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 없는 의사소통 "교수와 학습자 동등하게 해"
스스로 진화하는 학생들, 교수도 교수법 혁신해야

안상윤 세명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사)미래융합교육학회 평생회원
안상윤 세명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교수/ (사)미래융합교육학회 평생회원

학생들이 교실에서 사라졌다

[에듀인뉴스]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교육계에도 예외 없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서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변화다.

교수들과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함께 공부할 수 없는 교육 환경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고 있는 것이다.

필자의 수업에도 예외 없이 같은 고민이 생겼다.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통해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에게 안부를 전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겪으면서 기특하고 고맙고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들이 공존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지금은 안타까워하고 속상할 때가 아니다. 또 하나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일방향 대학 강의, 온라인이 쌍방향 경청과 소통의 강의로 변모하다

필자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필자의 온라인 강의실의 모습이 있다. 필자는 온라인 강의실에서 살아 숨 쉬는 집단 지성과 극도의 집중력을 가진 경청 그리고 치열하게 스스로 해내는 공부를 경험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을 하던 도중 필자의 눈에 각인 되어진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은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이다.

필자는 학생들에게서 멀리 떨어져서 컴퓨터가 있는 전자교탁 앞에 혼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학생들 사이를 혼자 서성거리면서 강의를 하는 대신에, 학생들과 같은 크기를 가진 칸 속에서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의 전율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지!!! 나는 교수이면서 동시에 학생이다. 그 옛날 광장에서처럼...’

온라인으로 실시간 수업을 진행하면서 광장의 상징적 의미와 그 광장에서 꽃피던 학문의 결정체인 집단 지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20학번 신입생들에게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할 기회도 학생들에게 넘기면 인터넷 강의실에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한 학생이 얘기한 어려움을 다른 학생이 본인의 경험에 바탕을 둔 좋은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같은 질문에 학생들마다 다른 답을 내놓기도 한다.

본인들이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답이 나올 때는 여기저기서 엄지척이 올라오고 놀란 토끼 눈으로 친구를 칭찬하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짧은 탄식도 들려온다.

감동을 주는 베스트셀러나 정답을 알려주는 교재에 나와 있는 말보다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은 어눌하고 수줍어하면서 동기들에게 전달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힘이 느껴지기도 한다.

도저히 답이 없는 경우나 추가해서 알려주고 싶은 좋은 내용이 있을 때는 필자도 함께 참여해 의견을 더해주기도 한다.

모두가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집단지성은 극도의 집중력을 가진 경청을 바탕으로 한다. 필자를 포함한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통해 극도의 경청을 체험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특성으로 인해 한 사람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말을 하게 되면 두 사람 모두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된다.

필자도 학생들도 누군가가 얘기를 하고 있을 때는 하고 싶은 말을 참으면서 조용히 차례가 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강의실의 학습 환경은 아주 평등하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온 몸의 신경을 듣는 것에 집중해야만 한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다시 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내가 말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집중하다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 교수인 필자도 학생들도 강의 시간이 항상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온라인 수업 학습 환경은 아주 평등하다. 교수도 학생도 같은 칸에서 서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사진=안상윤 교수)
온라인 수업 학습 환경은 아주 평등하다. 교수도 학생도 같은 칸에서 서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사진=안상윤 교수)

온라인 수업,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미래 교실을 그리다

필자가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발견하게 된 또 다른 미래 교실의 모습은 오롯이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공부다.

필자의 수업 중 20학번 신입생 30명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수업이 있다. 매주 수업을 위해 공개해 놓은 강의 자료들을 살펴보다 필자의 눈을 의심하게 된 숫자 ‘272’. 다름 아닌 해당 강의 자료 조회수다.

30명의 학생이 272번 조회를 하려면 학생마다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한 학생이 평균 9번 정도씩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고 할 수 있다.

수업 후 필자가 낸 5줄 정도의 아주 짧은 과제에 본인 나름의 답을 제출한 이후 다른 학생들이 제출한 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치열하게 고민해 본인의 답을 수정한 것이다.

다른 학생들의 답과 본인의 답을 함께 보면서 같은 문제를 다르게 보는 시야와 생각의 틀을 넓히는 방법을 배우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공부 방식을 어느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신입생 스스로들이 배워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오프라인 강의실에서는 대부분의 과제를 교수에게 직접 제출하다보니 다른 친구들이 쓴 답을 볼 기회조차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시작하게 된 온라인 수업. 필자는 그 낯설고 두려운 곳에서 이제까지 필자가 교육자로서 애써 찾으려 노력해 왔던 집단 지성의 힘과 극도의 집중력을 가진 경청 그리고 치열한 스스로의 공부를 경험하고 있다.

학생들은 어려운 시기에도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교수자들이 용기를 내 학생들과 함께 변화하고 진화해야 할 때이다.

이미 시작된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는 행복하게 맞이하자. 행복한 온라인 강의실에서 학생들이 그리고 새로운 모습의 교육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