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총장 간선제, ‘무순위 추천’도 '변수' 떠올라
득표 수 무시, 정권 입맛대로 '내정' 수단 악용되나

 

교육부가 지난 달 도입한 국립대 총장임용후보자 무순위 추천 방안의 첫 시험대는 충남이 될 전망이다.

첫 번째 시험대에 오른 대학은 공주교대다. 지난 10월 7일 간접선거를 통해 초등교육학과 이명주 교수와, 사회과 안병근 교수 등 2명의 교수가 지난 11월 초 교육부에 나란히 추천됐다.

공주교대는 지난 10월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간접선거 형태로 제 7대 총장 후보자를 선정, 추천위원회에 추천했다. 추천위원은 외부인사로 교육감 2명과 전직 총장 2명, 동문대표 1명, 교수 대표 12명, 직원대표 2명, 학생대표 1명 등 총 20명이었다.

20명의 추천위원들은 총장후보 3명을 대상으로 투표한 결과 이명주 교수가 최다 득표했으나 과반수가 되지 않아 2차 투표를 실시 이명주 교수와 윤병근 교수가 10대 10으로 동수를 기록했다. 3차 4차 투표에서도 10대 10의 표결은 바뀌지 않자, 대학 측은 순위를 내지 않고 이명주 교수와 안병근 교수 등 2명을 추천했다.

교육부가 지난 달 5일 국립대 총장 장기공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2인 이상의 국립대 총장임용후보자를 무순위로 추천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바로 시행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국립대는 교육공무원법과 교육공무원임용령 등 관련 법령에 순위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음에도 관행적으로 1·2순위를 정해 교육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순위가 정해져 있는 탓에 교육부도 1순위자가 부적격자로 판단될 경우 2순위자를 임용제청하지 않고 국립대 측에 재추천을 요구하는 관행을 되풀이해왔다는 게 교육계의 설명이다. 교육부의 일방적인 후보자 재추천 요구에 공주대,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 등에서는 1순위 후보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총장공백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공주교대 모 교수는 “왜 간선제를 두고 '로또' 선거라고 하는 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A후보의 경우 외부위원과 직원, 학생, 교수의 과반수이상의 지지를 받았는데도 추첨불운으로 10표를 얻는데 그쳤고, B후보의 경우 거의 소통도 없었고, 선거운동기간 선거 참관인도 내세우지 않았으며, 의욕적이지도 않았는데도 로또식 추첨의 행운으로 동률의 표를 얻었다”며 결과에 의아해 했다.

충남대의 경우 지난 23일 추첨식 간선제로 진행된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의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1차 투표에서 오덕성 건축학과 교수와 김영상 생화학과 교수는 각각 20표와 16표를 얻어 다른 후보자들을 제치고 결선투표에 올랐다. 결선투표인 2차 투표에서는 김 교수 26표, 오 교수 23표로 득표 순위가 역전됐다.

충남대 관계자는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의 결선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얻은 김 교수의 총장 임용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면서도 “무순위 추천 방안 도입 취지에 따라 순위에 상관없이 총장임용이 이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충남대 모 교수는 “두 차례 투표에서 두 후보자의 순위가 역전되긴 했지만 결선투표에서 가장 많은 추천위원이 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후보자 순위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납득할 만한 사유 없이 총장임용이 이뤄질 경우 정권 입맛에 맞는 총장을 임용했다는 논란이 일거나 또 다른 소송전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주교대의 경우를 보면,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인다. 총장 후보로 추천된 A교수와 인사 최고기관 담당자가 TK 지역 같은 학교 선후배 관계라는 점에서 A후보 낙점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월 7일 투표당시 L교수의 경우는 1차 투표와 누적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데다 평소 학생과 교직원, 외부 인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과반수이상 교수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추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 지역적 기대가 컸기 때문에 내정설에 좌절하는 이가 많다는 이야기도 벌써 흘러나온다.

공주교대 관계자는 “모교출신 총장이 배출되기를 학수고대하는 3만여 동문들과 공주교대 구성원, 지역 학계, 그리고 지역민들의 좌절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자질이나 능력보다 정권의 힘이 우선한다는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유능한 총장 후보가 지역정서와 여론을 등에 업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참관인조차 내세우지 않았을 정도로 선거에 무신경했던 후보에게 밀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로또식 추첨의 행운에 의한 ‘로또 총장’이 탄생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충남지역 교육계 인사는 “동율인 경우 득표 수 누적으로 하는 등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논란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12월 15일 국립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 방식으로 단일화하는 ‘국립대학 총장임용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총장직선제를 채택한 대학들은 재정지원사업에 참여는 할 수 있으나 가산점을 받지 못하며 경상비도 일부 불이익을 받는다.

교육부 발표 직후부터 현재까지 전국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국립대 교수단체를 중심으로 ‘간선제’ 반대성명이 줄을 잇고 있다. 부산대, 경상대, 강원대 등 국립대가 총장선출을 앞둔 만큼 총장직선제 폐지 문제는 새해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