당에서 놀이를 한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어떤 날은 농구공을 찾지 못해 텔레비전에서 하는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날이 어둑해지면 그 애들은 물 풍선 싸움을 하러 밖으로 나간다. 

해럴드는 이웃에 사는 라티파 아줌마를 맞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린다. 사람들은 아파트 건물 사이의 마당에 있는 하얀 플라스틱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고, 음악과 텔레비전 소리가 창문과 문을 통해 희미하게 들려온다.’

이 사례에 대해 저자는 중산층 부모와 달리 이들은 아이의 집중적인 발전, 특히 조직적인 여가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이 훌륭한 양욱에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의 가정교육에 적용하는 자녀 양육에 대한 문화적 논리와 기관들의 기준은 일치하지 않는다고 평한다.

이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한 가정씩을 소개하며 일상생활의 구성, 언어사용, 가족과 기관 사이의 상호 작용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사회적 계층이 어린 아이의 삶과 가족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책의 부록이 매우 중요하다. 부록A는 방법론: 현장 연구에서 발생하는 딜레마 해결하기, 부록B는 이론적 배경: 피에르 부르디외의 작업에 대한 이해, 부록C: 보충자료이다. 이 중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것은 부록B이다.

교육사회학적 관점에서 쓰인 이 책은 교육불평등을 큰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미국 사회의 교육불평등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각 가정의 양육방식을 조사하고 그에 대해 특징을 서술하게 된다. 

부르디외는 이 책이 등장할 수 있는 이론적 기반이 되는데, 그는 <구별짓기 : 성향 평가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란 저서에서 ‘문화적 자본’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서로 다른 사회적 위치에 놓은 개인은 서로 다른 방식과 형태로 사회화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회화는 아이들에게 성인이 되어서도 무엇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인지에 대한 기준이 된다. 

이를 학술적으로 ‘습관(habitus)’이라는 용어로 정의했다. 이와 같은 배경적 경험은 개인이 이전 세대에게 물려 받아 사회 속의 다양한 기관을 마주하는 상황에서 이용하는 자산의 양과 형태를 형성하기도 하며 이를 문화적 자본이라고도 한다.

끝으로 이 책에서 다룬 주제 중 하나인 ‘중산층 가정의 자원을 활용함에도 학업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라는 내용이 흥미롭다. 핸드론이라는 중산층 가정 사례를 들면서, 문화적 자원을 활용하는 부모의 노력도 효용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이유 중 몇 가지를 열거 하면 다음과 같다. 부모의 노력에 적절한 피드백을 주지 못하는 학교에 다니는 경우다. 그리고 자녀가 부모의 노력을 고맙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학교 교사들이 생각하는 도움이라는 것과 서로 다른 개념을 가질 때이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낸 숙제이지만 부모들 중이 일부는 이를 가볍게 늦게 답변을 주는 경우 등이다. 

교육계열로 진로를 잡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녀교육과 부르디외의 이론 등을 함께 살펴보면서, 교육전문가로의 꿈을 이루는데 한 발짝 더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