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해진미라도 ‘로그아웃’이면 그림의 떡
교사들의 고민은 학생들을 ‘물가’까지 이끄는 것
교실에서의 호흡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은 사제 간 소통

(사진=픽사베이)

[에듀인뉴스] 전대미문, 초유의 사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지옥의 터널을 통과 중이다.

개학이 4차에 걸쳐 늦춰지면서 급기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있다. 학교 현장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상황을 맞아 갖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고 있다.

교사의 안전과 학습권은 보장되고 있나 

닫혀있는 공간인 교실에서의 수업과 달리 온라인으로 하는 강의는 실시간으로 듣기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해 ‘기록’하는 과정을 거쳐 온라인에서 배포될 수 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경우 실시간 수업 등을 지원하는 플랫폼과 프로그램 등 접근을 위해 부모가 옆에서 지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수업 전 과정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하게 되므로 본의 아니게 ‘학부모 공개수업’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학부모가 자녀의 수업에 관심을 갖는 것을 나무랄 수 없으며 또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불필요한 정치적 발언을 하는 교사를 경계하거나 교육과정을 이탈한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를 견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교사의 수업 자율권과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학부모나 학생들 중 일부가 수업의 장면을 녹음하거나 캡처하는 일들이 빈번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전에도 학생이 녹화한 수업 내용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경우가 있었다. 이제 그러한 상황이 더욱 빈발할 것이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사 재량에 따라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 내용을 재구성하거나 사례 제시, 리터러시 등을 수용할 수 있도록 교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수업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양날의 검 같은 수업 공개. 그러나 소신껏 수업할 교사에겐 ‘자율보장’이라는 방패가 필요한 것이다. 여러 가지 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하는 온라인 개학에 대해 교사들의 생각은 깊어만 간다.

복잡한 플랫폼, 차라리 교사 자율에 맡겨주길

사실상 개학이 불투명해지고 학습 공백이 장기화되자 조급해진 교육 당국 역시 학습공백을 빨리 해소하고 싶은 나머지 충분한 유예기간 없이 ‘명령’을 내리게 되었다. 

궁여지책으로 등장한 때 아닌 ‘온라인 개학’. 교육 당국이 결정을 내리고 ‘실천 명령’까지는 단 9일의 말미만이 주어졌을 뿐이었다. 

수업공백이 길었다지만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인해 개학은 순차적으로 늦춰져왔기 때문에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멈춰진 교육 활동을 가동하기 위해 공교육 기관에서 꺼내든 비장의 카드인 ‘온라인 개학’에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학생과 교사들이었다. 

사실 학교교육은 교실이라는 테두리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얼굴을 맞대고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손을 맞잡는 활동이 최적화된 공간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교육 역사와 맥을 같이 해온 학교지만 공교육 역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스마트하게 변신하고 진화했어야 했다. 

그러나 학교는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고, 시대의 요구에 답하지 못했다.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를 시도한다면 순차적 적응과 더불어 학교라는 공간 역시 새로운 차원으로의 진화를 위한 체질 개선이 불가피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교사들 자체가 변화 수용에 매우 소극적이며, 기존방식을 고집하는 저항적(?) 집단이기도 하다. 그러니 티칭 방법에서도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못하는 면이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ZOOM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는 필자.(사진=조윤희 교사)
ZOOM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는 필자.(사진=조윤희 교사)

다양한 온라인 학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교육플랫폼들은 이미 진작부터 있었다.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에듀넷, 교사들이 온라인 교실을 조직해 학생을 관리 할 수 있는 학교온, 교사가 학급을 개설해 자료공유와 과제 부여 및 제출 등을 가능하게 하는 위두랑, 중등에 최적화된 e-학습터, 그 외 디지털교과서 등이 KERIS를 기반으로 구축되어 있다. 

구글에선 구글 클래스에서 G-suite이, MS에서는 team이 그리고 쌍방향 화상회의가 가능한 ZOOM을 이용한 수업과 영상 제작, 기존의 EBS 방송을 활용한 온라인 강좌 등. 

학교마다 구축하는 온라인 스쿨까지 치면 플랫폼이 10가지는 족히 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사이버대학이나 EBS, 여러 사교육 기관의 인터넷 강좌처럼 온라인 수업이 특화 되어있는 강의가 이미 존재한다. 

세련되고 정제된 온라인 강좌들은 넘치고 있는데 그 방면으로 특화되어 있지도 않은 교사들도 카메라를 구입해 영상을 제작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것은 초기 비용만 증가시키는 낭비일 수 있다. 온라인 강의를 위해서 녹화를 하든 실시간 송출하든 그 또한 교사의 몫이어야 할 텐데도 획일적 방법을 고집하고 있다.

EBS에 한꺼번에 접속을 하자 트래픽에 과부하가 걸리는 일마저 생겨나는 모양이다. 

지금 일선학교는 ‘온라인 개학’부담으로 인해 혼이 나갈 지경이다. 굳이 학교에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한다면서 온라인 수업을 대비하기 위해 웹캠과 마이크, 타블렛 펜을 새로 구입하느라 분주하지만 사실 줌(ZOOM) 카메라 프로그램만으로도 수업이 시작되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노트북에 내장된 카메라와 핸드폰 통화에 사용되는 마이크겸용 이어폰 정도면.

교육당국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제시와 교통정리를 해주고, 나머지는 일체 단위 학교의 자율적 선택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 

학교 급에 따른 특성과 교육대상의 특성은 그 학교의 교사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자율적이어도 평가는 공정하게!

사족 같지만 수업의 외형은 다소 미흡할 수 있다고 백번 양보하더라도 평가 공정성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 

수업이 진행되면 평가 역시 동시에 실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진다. 면대면 교실 수업이 아닌 바에 실시간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내용을 과정평가에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하다. 

교실에서 수업을 해도 학생들 중에는 딴 짓하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데 컴퓨터의 화면을 여러 개 띄우고, 실시간으로 아이들끼리도 채팅이나 음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황이면서 온라인 상으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해 그것을 내신성적에 반영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결정인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온라인상으로는 협업도 가능하지도 않고 평가를 반영할 수 있는 방안들도 다양하지 않다. 결국은 질병이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시점까지 기다려 일제식 시험이든 오프라인 상의 평가를 시행하는 것 외에는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는 교사다, 온라인 세상을 두려워 말자

그간 개학이 늦춰지면서 교사들은 재택근무를 했고, 이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수업도 없고 출근도 하지 않는 교사들이 41조 연수 같은 명분으로 왜 집에서 놀며 월급을 받아 가느냐는 냉소적인 시선들마저 쏟아졌다.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 ‘기존에 잘 만들어진 영상자료’를 수업교재로 활용하자는 것은 교사무용론과 학교무용론을 가중시킬지 모르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 이유 탓인지는 몰라도 학교에 몰아닥친 온라인 수업의 부담은 쓰나미에 비길 정도다.

물론 양질의 영상을 위해서는 카메라도 해상도가 높은 것이면 좋고, 마이크도 음질이 좋으면 소리가 잘 나갈 수 있겠지만 형식이 본질을 우선할 수는 없으리란 생각이다.

장기화되는 수업공백의 불안을 해소하려고 온라인 수업을 위해 몇 차례 시뮬레이션으로 랜선 위에 교실을 열어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다독이고 독려해본 결과, 온라인상 교실이라 할지라도 교사와 학생 간의 ‘연결’과 ‘관계’는 그것이 면대면 교실에서건 랜성 상이건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비상상황을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는 학생들과 교사가 다르지 않았고, 영상으로 얼굴을 보며 간곡하게 부탁하고 독려하는 교사의 마음이 분명 랜선을 타고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온라인에 최적화되지 않은 교사들이 첨단 수업 방식이나 기자재 활용에서는 다소 버벅거리며 매끄럽지 못해도 신뢰를 바탕으로 교사와 학생들 간에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 온라인 학습이 이내 자리를 잡아 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카메라를 켜 수업 영상을 제작하는 것만을 온라인 수업의 전부로 생각하지 말자. 

‘방법이 무엇이든 선생님들은 너희들과 언제나 함께할 것’이라는 마음이 전달되는 순간 학생들은 마음을 열고 바짝 다가서서 얼굴을 보여주고 귀를 쫑긋 기울일 것이다. 끊임없이 소통하고 최선을 다하는 교사의 모습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다가가느냐에 따라 온라인 수업의 성패는 갈릴 것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는 교육대상 특성을 이미 고려해 제작된 숱한 자료들을 잘 활용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초등 저학년의 경우에는 교사가 ‘배달부’의 역할만 잘해도 교사로서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이미 각급 학교에는 전 교사가 출근해서 지금 이 순간도 화면 공유를 통해 보여질 좀 더 나은 수업 컨텐츠를 고민하느라 여기저기 뒤지고 자료를 편집하고 줌 화상 카메라를 켜 화상회의로 조종례를 실시하며, 본격 가동될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느라 시뮬레이션은 물론 여러 가지 돌발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교무실과 각 수업실은 전시 사령부를 방불케 한다. 그런데도 일일이 획일적 명령으로 학교 수업을 ‘통제’하려 드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일지 아마 교육당국 빼고는 다 아는 사실이 아닐는지.

아무리 훌륭한 영상자료가 제작되고 수업 시간이 실시간으로 마련되어도 학생들이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이미 넘쳐나는 강의와 스타 강사의 인터넷 강좌도 ‘로그아웃’ 상태면 박제된 화석일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로그인 상태로 바꾸어 학생들이 듣게 해야 하며, 접속이 되도록 이끌고 독려하고 돌보고 관리하는 것이 교사와 학교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이제 학교에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기’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익숙하진 않지만 해야 한다면. 우리 교사들은 아마도 조만간 집어넣게 될 것이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교직생활을 시작한 조윤희 교사는 현재 부산 금성고에서 사회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전국 학력평가 출제위원을 지냈으며 교과서 검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교육부 주관, 제작하는 심화선택교과서 ‘비교문화’를 공동 집필하기도 했으며 부산시교원연수원, 경남교육청 1정 자격 연수 및 직무연수 강사, KDI 주관 전국 사회과 교사 연수 강사, 언론재단 주관 NIE 강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